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실용 혹은 사심

제이드 리치&플로이드 리치 드림

* 24년도 생일 기념 연성

아무리 남에게 관심이 없는 이들이 가득한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라 해도, 플로이드와 아이렌이 얼마나 친밀한지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아니, 그건 단순한 친밀함으로 정의하기엔 거리가 너무 가까웠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덕스러움의 의인화 같은 플로이드. 그리고 그런 플로이드가 무슨 짓을 하든 그저 어여쁘게 봐주는 아이렌.

얼핏 보면 일방적인 애정 같아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마음의 방향이 서로를 향하는 걸 알 수 있는 두 사람에겐, 쉽게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 수 없게 만드는 유대감 같은 게 있었다.

하지만 남의 사정에 그렇게 관심이 없거나 일종의 오해나 편견을 품고 있는 이들에겐, 두 사람의 관계는 어리광부리는 선배와 누나 같이 보일 뿐인 걸까. 2학년 교실이 늘어선 복도 구석. 플로이드와 대화 중인 아이렌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에는 약간의 안쓰러움이나 답답함 같은 게 느껴졌다.

 

“으음, 역시 옷이 좋으려나? 아니다, 아기새우는 그 정도 돈은 없나.”

“선배, 얼마나 비싼 옷을 가지고 싶어서 그러세요?”

“궁금해? 아, 그러고 보니 해보고 싶던 게임도 있는데!”

 

조잘조잘 제가 받고 싶은 선물을 늘어놓는 플로이드의 표정이 밝았다. 말장난을 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가볍게 이런저런 소망을 늘어놓는 모습이, 그야말로 아이 같았지.

그에 비해서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아이렌은 진지한 얼굴로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귀찮아하거나 난처해하기는커녕 진심을 담은 차분한 태도. 그 어른스러운 언행에 절로 한숨을 내쉰 건 체력단련 수업 후 교실로 돌아가고 있는 리들이었다.

 

“아이렌, 또 플로이드에게 시달리고 있네.”

 

시달린다, 라. 꽤 부정적인 표현이지 않나.

편견이 들어간 평가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은 제이드는 기꺼이 제 형제의 변호를 해주었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아이렌 씨도 나름대로 즐거워하는 것 같은데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제이드?”

“그럼요.”

 

아이렌은 자원봉사자도, 심약하게 휘둘리기나 하는 인형도 아니다. 관심 없는 이가 저렇게 군다면, 아마 적당히 받아주다가 자리를 뜨겠지.

저 진지한 표정. 뭐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어서 귀를 활짝 열고 고개를 끄덕이는 몸짓. 다정한 목소리까지. 누가 보아도 좋아서 받아주는 모습이지 않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급우의 눈에 플로이드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였으니, 아이렌이 진심으로 제 형제를 귀여워할 리 없다 생각하겠지. 리들은 명석하긴 했어도 고지식한 성격이라서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놀라울 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은 이해할 수 있다. 플로이드의 형제고, 아이렌의 동족이었으니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편견 가득한 이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이유는 없는 제이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두 사람의 대화에 다시 집중했다.

 

“일단 지금 말씀하신 물건 중 하나로 사 올게요.”

“헤에, 종류가 꽤 많았는데. 하나만?”

“제가 다음에 부자가 된다면 여러 개 챙겨드릴게요.”

“아하하, 약속이야. 응?”

 

말은 저렇게 해도 플로이드라면 아이렌이 뭘 준다고 해도 기쁘게 받을 거다. 아주 엉뚱한 걸 준다면 재미있다며 웃을 테고, 정말로 가지고 싶은 걸 준다면 진심으로 좋아할 테니까. 그러니까 받고 싶은 걸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전부 나열한 게 아니겠나.

제 형제가 아주 제멋대로인 거 같아 보여도, 오히려 그렇기에 제가 귀엽게 여기는 이에겐 관대할 때도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제이드는 굳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자를 자처하지 않았지만, 곧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입을 열 일이 찾아왔다.

 

“아, 제이드 선배!”

