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레님네(220호)

[짓큐미레] 감기

이 인간 하다하다 트친으로 알페스를 함

감기에 걸렸다.

환절기면 으레 생기는 일이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것은, 겨울에서 봄이 되는 정도로 기온이 심하게 변하는 것도 아닌데, 환절기는 환절기라고 미레의 머리를 무겁게 만들었다. 어제는 멀쩡했는데도, 문득 아, 감기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예상치못한 일은 아니었으나 억울한 감정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 푹 자고 물 많이 마시면 괜찮아지겠지. 독감도 아닌 감기야 약 먹으면 사흘가고 안 먹으면 일주일 간다는 말을 떠올리며 잠자리에 들었던 미레는, 제 뺨을 매만지는 조심스러운 손길에 여전히 무거운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 잔 걸까, 도무지 눈꺼풀이 번쩍 떠지질 않았다.

"깼어?"

"오빠......"

"좀 잤어?"

"응...진짜 너무 푹 잤다."

귓가를 파고드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겨우 눈을 뜬 미레는 침대에 걸터앉아 저를 내려다보는 제 짓큐를 바라보았다. 나긋하게 웃고 있는 그는 내번복을 입고 있었는데, 일을 하다 온 것인지 묘하게 비에 젖은 흙냄새가 났다.

"언제 왔어....? 깨우지."

"방금 왔어. 배고프지. 죽 끓여놨으니까 먹자."

"거짓말쟁이. 방금 왔다면서 죽은 언제 끓였담?"

히히. 저절로 새어나오는 웃음과 함께 미레는 짓큐의 손을 잡아끌어 제 뺨에 가져다댔다. 맛있는 냄새가 나더니 죽 냄새였구나. 먹고 싶은데...조금 더 자고 싶기도 하다.

"아직 열이 좀 있는 것 같네. 병원 안 가도 되겠어?"

"내일 가려고...오늘 아마 병원도 쉴 거라."

열이 나서 그런가, 뺨에 닿은 짓큐의 손이 시원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다. 그렇게 미레가 눈을 감고 잠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짓큐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이 좀 깨고 나서는 짓큐가 끓인 죽을 먹었다. 계란이 풀린 야채죽이었는데, 오래 자서 그런가 허기가 져서 금새 한 그릇을 비우고는 숟가락을 내려두었다. 맛도 있었다. 배가 불러서 그런가, 누구 오빠가 이렇게 요리도 잘해?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츠타다라서 그런가? 그럼 후쿠시마도 요리를 잘할까?

"오빠 오늘 내번인데 어떻게 왔어?"

"야겐이 바꿔주겠다고 해서, 부탁하고는 왔지. 와보길 잘 했지?"

야겐 고마워...소파에 앉아 속으로 중얼거리던 미레는 그제야 감기가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 오빠랑 떨어져있어야하는 거 아닌가? 오빠 감기 옮으면 어떻게 해?"

"걸려본 적 없고, 걸릴 거라는 생각도 안 드는데."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그럼 미레 덕분에 출진이랑 내번 좀 쉬는 거지."

그러니까 괜찮다며, 미레의 옆에 앉은 짓큐가 미레의 어깨에 담요를 둘러주었다. 더운데...하는 미레의 말에 짓큐가 어깨를 끌어안아 당기며 답답해도 쓰고 있자, 오늘도 비가 와서 날이 서늘해, 하고 말했다.

"티비 틀까?"

"아니, 머리 아플 것 같아. 그냥, 오빠 목소리 듣고 있는 게 좋아."

평소같으면 거리감 없는 짓큐의 행동에 화들짝 놀랐을 텐데, 아파서 그런가, 어리광이 좀 부리고 싶은 걸까. 미레는 짓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그러니까 나랑 이야기하고 놀자며 짓큐를 졸라댔다. 미레의 짓큐는 미레의 말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으므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하며 입을 열었다.

사소한 일상. 큼직한 사건. 지나가듯 잊어도 좋은 이야기, 꼭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 미레가 없는 짓큐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 짓큐가 없는 미레의 시간 동안 있었던 이야기, 함께 있는 지금 무슨 기분이 드는지...

"좋다."

"응, 나도."

여전히 미열이 남아있어서 머리가 멍하고,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어 공기가 눅눅했지만 미레는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 모든 것이 좋았다.

그것은 분명 곁에 있는 이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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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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