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덷무대해

첫 키스

2020.01.04 / 앙상블 스타즈 - 사쿠마 레이 드림

메이는 입술에 닿아오는 낯선 감촉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의 가벼운 입맞춤과는 다른 느낌이 났기 때문이었다. 파드득, 메이의 놀라는 기색에 감겨있던 눈이 떠지면서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

간신히 터져 나온 말은 제대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니, 레이는 메이의 상태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문은 저쪽일세.”

“네, 네…!”

냉큼 레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틀었던 메이가 멈칫하더니 다시 레이를 향해 섰다. 냉큼 도망칠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것을 보니 무슨 말을 할지 기대가 되는 것도 있었다.

“으…, 숙여봐요.”

“음, 이렇게 말인가?”

웃는 낯으로 허리를 굽히는 레이에 메이가 냉큼 입술에 입을 맞추고선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 때문에 새빨개진 얼굴이 더 도드라졌다.

“내, 내일 봐요!”

순식간에 부실을 뛰쳐나간 메이가 복도를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레이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자극이 좀 셌나 보구만.”

레이의 뒷말을 듣지 못하고 전력으로 부실에서 뛰쳐나온 메이는 커브를 돌자마자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미쳤어.”

쉴 새 없이 뛰는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가벼운 입맞춤은 몇 번이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이 정도 스킨십에는 익숙해졌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허어엉….”

간신히 친구에게 전화해 횡설수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늘어놓은 메이는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마 그나마 통화 중이었기 때문에 집에 찾아온 것이었을 지도 몰랐다.

“내일 봐요는 뭐야….”

침대에 누워서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던 메이가 아까의 상황을 곱씹었다. 다시 떠올려도 침대에 얼굴을 묻고 온몸으로 발버둥을 치고 싶어졌고, 곧 그렇게 몸을 움직였다.

“…내일 어떻게 봐.”

한참을 혼자 자책을 하던 메이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니,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사귀는 사이에! 키스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그렇지, 그 혀, 으앙,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드라마나 영화, 순정만화만 봐도 가벼운 뽀뽀와 같은 입맞춤 다음에는 키스가 있기 마련이었다. 딱히 싫었던 것도 아니고 단순히 너무 놀란 나머지 어쩔 줄 몰랐던 탓이었다.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칠흑 같은 흑발과 새하얀 피부, 자신을 내려다보던 붉은 눈동자. 그리고 그 호선을 그리던 입술….

“그만, 그만!”

연신 오버랩 되는 기억에 메이는 곧 죽을 것만 같아졌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떠오르고, 정신은 점점 멀쩡해져서 잠도 오지 않았다. 결국 한껏 잠을 설친 메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꿈까지 꿨어.”

사쿠마 레이가 나오는 꿈까지 꾼 메이는 자신의 뺨을 톡톡 두드렸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간신히 레이를 만나러 온 메이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레이에게까지 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피곤해 보이는구먼.”

“네, 꿈에 선배가 나와서, 아…!”

딱히 숨길만 한 이야기가 아니긴 했지만, 어제 이후로 꿈까지 꿨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기는 했다. 레이는 자신의 옆자리를 내보이며 손짓했다.

“어제는….”

“아, 아, 어, 사과는 아니죠?”

“…그, 비슷한 걸세.”

“사과하지 마요. 나랑 그, 키, 키스 안 할 거예요?”

놀라게 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하려던 생각이었기 때문에 레이는 메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에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와중에 키스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것도 귀여웠다.

“좀 더 시간이 흐른다면 할 수도 있지 않겠지.”

“…노, 놀라서 그런 거니까! 싫은 건 아니었어요!”

“놀랐다는 게 이미 배려가 없었던 것이 아니겠누.”

“그럼, 이렇게 해요.”

옆에 놓인 레이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친 메이가 살짝 힘을 주어 손을 눌렀다. 아예 손을 들지 못할 정도의 힘은 아니었던 터라, 레이는 손쉽게 메이의 손가락에 손가락을 얽었다.

“…이제 뭘 하면 되겠누?”

“어…, 눈을 감아요…?”

속눈썹이 팔랑거리며 내리감기고,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감췄다. 이내 메이의 입술이 레이의 입술에 내려앉고, 곧 메이의 푸른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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