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 가죽이나 천, 고무 따위로 좁고 길게 만든 띠.
“제시, 괜찮으면 거기 그거 좀 집어줄래?”
약간은 푸석하게 일어난 길다란 갈색 머리칼이 하얀 손을 따라 길게 늘어졌다. 부스스하게 상한 머리 끝이 햇살에 부서지며 옅게 색소가 빠진 빛깔로 반짝이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하얗게 일어난 먼지 마저도 황홀하게 보일 지경인 볕이 잘 드는 나른한 오후였다. 제시는 길게 늘어지는 하품을 하며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뒤죽박죽, 엉망으로 흐트러진 침대 협탁 위로 루시가 아무렇게나 머리를 묶을 때 쓰곤 하는 길다란 천이 반쯤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거?”
“응, 그거.”
잠에 취한 목소리에 이어지는 대답이 경쾌하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어 보기 좋게 정돈하던 이가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뒤에 있는 제시를 바라보았다. 예쁘게 휘어지는 옅은 푸른색 눈동자가 햇살에 더욱 흐린 빛깔을 띠는 것에 눈에 들어왔다. 제시는 조금 휘청거리는 몸짓으로 침대 협탁에 놓인 루시의 머리끈을 손에 쥐고는 천천히 커다란 창을 마주 보고 서 있는 이를 향해 걸어갔다.
햇살이 눈부신 정오의 창 밖을 바라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이의 하얀 얼굴을 따라 빛이 번지고 그림자가 진다.
그 애의 성정과도 같이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머리칼을 매만지던 이가 손을 뻗어 제시의 손에서 긴 천을 받아다가 흘러내리는 머리를 깔끔하게 하나로 묶고 꼬아서 틀어 올렸다. 갈색 머리칼과 섞여 들어가는 짙은 노랑색의 천이 조화로웠다. 여전히 졸음이 묻어나는 얼굴로 제시가 고개를 살짝 숙여 창 가에 있는 사랑스러운 이의 머리 위로 입을 맞추었다.
“하하, 간지러워.”
맑게 울리는 목소리, 햇살에 부서지는 윤기없이 푸석한 갈색 머리칼이 바삭거리며 입가에 닿았다 떨어지는 감촉이 좋았다. 제시, 제클린 세스가 사랑스러운 그의 연인 루레나 시그렌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
아주 오랜만에 맞이하는 듯한 평화로운 오후의 시작이었다.
원래는 헤어밴드랑 던전밥이랑 밴드랑 벤시를 착각한 라이오스의 어쩌구저쩌구의 연성을 늘어놓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오리지널 창작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스24에는 아직 마지막 권이 나오지 않아서 보지 못햇습니다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꼭 2차 연성을 해야지하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던전밥, 보세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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