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홍윤/밍쫑]Unavailable

직장인 AU 대리 홍지수 X 사수 윤정한 X 인턴 김민규

* 지인 리퀘스트 작

** 작성자는 세븐틴 팬이 아닙니다. 호칭, 성격, 말투 등 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 24년 위버스에서 송출된 나나투어-세븐틴 편 시청 후 작성되었습니다.


Written by. 이스터

2024.02.18 完

평화로운 주말. 창가로 내리쬐는 빛에 먼저 눈을 뜬 건 지수였다. 햇볕이 눈꺼풀 위를 간지럽히는 탓에 들어 올린 속눈썹은 길진 않았으나 풍성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제 연인의 잠든 얼굴에 지수의 입가가 옅게 호선을 그렸다. 아, 옆으로 긴 눈매 아래 도톰하게 올라오는 애교살도.

“정아나-”

말꼬리를 늘려 부르자 정한의 감긴 눈꺼풀이 잘게 떨리며 미간을 찌푸린다. 조금 더 자게 둘까 싶다가도 움찔거리는 얼굴이 귀여워 자꾸만 귓가에 이름을 속삭였다.

“정한아, 일어나.”

“으-….”

“정하나아아-”

“그만…그만…”

고개를 옅게 저어가며 팔을 휘적거린다. 품에 꽉 끌어안으니 우우응- 앓는 소리를 내다가 결국 눈을 뜬다.

“일요일이잖아…. 더 자자…”

마지못해 뜬 눈꺼풀엔 졸음이 가득했다. 잠결에 드러난 이마를 맞대고 정한의 눈 속에 저를 가득 채우니 흐릿했던 눈동자에 빛이 든다. 지수가 손을 뻗어 이리저리 뻗친 정한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사귄지 3년, 함께 살게 된 지는 1년. 홍지수와 윤정한은 안정기에 접어든, 하지만 여전히 달콤한 연인이었다.

“출근하기 싫다.”

“응…완전…”

출근할 땐 그리도 길던 48시간이 주말만 되면 48분 같다. 눈을 뜬 지 꼭 12시간 째, 두 사람은 나란히 산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직장인은 잠자리에 들 시간.

“아, 인턴 출근이 내일인가?”

“응."

"정한이 고생하겠네.”

“괜찮아, 3개월인데.”

정한은 월요일부터 출근할 인턴을 담당하게 됐다. 3개월 동안 본인 업무하랴, 인턴 돌보랴, 인턴 과제도 봐줘야겠지. 지수는 정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힘들면 말해.  마른 허리를 한참 토닥이며 두 사람은 같이 잠이 든다.

“안녕하십니까! 사업개발팀에 인턴으로 일하게 된 김민규 입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넓은 어깨, 정장 재킷 위로도 보이는 탄탄한 가슴. 사무실을 돌며 자기소개를 하는 인턴이 지나갈 때마다 여직원들의 키보드 소리가 빨라진 건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키 크다. 정한이 본 인턴의 첫 인상은 그랬다. 잘생겼긴 했는데- 그래도 우리 슈지가 더? 팔불출 같은 생각도 함께였다.

“윤 대리, 인턴하고 잠깐 회의실로.”

“네.”

민규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두리번거리다, 움직이는 정한을 발견하곤 냉큼 따라붙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윤정한 대리예요.”

“김민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회의실로 들어가자 부장과 정한과 민규가 소속된 1팀 팀장이 먼저 앉아있었다. 맞은편에 정한이 앉자 눈치를 보던 민규가 그 옆에 엉덩이를 붙인다.

“3개월 동안 함께 일할 김민규 씨고요. 이쪽은 3개월 동안 민규 씨를 도와줄 윤정한 대리예요.”

“네!”

“하하, 씩씩해서 좋네. 우선 내일까지 1개월 차 목표합의서 제출하고, 1개월째 되는 날 2차 목표합의서 제출해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주에 PT 있으니까 준비 잘해주시고. PT 주제는 신사업 개발로 하면 돼요. 너무 허무맹랑 하지만 않으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요.”

“네 알겠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이니까 윤 대리가 많이 알려줘요. 민규 씨도 많이 배우고.”

“네.”

