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x뱅녀

종뱅. 종수병찬.

종수의 손가락 끝이 병찬의 셔츠 세번째 단추를 쥐었을 때였다. 병찬이 종수의 손목을 붙잡아 세웠다. 턱을 바짝 당긴 얼굴 위에서 치뜬 눈만 서늘하게 종수를 향하고 있었다.

“너, 이러려고 나 만나니?”

그 말에 종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느껴졌다. 병찬이 벌레라도 떼어내듯 종수의 손을 집어 셔츠에서 떼어낼 때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연락없이 자취방에 찾아와서 대뜸 침대에 올라와 앉은 것은 병찬 쪽이다. 종수를 손짓해 불러 침대에 앉힌 것도 병찬이다. 티셔츠 위로 종수의 가슴을 더듬은 것도 병찬이고, 목에 팔을 감고 입술을 붙인 것도 병찬이 먼저였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들으니 억울한 기분이 먼저 들어버린다.

다음으로 떠오른 감정은 죄책감에 가까운 것이었다. 확실히 최근 들어 병찬이 종수의 자취방에 찾아오건, 종수가 병찬의 자취방에 찾아가건 늘 같은 결말을 맞았었으니까. 이래서는 몸만 노린다고 오해해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네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건 비겁한 책임 떠넘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놈으로 비춰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뻔뻔하게, 혹은 능글맞거나 장난스럽게 회피하지 못하는 것이 최종수라는 사람이다. 사과하고 싶다. 오해를 풀고 싶다. 정말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말이 머릿속에 혼란의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안에서 필요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누나.”

“야. 너 아쉬울 때만 누나라고 부르는 거 그만 둬.”

자르듯 쳐내는 말에 종수는 더 이상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병찬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싸늘한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대답은 안 해?”

“…아니야. 그런 거….”

종수는 쥐어짜듯 겨우 대답하고, 병찬을 침대 헤드에 밀어붙이고 있던 몸을 뒤로 물렸다. 이어 주춤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서려는 종수의 어깨를 병찬이 찍어 눌러 앉혔다. 그리고는 번개같이 종수의 무릎 위로 올라타 앉는다. 장난스러운 미소 위로 승리감에 가득 찬 눈이 빛나고 있었다.

“흐응. 그거 유감이네에. 난 이러려고 너 만나는데.”

“야, 박병찬!”

그제야 병찬의 장난을 알아챈 종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비명에 가까운 항의의 뒷부분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다시 목에 팔을 감고 입술을 붙여오는 병찬의 입 안으로. 도저히 종수가 이길 수 없는 누나의 안으로.

————

천자 단문 스피드 라이팅이 재밌던 무렵, 종뱅녀 좋아하시는 분을 위해 뜬금없이 썼던 단문 연성.

뇨타라는 건 어렵군요. 치마 입은 남자가 되어버리거나, 너무 여자같아져서 원 캐릭 느낌이 안 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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