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11월은 여러모로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메이는 달력에 표시된 생일 표시를 살펴보며 용돈을 가늠했다. 왜 3학년들은 생일이 붙어있는 것일까. 한 명은 10월이나 12월에 태어났어도 괜찮았던 게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던 메이는 책상 위로 엎어졌다. 사귀고 처음으로 맞는 기념일인데 역시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선물하고 싶어진 탓이었다.

“아!”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레이가 좋아할지는 의문이었지만, 같은 남자인 메이의 오빠 말로는 자신이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할 것이라고 하는 탓에 객관적인 평가가 되지 않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터라, 메이는 빨리 월요일이 오기를 바랐다.

“선배, 생일 축하해요!”

“아가씨의 축하를 받다니 기분이 좋구먼.”

“이건 선물이에요!”

활짝 웃는 낯의 메이를 보니 레이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본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예약 메일을 걸어둔 것도 메이스러웠다. 자신은 잘 시간이니 일어나서 만나자는 말이 새삼 반갑게 느껴졌다. 

“빨리 열어봐요!”

“아가씨가 더 기뻐 보이는구먼.”

“선배가 아주아주 좋아해 줬으면 좋겠거든요!”

기대의 찬 눈동자를 보면 레이는 그 무엇이 나오더라도 기뻐할 자신이 있었다. 저렇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레이는 잘 포장된 포장지를 벗겨내고선 상자 안에 담겨있는 것을 꺼내 들었다.

“과연, 아가씨가 기대할 만했구먼.”

“마음에 들어요?!”

“누가 선물한 건데 마음에 안 들 수가 있누.”

약간 높아진 메이의 목소리에 레이는 웃는 낯으로 대꾸했다. 달칵 소리를 내며 스위치를 켜자 부실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손안에 올려둔 달 모양의 무드 등에 서로의 얼굴도 좀 더 가까워졌다.

“이거 터치하면 색도 바뀌어요!”

“요즘에는 신기한 물건이 아주 많구먼.”

신이 나서 색도 바뀐다고 자랑을 하는 메이에게 레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잘재잘 떠드는 목소리를 들으며 손안의 빛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두운 경음부실에 또 하나의 빛이 내려온 것 같았다. 달의 빛을 받아 금색의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오빠한테도 선물 뭐로 할지 물어봤는데, 오빠는 그냥 종이만 줘도 선배가 좋아할 거라고 하는 거예요. 완전, 그게 뭐야….”

“아가씨가 주는 거라면 그냥 종이였어도 좋아했을 것을.”

“그게 뭐예요. 좋은 거 달라고 해요! 갖고 싶은 거!”

메이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다 주겠다는 듯이 말하고 있어 레이는 손안에 동그란 무드 등을 이리저리 굴리던 것을 멈추며 발밑에 내려놓았다. 환하게 빛나던 달이 멀어지면서, 레이는 반짝이는 금빛의 태양을 끌어안았다.

“그럼, 그 ‘오빠’에게는 무얼 선물하누?”

“음, 심부름권이나…?”

“본인도 그 심부름권이 갖고 싶구먼.”

허리를 감싸 안자 자연스럽게 메이가 레이 쪽으로 기대왔다. 서로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고 메이는 정말로 그게 갖고 싶으냐며 되물었다.

“선배는 뭐가 시키고 싶은데요?”

“일단 뽀뽀를 10번 정도 받으면 좋겠네.”

“그건 없어도 가능한데!”

“그럼, 그냥 받아야겠구먼.”

냉큼 레이의 어깨에 팔을 두른 메이가 그 뺨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술이 몇 번이고 얼굴 위에 내려앉자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일 축하해요.”

“이렇게 좋은 걸 받았으니, 본인도 아가씨에게 좋은 것을 주어야겠구먼.”

“기대하고 있을까요?”

“아주 많이 해도 좋네.”

2일에 이여 3일, 카오루의 생일을 지나 9일이 되었다.

언데드의 3학년 둘, 프로듀서까지 11월이 생일이니 다 같이 한 번에 생일 파티를 하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메이는 방과 후에 경음부실로 와달라는 레이의 전언을 받은 터라 빨리 방과 후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기대할 만하다고 호언장담을 했을 정도이니 무엇을 준비했을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코가야.”

“왜 부르냐.”

“선배가 준비한 선물이 뭘까?”

“…하.”

코가는 말을 아꼈다. 천하의 사쿠마 레이가 그런 선물을 준비하고 있음을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고 미친 것이라면 자신은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아졌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최소 지금은 아니라는 것에 위안으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가보면 알거다.”

“…코가야, 넌 알아?”

“그것 때문에! 아니, 아니다! 가서 봐라! 가서!”

코가는 냉큼 부실이나 가보라며 메이의 등을 떠밀었다. 교실에서 멀어지는 메이의 뒷모습을 보며 코가는 결코 오늘은 부실에 가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다른 경음부원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이러라고 있는 부실이 아니었을 텐데, 코가는 냉큼 몸을 돌렸다.

“뭔데 저러지….”

메이는 코가의 반응에 더욱더 궁금해져 발걸음을 바삐 놀렸다. 다른 이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쇼핑백에 담아 품에 안은 채 메이는 레이가 기다리고 있을 부실 앞에 섰다.

“선배, 저 왔…?”

“아가씨, 선물은 본인일세.”

메이는 눈을 깜빡였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풍경은 무엇일까.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머리에 커다란 리본, 커다란 선물 상자, 그 안에 자연스럽게 포즈까지 취하고 있는 사쿠마 레이를 보니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선배가 제 선물이에요?”

“그렇다네.”

이런 커다란 상자는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메이는 짐을 내려놓고 레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자 안에 자신도 들어가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놀라웠어요.”

“기대치에는 충족됐누?”

“이 이상은 없지 않을까요? 내년엔 뭐 주려고요?”

메이의 물음에 레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딱히 답변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지 메이는 레이가 들어가 있는 상자의 안쪽을 보더니 이내 자신도 상자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가씨는 상상도 못 할만한 생각을 하는구먼.”

“선배보단 아닐 것 같아요.”

레이가 메이의 허리를 잡아 번쩍 안아 올렸다. 같이 상자 안에 쭈그려 앉게 되자 어릴 적에 의자와 이불로 만든 비밀기지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상자도 같이 우리 집으로 배달되나요?”

“물론일세.”

“그럼, 선배는 제 방에서 살 거예요?”

“가능하다면…?”

서로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짧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태어나줘서 고맙네. 아가씨가 있어서 본인의 삶이 바뀌었으니.”

“…저도 심부름권 주나요?”

“아가씨가 원한다면야.”

메이의 귓가가 발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