정한이 살짝 웃었다. 민규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정한을 따라 웃는다.

“그리고 인턴 왔으니까 회식해야지?”

“부장님, 오늘 월요일인데-…”

“월요일이니까 해야 하는 거 아냐? 민규씨 뭐 좋아하나?”

“다 잘 먹습니다!”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를 마친 넷. 자리로 돌아온 정한은 옆자리의 민규가 컴퓨터를 키고 자리를 정리하는 틈을 타 사내 메신저를 켰다.

홍지수Joshua(BD4) ,윤정한(BD1)

윤정한(BD1)(온라인) 부장님이 오늘 환영회 하자는데?

홍지수Joshua(BD4)(온라인) 나 오후에 외근있는데.

윤정한(BD1)(온라인) 언제 들어오는데?

홍지수Joshua(BD4)(온라인) 늦을 거야. 우리 팀장님이랑 같이 나가는 거라

윤정한(BD1)(온라인) 그럼 우리 팀만 하려나?

“선배님, 컴퓨터 로그인 다했어요.”

민규의 말에 정한의 키보드가 멈췄다. OTP 세팅까지 알려준 그는 공용클라우드에 접속하여 파일 몇 개를 내려받아 주었다.

“우리는 국내 사업을 맡고 있어요. 1팀, 2팀은 국내, 3팀은 아시아, 4팀은 북미, 그 외는 5팀.”

정한의 말에 민규가 얼른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종이 위에 제가 한 말을 휘갈겨 적는 모습에 정한이 조금 더 천천히 말했다.

“먼저 조직도 한 번 확인해보고요, 클라우드에 팀별 연간 계획표 있거든요? 민규 씨는 1/4분기만 확인하면 되겠네요. 아 그리고 매달 초에 먼슬리도 진행하니까 알고 있어요. 저번 달 먼슬리 자료도 클라우드에 있으니까 봐요.”

“네 알겠습니다.”

“우선 오늘은 업무 파악 먼저 할까요? 그리고 목표합의서 우선 혼자서 써볼래요? 점심 먹고 나서 봐줄게요.”

민규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우스를 딸깍대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는 민규를 보며 정한도 제 컴퓨터로 눈을 돌렸다.

홍지수Joshua(BD4) ,윤정한(BD1)

홍지수Joshua(BD4)(온라인) 정한아 밥 먹자

윤정한(BD1)(온라인) 인턴 데리고 가도 돼?

홍지수Joshua(BD4)(온라인) 응 그럼.

지수는 주말 동안 쌓인 메일을 확인하느라 뻑뻑해진 눈을 깜빡였다. 점심시간이네. 정한에게 메신저를 보내자 곧장 답장이 온다. 다 같이 우르르 몰려 나가 밥을 먹는 분위기가 아니라 입사 극 초반을 제외하곤 별 다른 일정이 없으면 점심은 둘이서 함께했다.

"안녕하세요! 김민규입니다.“

“4팀 홍지수예요.”

“슈아야 슈아. 슈아 대리.”

“조슈아라고 불러도 돼요.”

“아닙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홍 대리 님!”

세 사람은 나란히 직원 식당으로 내려갔다. 지수와 정한의 뒤를 따르며 걷던 민규가 저를 흘깃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오-”

민규의 스스럼없는 인사에 힐끔대던 여직원들이 얼굴을 붉혔다. 그도 그럴 게 지수와 정한이 나란히 입사했을 때도 여직원들의 키보드 타자 소리가 엄청나게 빨라졌었는데. 미남 셋이 줄줄이 식판을 받고 나란히 앉아있으니 없던 입맛도 도는 풍경이었다.

“사개 팀 꽃돌이 왜 또 늘었냐?”

“내 말이… 진짜 저 팀은 신규 뽑을 때 얼굴 보고 뽑냐고오-”

“신삥 몸 좋은 거 봐라, 셔츠 터지겠다.”

“근무환경 미쳤다…존나 부러워.”

“올라가자마자 인사공지 확인 한다. 몇살인지 봐야겠어.”

