어느 날 방과 후
2019.12.05 / 앙상블 스타즈 - 사쿠마 레이 드림
사쿠마 레이는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슬슬 일어날 시간이 가까워진 탓도 있었지만, 반쯤 열려있는 관 안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경쾌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에 굳이 눈을 뜨지 않고 나른함을 즐기던 레이는 재잘재잘 말을 이어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배, 일어나 있을까?"
"헹, 흡혈귀 자식이 벌써 일어나 있을 리가 없지!"
같은 반인 코가와 메이, 두 사람의 목소리에 벌써 경음부실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창가 근처로 다가가는 발소리, 곧 이여 들려오는 촤르륵 하고 커튼이 걷어지는 소리에 눈을 감고 있어도 창문으로 들이치는 빛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아!"
"왜?"
두고 온 것이 있어 다녀오겠다는 코가의 말에 메이가 답했고, 부실에는 차분한 정적만이 남았다.
평소에 잘 웃고, 잘 떠드는 메이도 혼자 있을 때는 조용한 것일까. 레이는 고요하기 짝이 없는 부실에서 가느다란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배."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감에 금방이라도 뺨에 숨결이 닿을 것만 같았다. 좀 더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눈을 감고 있어도 얼굴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다.
굳이 자는 척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라도 일어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깨우지 않는 것은 메이도 마찬가지였으니 조금 더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자요?"
자냐는 물음과 동시에 뺨을 찌르는 손가락에 레이는 눈을 뜰뻔한 것을 참았다. 몇 번 더 뺨을 콕콕 찔러본 메이의 손이 이마를 간질였다.
평소에도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만, 서로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은 확연히 달랐다.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이 생각보다는 재미가 있었는지 짧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신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더 길게 땋을 수 있을 텐데."
"…더 기르는 게 좋겠누?"
"네! 잘 잤어요?"
"그래, 목소리가 듣기 좋아 기분 좋게 깼구나."
메이는 의심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만들어놓은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제법 흡족해 보이는 것에 레이는 몸을 일으켰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은 제법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잊어버린 물건을 찾아온 코가가 그것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누가 보아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어서 혀를 차는 것으로 입을 다물었다.
"연습하러 가자!"
"어이, 밀지 말라고!"
냉큼 코가의 등을 미는 메이에 코가는 떠밀리듯이 경음부실을 나섰다. 레이가 보기에도 코가가 메이에게는 무른 감이 있었다. 입으로는 큰 소리를 내면서도 내심 신경 쓰는 것이 그의 눈에도 보였다.
메이에게 무른 것이 단연 그뿐만일까, 자신 또한 무르지 않았나. 연습을 밥 먹듯이 빼먹던 카오루는 물론 상냥하기 짝이 없는 아도니스 또한 그랬다.
이 어두운 복도에서 처음으로 메이를 만났던 순간부터 그의 가슴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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