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프 챌린지

그래도 될까?

글리프,3주차 챌린지 가지 않은 길

그날 그때에 네가 길을 잃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날 그때에 네가 ‘보이지 않은 이’라서 그 길로 접어 들지 않고, 인간들의 길을 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보잘 것 없는 하급 요괴에 불과해서 알 수 없지만 그랬더라면 우리는 만나지 않고 그대로 서로의 삶을 살았을 거다. 너는 퇴마사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으로 살았을 수도 있을 거고. 그랬더라면 더더욱 우리는 만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지지 않은 채로 각자의 길을 걸어갔을 거다.

너는 나의 울타리였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네 손에 기대어 조그마한 꽃송이들을 늘여놓는 게 전부인, 네가 ‘시이’라고 이름 지어준 너의 작은 요괴는 원래라면 만나지도 못했을 거물들과 만나 너로 인해 인연을 맺고 그리하여 너에게 보호받았다. 요괴의 길에서 울고 있던 어린 세살의 인간 아이를 구해준 건 조그마한 나였지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를 구해준 건 오직 너였다.

내게 ‘시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조그마한 나는.

네가 나에게 아주아주 큰 의미가 되어준 만큼, 너에게 아주 조그마한 의미라도 되었을까?

그렇니, 히나?

너는 그대로 요괴의 길을 벗어나서 나를 잊을 수도 있었다. 나는 너를 돌려보내고 돌아가 조그마한 요괴의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너는 내게 이름을 주었고 나는 그렇게 어린 인간의 아이의 곁을 지켰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퇴마사가 되었다. 너는 재능이 있어서 얼마든지 나를 잊고 눈부신 것들에 휩싸여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 거대한 것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너의 작은 ‘시이’를 잊지 않았다.

무수한 가지 않은 길들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가지 않은 결과들이 하나하나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며 흘러내린다.

히나, 나는 너를 만나 ‘우리’가 되었고 우리는 너를 만나 ‘의미’를 찾았다. 이름을 얻었고 네 곁을 아주아주 오랫동안 지키며 무수히 많은 추억의 구슬을 반짝 쌓아왔다.

그건 네가 우리의 곁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영원히 변치 않을 거다.

나는 보잘 것 없는 조그마한 아무 재주도 없는 요괴이지만, 그래도 네가 사랑하는 어린 아이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히나.

조금만 더 네 곁에 머물러도 될까?


나츠메 우인장을 떠올리며 적어보았습니다.

나츠메 우인장 7기가 곧 나온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7년 전인데 7년만에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너무 기대됩니다. 또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잔뜩 펼쳐지겠죠.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리프 3주차 주제도 이렇게 완료!

카테고리
#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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