“몇살인지 알면 어쩌게? 딱 봐도 이제 막 대학교 졸업했겠구먼. 양심이 있어라 좀.”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들의 눈이 얼마나 음험한지 모른 채 셋은 식사에 여념이 없다. 시시콜콜한 업무 얘기를 나누는 지수와 정한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던 민규. 국을 뜨려는데 익숙지 않은 넥타이가 툭 국그릇을 스친다.

“아이고.”

“어떡해.”

가만히 있었으면 넥타이만 버렸을 것을. 곧장 몸을 세우는 바람에 셔츠에까지 국물이 튀었다. 어버버 거리는 민규를 보며 정한이 티슈를 챙겨와 건넸다.

“괜찮아요?”

“아, 네.”

“탕비실에 세제 있으니까 묻혀놓으면 지워질 거예요.”

“집에서 세탁하면 되요, 괜찮습니다.”

지수의 말에 민규가 멋쩍은 듯 웃었다. 얼룩진 셔츠 차림으로 세 사람은 회사 앞 카페에 갔다. 각자 음료를 시켜놓고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시간으로 북적이는 카페는 소란스러웠다.

"그럼 고등학교까지 쭉 안양에서 있었던 거예요?"

"네"

"나는 서울 토박이."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민규는 낯가림이 없는 듯 스스럼없었다. 지수와 정한이 혹시나 어색할까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오히려 민규쪽에서 먼저 제 얘기를 했다.

흔한 호구조사가 이어지던 중, 테이블 위에 뒀던 진동벨이 윙윙 소리를 냈다.

"음료 나왔나 봐요. 제가 가져올게요."

민규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척척 카운터로 다가가 트레이 위로 빨대를 올려놓더니 양손으로 트레이를 든다.

"인턴 좀 귀여운 것 같아."

"그래?"

"응 보고 있으면 커다란 강아지 같애."

정한이 낮게 속삭였다. 지수는 한쪽 팔로 턱을 괴며 정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봤으면 의아하리만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벽을 마주하는 자리라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선배님, 음료- 앗!"

"민규씨!"

"괜찮아요??"

쿵! 양손에 트레이를 든 민규가 옆으로 넘어졌다. 다행히 트레이를 엎지는 않았으나 음료가 쟁반과 바닥에 흥건했다. 커다란 덩치가 동화 속 가녀린 공주님마냥 다리를 옆으로 뻗고 넘어진 모습이 꼴사나웠다.

"고객님 저희가 치울게요!"

손끝에서 커피와 음료가 뚝뚝 흐르는 손을 어찌할 줄 모르던 민규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화장실로 달려갔다. 붉어진 귀와 목덜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죄송해요... 구두가, 어색해서..."

"아닙니다 고객님. 다치지 않으셨죠?"

손을 정리한 민규가 대걸레로 자리를 치우고 있는 직원에게 연거푸 사과했다. 직원의 이마에 힘줄이 돋은 것 같았으나 그녀는 프로답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다시 테이크 아웃으로 음료 석 잔으로 새로 구매한 세 사람이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다치지 않았으면 됐죠."

"맞아요."

정한과 지수가 민규를 달랬다. 민규는 슬리브가 끼워진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아먹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꼬리가 축 처진 강아지 같은 모습에 정한은 웃음을 참아야 했다.

'슈아도 없고 졸리네.'

흘긋 옆자리 인턴을 바라보자 집중한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훔쳐볼까 말까. 고민하다 어련히 물어보겠지 싶어 정한은 핸드폰을 들었다.


슈지 바빠?-

-응 조금

끝나면 연락해-

-미안

외부 미팅으로 정신이 없나보다. 평소보다 짧은 단답형에 정한이 핸드폰을 뒤집었다. 슈아도 바쁘니 집중 좀 해볼까- 싶던 찰나. 민규가 제 눈치를 본다.

"선배님, 목표합의서 다 썼어요."

"같이 봐 볼까요?"

정한이 의자를 끌어 민규 옆으로 당겨 앉았다. 민규가 슬금슬금 자리를 옮겨 공간을 내어준다.

"으음- 잘 썼어요. 잘 썼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민규 씨는 신입이고 첫 달이니까 뭘 하겠다 보다는 어떤 걸 중점적으로 배울지를 작성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정한이 부러 가벼운 톤으로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 깊고 진한 눈이 마주친다.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눈에 정한이 어색하게 웃었다.