 

대강 대화가 마무리된 후 자리를 뜨려던 아이렌은 제이드를 발견하자마자 이름을 불렀다. ‘아차.’ 한발 늦게 그 옆에 아는 얼굴이 한 명 더 있는 걸 눈치챈 그는 뒤늦게 리들에게도 눈인사를 보냈지만, 다행스럽게도 상대는 그런 걸로 크게 기분 상해하지 않았다. 아이렌이 왜 저 쌍둥이들을 찾아다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리를 비켜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 건지, 리들은 조용히 교실로 먼저 들어가 버린다. 뒤끝 없는 태도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 아이렌은 작게 한숨 쉬더니, 곧장 본론만 말해왔다.

 

“마침 잘 만났네요. 혹시 가지고 싶은 거 없으세요? 곧 생일이시잖아요.”

 

몰래 준비하는 대신 굳이 가지고 싶은 걸 물어보는 건, 이왕 선물한다면 필요로 하는 걸 주고 싶다는 배려겠지. 상대가 이렇게까지 챙겨주려는데 굳이 입을 다물 이유는 없는 제이드는 다소 상투적이지만 진심을 담은 대답을 전했다.

 

“저는 아이렌 씨가 골라 주시는 거라면 뭐든 좋습니다.”

“정말요?”

“예.”

 

그러나 아이렌에겐 이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해 그냥 하는 말 정도로 들린 걸까. 단정한 표정에 미세한 금이 간다.

그 작은 변화를 놓칠 리 없는 제이드는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친절히 부가 설명을 붙여주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아이렌 씨가 저를 떠올리며, 어떤 걸 좋아할까 고민하고 선택할 결과물이 궁금하거든요. 그러니 직접 골라서 선물해 주세요.”

“으음……. 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해는 푼 거 같지만, 이것 또한 쉬운 주문은 아닌 모양이다. 고민하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동자를 굴린 아이렌은, 다음 수업 시작 전까지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빠르게 뛰어갔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잠깐 응시하던 제이드는 반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이동수업 후라 아직 어수선한 교실 안, 안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건지 리들이 말을 붙여왔다.

 

“정말 그걸로 된 거야, 제이드?”

“예. 가지고 싶은 게 있다면 직접 구매하거나 부모님께 말씀드렸겠죠.”

“흐음, 그건 그렇지.”

 

이세계에서 와서 제대로 된 보호자도 없고 재산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 이에게 무언가를 사달라고 하는 건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이다. 아니, 애초에 선배가 후배에게 선물로 부담을 주는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 리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 제이드와 아까 전 플로이드의 행동을 겹쳐 본 건지, 한숨을 푹 쉬었다.

 

“새삼스러운데 너희 둘은 정말 다르구나.”

“쌍둥이라고 꼭 성격까지 같아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얼굴은 똑같이 생겼잖아?”

“똑같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당장 아이렌은 자신들을 금방 구분하는데, 못 알아보는 쪽들이 이상한 게 아닐까. 물론 아이렌이 특별한 걸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지.

그래서일까. 과연 어떤 선물을 준비해 올지 기대된다.

생일까지 며칠 남았는지 머릿속으로 세어 본 제이드는 들뜬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잘 다스리며 수업 준비를 마무리했다.

 

 

✻✻✻

 

 

11월 5일. 매년 돌아오지만 결국은 기대하게 되고 마는 생일날.

축하와 덕담, 그리고 선물과 함께 일과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제이드는 담화실에 앉아있는 플로이드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플로이드, 그건 뭡니까?”

 

막 포장을 풀어보고 물건을 확인하던 플로이드는 형제의 부름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답했다.

 

“아기새우가 줬어.”

“흠, 생일 선물인 거군요? 뭘 받으셨습니까?”

“이거.”

 

자랑할 순간이 돼서야 눈을 마주 볼 마음이 든 건지, 잔뜩 들뜬 얼굴로 고개를 돌린 플로이드가 흔쾌히 선물을 내민다. 혹여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서 물건을 받아든 제이드는, 아직 포장 비닐도 뜯지 않은 물병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마크가 찍힌 대용량 물병은 얼핏 보아도 튼튼해 보여서, 조심성 없는 플로이드가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마음에 드십니까?”

