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완벽한 겁쟁이

가지 않은 길

Archive by 곰지기
7
0
0

#주간창작_6월_3주차

내가 너였더라면, 네가 나였더라면 어땠을까. 그때도 우리가 눈을 마주하고 앉아 시덥잖은 일로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종종 그렇게 생각하면 속이 하염없이 답답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완벽한 상상 속에서 너와 나는 등을 마주한 채 어떠한 이야기도, 시선도 나누지 않고 있다. 이토록 현실적인 풍경이 내 머리에서 나온 상상일 뿐이라니 믿겨지지 않는다. 단지 그 뿐이다. 우리가 지나가다 마주친 사람들마냥 아무 말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 우연히 카페에서 뒷자리에 앉아 등을 마주하고 있을 뿐. 상상만으로도 괴로웠고, 서글펐다. 그래서였을까.

실체 없는 무언가에 겁먹고 마음을 졸이기보다 너와 웃는 걸 택한 내가 잘못했던 걸까. 그래서 넌 나를 떠난 거겠지.

너의 그 또렷한 눈동자가 나를 투과해 먼 곳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너는 정말로 나와 함께 모든 것을 품기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너의 앞에 내던져진 나는 매순간 작아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너를 놓고 싶지 않았고, 곁에 있고 싶어서 있는 힘껏 허세를 부렸었다. 그런 나를 보고 너는 늘 밝게 웃어 주었다. 다 알고 있었으니까. 너는 상냥하니까. 뒤돌면 사라질 나의 허세따위 너라면 쉽게 눈치를 챘겠지.

더 이상 나를 보러 오지 않을 거란 걸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알았다. 그동안 많이 참아왔고 이제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거란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너에게 손가락 하나 닿지 못하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았고, 질끈 감은 눈속에서도 네가 떠나가는 모습이 훤히보였다. 같이 갈 수 있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고 울며불며 매달려 하얗게 변할정도로 힘을 준 너의 단단한 주먹을 붙잡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겨우 맞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 맹세하며 네가 가려는 길을 나란히 걸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됐다. 나에게서 멀어진 너는 언젠가 다시 환하게 웃고 있을 거고, 그 옆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더더욱 환하게 웃으며 서있을 터였다.

나의 완벽한 상상 속 미래를 위해서라도 네가 가야 하는 그 길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가야만 했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챌린지 있다는 공지 보고 냅다 써버렸다…

이게 맞나 싶지만 낙서장으로 쓴다고 생각하면 뭐 괜찮지 않을까.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