"다시 수정해서 주세요. 그래도 꼼꼼하게 잘 썼어요."

"네."

덜덜덜 바퀴 달린 의자를 밀고 제자리로 돌아간 정한. 겨우 3초 남짓 마주쳤을 뿐인 눈망울이 뇌리에 박힐 정도로 인상적이다. 괜히 목을 이리저리 돌려 스트레칭을 해본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부장님이 상무님께 불려가는 바람에 흐지부지된 회식은 금요일로 연기되었다. 정한은 핸드폰으로 지수와의 메신저 창을 키며 민규에게 인사했다.

"내일 봐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1 많이 늦어? 나 먼저 집에 가 있을게-

사라지지않는 읽음 표시에 정한도 가방을 챙겼다. 사원증을 태그하고 로비로 나오자 퇴근하는 직원들로 북적거린다.

"으-"

만원전철에 올라타자 피곤이 배로 몰려오는 기분이다. 환승역에 다다를 무렵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웅웅 몸을 떨어댔다.

"응 슈아-"

-나 이제 끝났어. 퇴근했어?

"응. 집 가는 중."

-금방 갈게. 집에서 봐.

한껏 예민한 와중에도 정한은 지수의 목소리에 사르르 웃는다.

출근 둘째 날 아침. 민규는 여전히 어색한 셔츠에 타이를 만지작 거리며 다짐했다. 오늘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넘어지지도 말고, 잃어버리지도 말고.

교육 둘째 날 오후. 정한은 오늘만 세 번째로 민규의 잘생긴 얼굴이 잔뜩 울상이 되는 걸 보며 생각했다. 쟤, 헛똑똑이네.

김민규는 어디서든 넘어졌다. 뭐든지 잃어버렸고, 어디서 쿠당탕탕 소리가 나면 대부분 김민규가 친 사고였다.

"민규씨, 괜찮아요?"

"윤 대리님...."

하지만 남자다우면서도 앳된 얼굴이 풀이 죽어 흘긋흘긋 제 눈치를 보는 모습은 그런 사소한 사고쯤은 용서될만한 것이었다.

"정한이 팀 인턴 대단하더라."

"일주일 만에 별명도 생겼어. 또민규라고 또 김민규! 의 줄임말이야."

정한이 킥킥 대며 웃었다. 옥상정원 구석, 흡연자들을 피해 난간에 기대어 선 두 사람은 바깥 공기를 맞으며 답답했던 숨을 토해냈다.

"우리 팀 오늘 회식."

"응, 인턴 환영회?"

정한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수는 술 많이 먹지 마, 혹시라도 취할 것 같으면 미리 연락하라며 종알종알 잔소리를 내뱉는다. 그때 띵띵띵띵 울려대는 사내 메신저 소리에 지수가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입술을 삐죽인다.

"내려가 봐야겠다. 조금 더 있다 와."

"응."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향해가는 지수의 뒷모습을 보며 정한이 눈을 감았다. 으 들어가기 싫어. 기지개를 쭉 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눈앞의 커다란 그림자에 정한이 눈을 크게 떴다.

"민규씨?"

"여기 계셨어요?"

민규가 눈을 접어 웃는다. 무표정일 땐 매서운 눈매가 조금이라도 미소가 띄면 순하디순해졌다.

"물을 쏟아서... 옷 말리러 나왔어요."

검은색 정장 바지가 허리부터 허벅지와 긴 다리에 맞춰 예쁘게 떨어지는 중간, 유독 짙은 부분이 있다. 탄탄한 허벅지부터 무릎까지. 정한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장면에 웃음을 터트렸다.

"팔로 물컵 쳤죠?"

"어떻게 아셨어요?"

놀란 토끼 눈을 하고선 저를 내려다보는 민규. 정한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민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모르겠어."

