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첫사랑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처음부터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어여쁜 아가씨에게 느끼는 호감이라면 분명히 있었지만, 그게 사랑으로 변하기까지는 한 참이 걸렸다. 사랑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가슴을 흠뻑 적셔와, 주변이 온통 그녀를 향한 감정으로 흘러넘치고 나서야 상디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상디, 지금 시간 괜찮아요?” 

“네, 레이디!” 

“그럼, 같이 산책하러 가요.” 

 

문가에 서 있는 그녀의 말에 상디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배도 정박해있겠다 다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했고, 배를 지킬 사람도 있으니 나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닷가 걷는 걸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음, 뭔가 좋지 않아요?”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바닷바람에 치맛자락이 펄럭이고, 머리카락도 함께 바람에 흩날렸다. 시야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연신 귀 뒤로 넘기던 그녀가 상디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어 보이는 터라 상디는 어쩐지 가슴을 부여잡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있잖아요, 상디.” 

“네.” 

“막연하게 언젠가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과 결혼을 하고 그렇게 남들 다 하듯이 살 거로 생각했거든요?” 

 

나긋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상디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세 발자국 정도 앞서 걷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어디선가 본 그림과도 비슷해 보였다. 꼭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이. 자신도 모르게 덥석 그녀의 팔을 잡은 상디가 자신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에?” 

“아, 그게….” 

“손, 잡을까요?” 

 

손을 잡고 나란히 걷게 되자 그녀의 목소리가 더 잘 들려왔다. 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은 낯을 많이 가리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그가 잘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은 닫힌 마음을 열기엔 충분했으니 말이다. 

 

“남들 하듯이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점점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야, 좋아하는 사람이 안 생겼으니까요.” 

“아….” 

 

그녀의 말에 상디는 입안이 써졌다. 애초에 해적도 아닌 그녀가 이 배에 있는 것 자체가 기간 한정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배에 머무는 동안엔 최선을 다했고, 배에 있지 않을 때도 종종 그녀를 떠올렸다. 분명 서로에게 호감은 있지만, 호감 이상의 감정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겼어요.” 

“네?” 

 

그녀는 밀짚모자 해적단 말고도 그녀의 보호자를 따라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래서 다양한 곳에서 선물을 사 오기도 하는 것이고, 때론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근래엔 밀짚모자 해적단에 맡겨진다고는 하지만…. 

 

“제가 아는 사람인가요?” 

“네…, 처음엔 그냥 아는 사이였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을 엄청 믿고 따르고 있었어요.” 

“…그렇군요.” 

 

그녀와 사이가 좋아 보였던 이들과의 장면이 상디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니, 그녀와 함께 만났던 사람, 그녀가 이야기했던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다 떠올려도 이 사람이다, 하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 신경 쓰였어요.” 

“그 사람이요?” 

“네. 정신 차려보니깐 엄청 소중한 사람이 되어있어서, 그 사람한테 있어서 나도 소중한 사람일까.” 

“물론이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녀와 눈을 마주한 상디는 흔들림 없이 그렇다며 대답하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한참을 말없이 모래사장을 걸었다. 파도가 휩쓸고 가지 않은 자리에 나란히 이어진 발자국이 길어졌다. 

 

“만나지 않을 때도, 계속 생각했어요.”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네, 아주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근데 확신이 좀 생긴 것 같아요.” 

“다행, 이네요.” 

 

흐릿하게 웃는 상디의 모습에 그녀가 상디의 손을 놓고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손안에 가득 찼던 온기를 빼앗기자 상디는 가슴이 쓰렸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기에, 그녀가 좋다고 한다면 자신이 뭐라고 나설 입장은 아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이에요.” 

“…네?” 

“당신을 좋아해요. 아주 많이, 좋아해요.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좋아하고 있어요.” 

 

계속 터져 나오는 말에 상디는 자신의 가슴에서도 뜨거운 것이 넘쳐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보다 행동이 더 빨라 냉큼 그녀를 끌어안자, 그녀의 귓가에 심장이 쿵, 쿵 하고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밀착해있는 만큼 그가 내쉬는 숨소리까지 귓가를 어지럽혔다. 

 

“제가 더 많이 좋아해요. 당신이 날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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