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회고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 스메르쟈코프 드림 / 장례, 2천 자

아가씨가 죽었다. 아니, 돌아가셨다,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가. 어쨌건 아이딘 페트로프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녀의 주검은 장례를 위해 모스크바로 옮겨질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가 이토록 추운 겨울에 죽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아가씨, 결국 당신이 해결한 일은 하나도 없군요. 세상 모든 일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듯이, 그렇게 무슨 일에든 끼어들 수 있다는 듯 굴더니. 꼴사나운 결말입니다. 제게 건방지다고 잔소리할 수도 없게 되셨으니 퍽 안타깝네요.

 

까라마조프는 그녀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했다. 특히 이반 까라마조프가 그러했다. 그녀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이 그였으니, 마땅한 처사였다. 이들 중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개입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는 모종의 책임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은 성자도 아닌데, 어째서 저기에 있는 신부보다 고통스러워하고 있나요. 당신은 그녀를 가장 잘 알았던 나보다도 슬퍼 보이시네요. 하지만 아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내게 허락된 몫이 아니죠. 나는 다른 하인들 틈에 끼어 당신의 마지막 여행길을 채비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이딘.

 

이 집은 저주 따위 받지 않았다. 숨겨진 비밀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입술 아래 잠들어 있을 뿐. 그러나 아가씨, 당신은 모든 걸 파헤치고 싶어했습니다. 숲 속에 감춰 놓은 보물 같은 건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았어요. 당신을 해치기 위해 도사리는 가시나무와 짐승과 절벽이 사방에 가득했는데도요. 일말의 자비를 거절한 건 바로 당신입니다. 내가 당신을 시험한 것은 맞을지언정…… 그러게 제때 도망치셨어야죠. 나는 손 내밀어주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하지만 이런 당신에게도 장미 한 송이만큼의 애도는 허용될 수 있겠지. 곧 관의 뚜껑이 닫힌다. 침통한 얼굴의 까라마조프가 잠든 아이딘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들 틈에 끼어들어 아직 싱싱한 꽃송이를 수의 위에 올린다. 내게 내리꽂혀야 마땅할, 혐오와 경멸 섞인 시선은 죽은 자를 향하는 슬픔에 압도당해 눈 녹듯 사라진다. 어둠이 당신의 마지막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것이 조금쯤 우습다. 이 꽃은 당신보다 나중에 꺾였지만, 그럼에도 당신보다 먼저 시들 것이다. 기왕이면 당신에게 걸맞도록 푸른 장미를 건넸다면 좋았을 텐데. 하긴 거짓이라면 치를 떨던 당신이거니와 그런 물건은 세상에 없으니.

 

모스크바는 분명 추울 것이다.

 

그리고 아이딘, 당신은 그것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당신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살을 에는 듯한 추위뿐 아니라 다른 어떤 것도, 당신이 더는 감각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쁜 일이지 않은가. 어떤 의심도 불안도 이제 당신의 곁에는 머물지 않을 텐데. 그런 것들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 내가 야기한 소용돌이가 당신을 기어코 휩쓸었다. 당신에게서 도로 떨어져나온 혼란과 혼돈을 삼키고 나는 당분간 긴 잠에 들지도 모른다. 깨어난 다음이면, 더욱 커다랗게 몸집을 불린 어둠이 우리 까라마조프를 기다리고 있겠지.

 

당신은 이후의 일에 대해 알 수 없다. 유산이든, 형제 간의 우애든, 그것은 당신에게 허락된 장 너머에 쓰여진 이야기다. 그야 당신은 이미 죽었으니까. 당신의 몸은 모스크바에 묻힐 테니까. 혹은…… 이제야말로 정말 모든 일에 대해 알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죽었으니까. 한낱 인간의 육신을 벗어나 마침내 자유로워진 영혼으로 떠돌며, 지금도 까라마조프를 기웃대고 있을지도. 내가 당신을 주시했듯 당신 역시 묵묵한 낯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한들 나는 그것을 증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떠나든 떠나지 않든, 그것은 당신의 일이다. 나는 당신의 마지막 질문을 기억한다. 내게 모든 책망을 떠넘기려던 그 얄팍한 수를.

 

그러나 우리는 두 번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겁니다, 아이딘. 죽음이란 그런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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