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덷무대해

시작의 순간

2019.12.12 / 앙상블 스타즈 - 사쿠마 레이 드림

메이는 자신의 시야를 가득 매운 레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서로의 숨결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가까이에 섰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몸 전체가 밀착된 것은 그러했다. 

손 밑으로 느껴지는 타인의 감촉은 이루 말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귓가를 크게 울리던 심장 소리는 이제 몸 전체를 울리면서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퍼져나가고 있었다.

"선배, 잘 생겼네요."

"오늘은 특히 더 열렬하구먼."

평소에도 무대가 끝나면 잘 생겼다고 말하는 편이긴 했지만, 레이가 보기에도 오늘의 메이는 느낌이 달랐다. 평소와는 다르게 좀 더 다른 감정이 섞여 있는 것이 그의 눈에도 보였다. 

아마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걸 말하는 순간 파드득 도망가버릴 것이 너무나도 선명해 레이는 잠자코 모르는 척 답했다. 아마 저 잘생겼다는 말도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일 것임이 분명했다.

"…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누가 봐도 그럴 걸세."

무대를 좋아하는 프로듀서가 언데드의 무대를 보고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밑에 있던 줄을 보지 못하고 넘어지는 일은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무대 밑에서 올려다보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결코 의심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저렇게 맹목적으로 자신을 좋아해 준다는 것은 아이돌에게 있어서 최고의 행복이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없는 것 같아요, 선배는요?"

"늙어서 그런지…."

"다쳤어요?!"

몸을 벌떡 일으키던 메이가 곧 다시 엎어졌다. 아마 넘어지면서 근육이 놀랐는데 무리하게 움직인 탓이 분명했다. 

레이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난도 못 치겠구먼, 장난이었다며 덧붙인 레이가 마치 어린아이를 일으키듯이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번쩍 일으키자 순식간에 몸이 일으켜졌다. 메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올려다보는 것에 레이는 뒤에서 신발을 한 짝씩 들고 있는 아도니스와 카오루에게 손짓했다.

"이제 신발을 신을 시간일세."

"아! 내 신발!"

얼마나 화려하게 넘어졌으면 신발이 양쪽 다 날아갔을까. 신발을 받아든 메이가 자연스럽게 레이의 팔을 잡고 신발을 한 짝씩 신었다. 다시금 고개를 들었을 때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에 레이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코가가 덜렁거리는 녀석이 조심성도 없다고 잔소리하는 것에 메이는 배시시 웃으며 긍정하고 있었다.

"칭찬하는 거 아니라고."

"응!"

코가가 이마를 짚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다는 카오루의 말에 다들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느껴지던 무대의 뜨거운 열기와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잊게 할만한 일이었다. 작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직접 닿아본 메이는 레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작고 부드러웠다. 자신의 손을 내려보던 레이는 빨리 오라고 소리치는 코가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다."

"상처가 없다니 다행이야."

무릎이 좀 빨갛게 되긴 했지만, 특별히 까지거나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확인을 끝낸 코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자 취급하지 말라고 하더니 가장 열심히 살피고 있는 것이 웃기기도 했다.

"선밴 안 다쳤어요?"

"아주 건강하네."

메이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다치게 할 순 없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코가가 다시금 잔소리를 시작했다. 어두운 곳에서 뛰지 말아라, 밑을 잘 보고 다녀라, 약해 빠진 녀석이 다치면 답도 없다. 구구절절 맞는 말에 아도니스와 카오루도 조금씩 말을 덧붙였다.

대기실의 밝은 조명 아래에서 보는 메이는 자신과 무엇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끌렸던 것이 아닐까, 시작의 이유 같은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이미 시작된 감정은 멈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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