“뭐, 가지고 싶다고 말한 것 중 하나이기도 하고. 당장 쓸 수 있는 거니까? 나는 만족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이드는 뭘 받았어?”

 

구경을 마치고 선물을 돌려주던 제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너무 바빠서, 일과 중 아이렌을 만날 시간은 없었다. 즉, 그는 지금 빈손이란 뜻이었다.

 

“저는 아직 선물을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그래? 아기새우, 지금 라운지에 있을걸?”

“그렇습니까? 그럼, 선물을 받으러 가볼까요.”

 

어차피 전할 물건이 있으니 아이렌이 먼저 올 테지만, 굳이 제가 기다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즐거운 시간이 오기만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건 지루한 일이다. 그래서 그는, 직접 상대를 찾아 모스트로 라운지로 향했다.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라운지는 청소하는 1학년들로 분주했지만, 제이드는 금방 제가 찾는 이를 발견해냈다.

 

“아이렌 씨, 여기 계셨습니까?”

 

아이렌은 바 테이블에 앉아, 잔을 닦고 있는 멜로드와 대화 중이었다.

‘이런.’ 부사감의 등장에 더는 여유롭게 대화할 수 없어진 걸 안 멜로드는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빠른 판단 덕에 농땡이를 피고 있던 걸 지적할 이유가 없어진 제이드는, 달아나는 후배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아이렌의 옆에 자리 잡았다.

 

“아, 선배. 마침 연락하려고 했는데. 잘 오셨어요.”

“제가 때맞춰 잘 왔다면 다행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요?”

 

어차피 선물을 주러 온 걸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떻게 보면 완곡한 독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깜찍한 모른 체에 저도 모르게 웃어버린 아이렌은,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준비해 봤어요.”

“이런, 감사합니다.”

 

기껏 해봐야 제 손바닥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세로로 길쭉한 상자는 얇은 종이 포장지로 감싸여있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 굳이 궁금함을 참을 이유가 없는 제이드는 감사 인사를 전하기 무섭게 포장을 뜯어보았고, 이내 공구 같은 것이 그려진 종이 상자를 확인했다.

 

“이건?”

“멀티툴인데, 캠핑용으로 좋다고 해서 샀어요. 평이 좋은 걸로 골랐는데 직접 써본 건 아니라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네요.”

 

그건 참, 실용적인 선물이지 않은가. 여러모로 제 취미나 취향을 생각해 준 선물에 그는 분명히 기쁨을 느꼈지만, 그것과 별개로 조금 시시하다는 생각도 해버렸다.

그러나 그걸 티 내는 건, 서로에게 별로 좋을 게 없겠지.

플로이드와 달리 제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아는 그는 말해봐야 좋을 게 없는 부분은 쏙 빼고 감사의 마음만 전했다.

 

“감사합니다. 소중히 쓰겠습니다.”

“아껴 쓰지말고 편하게 써주세요. 이런 건 쓸수록 이득이니까요.”

“후후, 예.”

 

하지만 역시 아까워서 쓰기 망설여진다. 멀티툴이라면 이미 쓰던 것도 있으니, 잘 보관해 놓아야지.

선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장난하듯 상자를 만지작거리던 제이드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갑자기 고개를 숙여 제비꽃색 눈동자와 시선을 맞춰왔다.

 

“아이렌 씨.”

“네?”

“저를 생각해서 선물을 골라 주신 건 고맙습니다. 그런데 궁금하네요. 저를 고려한 선물이 아니라, 순수하게 아이렌 씨가 주고 싶었던 선물도 있나요?”

 

당연하지만 지금 선물이 싫어서 이런 걸 묻는 건 아니다. 자신은 그저, 아이렌의 속내를 좀 더 알고 싶을 뿐이니까.

당사자도 그걸 알 테지만, 아무래도 천성이 신중해서 그런 걸까. 아이렌은 의도를 읽었음에도 슬쩍 대답을 회피했다.

