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덷무대해

초콜릿이 받고 싶어!

2020.03.14 / 앙상블 스타즈 - 사쿠마 레이 드림

화이트데이 white day [명사]

1. 남성이 마음에 둔 여성에게 사탕 따위를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

메이는 이 사실에 불만이 있었다.

왜 여자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었는데, 받는 것은 사탕인가. 초콜릿을 주었으면 초콜릿으로 갚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은 사탕보다 초콜릿이 더 좋다고 외치는 탓에 도저히 모르는 척하기가 어려웠다.

“자, 옜다.”

“와아!”

코가는 초콜릿 하나에 신이 나서 좋아하는 메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달 발렌타인에 반 학생들 모두에게 의리초코를 돌렸던 터라 메이의 교복 앞주머니는 사탕과 초콜릿으로 가득했다. 코가가 보기엔 햄스터가 볼에 먹이를 저장해두는 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 먹을 순 있겠냐?”

“그럼! 다 먹을 수 있지!”

눈에서부터 신이 나는 것이 보여 코가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연습이 없어 쉬는 시간에 아도니스와 카오루도 들렀다 갔던 터라 메이는 씩씩한 발걸음으로 경음부실의 문을 두드렸다. 커플이 하도 꽁냥거려 다른 경음부원들끼리는연락을 돌리고 있던 터라 모두 오늘은 부실에 가지 않기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을 메이는 몰랐다.

“똑똑!”

활짝 문을 열고 부실 안으로 들어간 메이는 발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평소라면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을 텐데, 오늘은 입으로 노크도 하는 장난기도 발휘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지금 기분이 좋은지 온몸으로 티를 내고 있었다.

“왔누.”

“네! 선배는 일어나 있었네요!”

“오늘은 일찍 눈이 떠졌구나.”

레이가 살짝 웃자 메이도 따라 웃었다. 커튼을 반 걷어둔 탓에 메이는 어렵지 않게 레이의 곁으로 갈 수 있었다. 자주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걸려 넘어질 위기에 처하는 탓에 반 정도는 빛이 들어오게 해두기로 했었다.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먼.”

“네! 볼래요? 초콜릿이랑 사탕 완전 많이 받았어요!”

교복의 앞주머니가 빵빵한 것에 레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곧 주머니와 가방에서 받은 것들을 꺼내 놓는 메이에 레이는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둔 것을 자랑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거 엄청 맛있는데, 선배 줄게요!”

“그래도 괜찮누?”

“네! 엄청 맛있으니까!”

활짝 휘어지는 눈꼬리에 레이의 입꼬리도 같이 느슨해졌다.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런 점이 아닐까. 메이가 준 초콜릿을 입에 넣은 레이는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이 나쁘지 않았다.

“그럼, ‘진심’이 담은 초콜릿을 받을 준비는 됐누?”

머리 위로 느낌표가 뜬 것 같은 표정의 메이에 레이는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확연히 표정에 생각이 다 드러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한쪽에 두었던 쇼핑백을 건네자 메이의 얼굴 위로 ‘이렇게 큰 걸 준다고요?’하는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크건 아닐세.”

“그래도요. 쇼핑백!”

“포장만 큰 걸 수도 있지 않누.”

“열어봐도 돼요?”

고개를 끄덕이자 메이가 조심스럽게 쇼핑백 안에서 상자를 꺼내 들었다. 제법 묵직한 것이 상자는 메이의 손에 들리기엔 제법 묵직한 편이었다. 대체 뭐가 들어서 그런지 궁금증만 커졌다.

“와…!”

“마음에 들면 좋겠구먼.”

“완전 좋아요!”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에 레이의 가슴에도 만족감이 차올랐다. 선물을 고르면서 당연히 메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골랐고, 그런 반응이 돌아올 것을 예상했지만, 역시 생각한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기분이 좋았다.

“너무 예뻐요. 먹기 아깝겠다.”

“먹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그 일을 다 해야 하지 않겠누.”

“맞아요! 예쁘니깐 사진 찍어둘래요!”

장미 모양의 초콜릿이 가득 담긴 상자는 예쁘고, 너무 예뻤다. 아직 먹어보진 않았지만 필시 맛도 좋을 것 같았다. 핸드폰을 꺼내 열심히 사진을 찍는 메이가 연신 감탄과 먹기 아깝다는 말을 터트렸다. 아직 선물은 끝나지 않았음에 레이는 메이를 깜짝 놀라게 할 생각에 가슴이 들떴다.

“가운데 상자도 열어보게.”

“가운데요?”

상자의 정 가운데 있는 하트모양이 장식이 아니었다는 것에 메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초콜릿이 너무 예뻐서 당연히 장식일 것으로 생각했던 탓이었다. 상자 안의 상자를 열자 영롱한 빛을 내는 목걸이에 메이는 탄성을 내뱉었다.

“와아…!”

“직접 해줘도 되겠누?”

“네! 좋아요!”

냉큼 몸을 돌려 앉는 메이에 레이는 상자 안에서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머리카락을 피해 목걸이를 목에 건 레이가 고리를 걸자, 목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무게감에 메이가 목걸이의 펜던트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너무 예뻐요…!”

“아가씨도 그러네.”

레이는 짧게 메이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새하얀 목, 옷깃 안쪽에 숨겨져 있던 자그마한 점을 발견한 탓이었다. 오늘은 연인들의 행사 날이기도 하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1년은 금방이지만, 그 사이 하루라도 더 본인을 생각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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