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본연의

시계 by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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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원래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방향으로 몸이 향하다니. 나를 부르는 것은 죽은 이의 혼인가, 인간을 잡아먹는 정령인가? 푸른 이끼와 초목, 희귀한 꽃과 열매로 연결된 길은 길이라 할 수 없을 만큼 혼잡하고 아름다운 온전한 자연 그대로였건만, 나는 이끌림을 따라 분명하게 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숲을 지고 사는 만큼 숲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감히 무시한다는 선택지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위험 구역이란 표지판을 직접 흙 깊숙이 박아 넣고 굵은 밧줄로 단단히 매듭지어 고정한 후 꾸준히 관리해 오던 게 나다. 표지판을 넘겨보고 멋대로 숲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쫓아내거나 잡아 오던 게 나다. 자연의 분노를 사면 안 된다고 호기심을 눌러 참고 살던 게 나다. 이 부름은 여지까지의 나를, 내 삶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제 먹은 버섯 수프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간 참던 것을 해소하라는 뜻으로 여신님이 친히 꿈을 내려주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외에도 더 떠오르는 가정에 머릿속이 한여름에 우거진 수풀처럼 넘쳐났으나 전부 코웃음이 나오는 것들이었지. 그래, 다 말도 안 됐지만 그중에서 가장 어린애 소꿉장난 같은 게 딱 지금 상황인 것을!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헛웃음이 이는 빈도가 잦아졌다. 두꺼운 천과 가죽으로 둘둘 싸맨 차림새였는데도 날카로운 가지에 찢겨나간 몸 몇 군데가 따끔거려왔다. 얼굴은 짐승이 할퀴고 간 것처럼 불타는 듯했고 식은땀이 등판을 적셨다. 그럼에도 온몸과 마음이 그것에 쏠려있었으니 내 혼이 그것을 환영함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희열이 번져나간 자리로 환희가 흘러들어오고 본능에도 가까운 반가움이 들어찼다. 마침내, 신비의 중심에 다다라 아까와는 다른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앞을 가로막은 잎사귀를 한 겹 벗겨내니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동시에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그것이 있었기에. 그것이 나를 인식했기에. 그것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것을 그것이라 부르는 일은 용납되는가? 그 앞에 있자니 마치 한낱 벌레와도 같은 미물로 변한 듯했다. 아니, 나는 원래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미물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우친다. 텅 빈 듯 꽉 찬 시선에 전신이 발가벗겨지고 영혼마저 꿰뚫린다. 수치심이나 두려움 따위 생겨날 공간은 없으며 본연의 경이만이 전신을 울렸다. 통제할 수 없는 웃음으로 몸이 들썩였다. 웃음? 또는 울음? 나는 알 수 없이 확고한 원인으로 거의 흐느끼고 있었다. 시야가 푸르게 뒤집히기도 했다. 어느샌가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설 수가 없는 탓임을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나였던 것은 발악하며 외친다.

보거라! 온갖 귀한 것들로 들어찬 공간을 부러 막아둔 것은 전부 우릴 위한 일이었다! 돈, 학문, 호기심, 그 어떤 것으로도 파헤치면 안 되는 것이 이곳에 존재한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그래, 나는… 틀리지…… 길…. 길. 숲으로 오는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가면 안 되는 길. 어디 누가 길부터 다시 막아다오…… 바깥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길부터…… 얼른………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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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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