 

“선물은 상대가 좋아할 걸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걸 줄 때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이쯤 돌려 말했으면 말을 돌릴 법도 하지만, 제이드는 여전히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이건 대답을 해야 끝난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낀 아이렌은 결국 입을 열었다. 상대가 이토록 궁금해하는 데 회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이드라면 더더욱 무시할 수 없다.

 

“글쎄요. 만약 제가 좋아하는 걸 준다면…….”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는 무난한 대답부터 내놓았다.

 

“좋아하는 밴드 CD라던가.”

“좋군요. 아이렌 씨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면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하나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그 외엔 없습니까?”

“그 외엔……, 으음.”

 

처음은 어려울지 몰라도, 한 번 말문이 터지고 나면 속에 있는 이야기도 술술 나오게 되는 법이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던 아이렌은 이내 극히 개인적인 소망을 꺼내 놓았다.

 

“정말 뜬금없는 소리지만, 선배를 재워드리고 싶어요.”

“예?”

“아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보통은 제가 선배에게 도움받는 일이 많으니까, 제가 돌봐드리는 것도 해보고 싶다고 할까.”

 

제가 말해놓고도 멋쩍은지 아이렌은 손을 저으며 시선을 피한다. 제이드는 민망해하는 상대가 문득 신기하게 느껴져, 소리 없이 입술만 달싹였다.

누군가를 돌봐주고 싶다면, 평소처럼 플로이드의 어리광이나 받아주고 원하는 대로 휘둘려 주면 될 텐데. 굳이 자신을 돌봐주고 싶다니. 남의 손을 타는 것보단 제가 누군가를 돌보고 통제하는 게 더 익숙한 제이드에겐, 그건 확실히 ‘뜬금없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그 누가 사랑하는 이의 손길을 싫어하겠는가. 계속된 돌봄이라면 몰라도 일시적인 이벤트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마음을 굳힌 제이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건 금방 받을 수 있을 거 같네요.”

“네?”

“오늘 밤, 아이렌 씨의 방으로 가겠습니다. 잠옷도 제대로 챙겨 갈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그냥 말해보았을 뿐 진짜 주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예상 밖의 상황에 아이렌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이, 제이드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게 아예 쐐기를 박아버렸다.

 

“안 되는 건 아니지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선배 혼자 오시나요? 그냥 제가 선배 방으로 갈까요?”

“아뇨.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저에게’ 해주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실 아이렌이 제 공간에 찾아오는 것도 싫지 않지만, 그래서야 플로이드도 똑같은 혜택을 누리게 되지 않나. 아니, 어쩌면 아예 아이렌을 빼앗겨버릴지도 모르지. 제 형제가 억지를 부리면 반드시 들어주는 아이렌이지 않던가. 모처럼 좋은 날에, 그런 귀찮은 상황은 사양하고 싶다.

 

“저도 가끔씩은 욕심을 부리게 해주시지요. 오늘은 제 생일이지 않습니까.”

 

얼굴 사이의 거리를 좁힌 그는 왼쪽 눈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상대의 앞머리를 손끝으로 걷어냈다.

서로의 숨이 섞일 만큼 가까이 다가온 조각 같은 얼굴에 반사적으로 숨을 참은 아이렌은, 슬쩍 고개를 뒤로 빼야 했다.

 

“언제는 아무 욕심도 안 부리신 줄 알겠어요.”

“이런, 그래도 많이 양보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요.”

“으음.”

 

그건 사실이다. 만약 제이드가 작정하고 욕심을 부렸다면, 분명 제이드나 플로이드 둘 중 하나는 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어쩌면 둘 다 부러졌을지도 모르고.

잠깐 고민하던 아이렌은 목소리를 내어 대답하는 대신, 슬쩍 상대의 손을 잡았다.

조용하지만 확실한 허락에 양쪽 입꼬리가 올라간 그는 새하얀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감사합니다, 아이렌 씨. 최고의 생일 선물을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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