마르고 작은 손이었다. 크고 예쁜 눈이 반달처럼 접히며 눈 밑 애교살이 드러나고, 얇은 입술이 말려 올라가 희고 고른 치아가 보였다. 자연광 아래 반짝이는 미소에 심장이 쿵쿵거렸다. 제 것이 아닌냥 뛰어대는 탓에 민규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들어갑시다~"

정한은 휘적휘적 민규를 지나쳐 옥상을 빠져나갔다. 민규는 정한의 손길이 떨어져 나가고도 눈을 꿈뻑이며 서 있다 후다닥 그의 뒷자락을 쫓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맑은 소리와 함께 유리잔이 부딪친다. 회식을 사랑하는 사개 팀 부장은 오늘은 자택의 상무님, 와이프의 호출로 카드만 넘기고 사라졌다. 덕분에 1팀 뿐만 아니라 사개 팀 대부분이 참석한 회식은 민규의 환영회 라고 하기엔 규모가 컸다. 물론 여직원들의 유독 높은 참석률의 원인은 김민규였다.

법카로 여는 술병은 달았다. 김민규는 그 자리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질문 공세를 받으면서도 웃으며 대답했다. 민규씨 성격 진짜 좋네! 누군가 말했다. 주는 술은 빼지 않지, 친화력 좋지. 김민규의 잔은 비워질 틈이 없다.

"윤 대리님, 윤 대리님."

"응?...흐흐..."

덕분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윤정한도 초록색, 갈색 가리지 않고 술병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정한도 평소에 술을 즐기는 편이니, 주거니 받거니 둘 앞엔 병이 늘어섰다.

정한은 술이 들어가면 웃음이 늘어났다. 발그레한 광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재미없는 농담에도 빵빵 터지니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오른 김민규도 실없는 소리를 계속해댔다.

"안녕하세요~"

"어 홍대리~ 여기야~"

"과장님, 왜 이렇게 많이 드셨어요"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지수가 회식 장소에 나타났다. 오늘도 역시 외부 미팅이 있던 지수는 집으로 곧장 퇴근해도 됐었다. 하지만 퇴근했다는 말 이후 카톡을 보지 않는 정한이 걱정되어 굳이 차를 돌렸다.

"슈아다~"

"하하, 윤대리 엄청 취했네."

민규에게 반쯤 몸을 기대고 있는 정한. 윤정한 술 마시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닌데, 지수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에 입꼬리를 더욱 끌어올렸다.

"아 홍대리, 윤대리랑 같은 동네 살지?"

"네네- 정한 대리는 제가 챙길게요."

표면적으로 둘은 같은 동네에 사는 유독 친한 입사 동기. 지수는 좀 떨어진 빈자리에 앉으며 곁눈으로 흘끔흘끔 정한과 민규의 테이블을 살폈다. 잘 구워진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자리가 파할 때가 돼서야 지수는 정한의 옆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세요!"

"민규 씨는 어디 살아요?"

"아 저는 아직 지하철 있어요."

다들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나누고 손을 흔들며 헤어진다. 정한은 익숙하게 척척 걸어가 지수의 차를 찾았다. 차 문이 닫히고 회사가 있는 동네를 벗어나서야 툭, 운전대를 잡은 지수의 어깨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슈아야, 인턴 술 엄청 잘 먹어...."

"그래서 많이 먹었어?"

"응, 어쩌다 보니...."

술이 들어가면 애교가 많아지는 정한은 불편하지도 않은지 차창이 아닌 지수의 어깨를 베고 있다. 지수는 한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두 사람의 집으로 향했다.

홍지수는 요즘 톡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일이 잦아졌다. 지수의 책상, 그러니까 사업 개발 4팀은 벽을 등지고 있는 뒷자리였다. 구석진 자리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소음이나 일들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윤정한 옆자리에 커다란 대형견 같은 신입이 온 뒤로 홍지수는 사냥꾼한테 쫓기는 사슴처럼 귀를 쫑긋거렸다.

"민규씨."

"민규씨~"

"으하핰 민규씨!"

귀여워 죽네 윤정한.

지수는 뭔가 그리 귀여운지 탕비실에서 커피를 리필하는 그 잠깐 사이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정한의 말간 얼굴을 향해 몰래 눈을 흘겼다.

원래도 주위 사람 잘 챙기고 다정한 윤정한. 이제 민규가 온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윤정한과 김민규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홍지수의 마음은 널을 뛴다. 어차피 같이 살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김민규가 게이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쓸데없는 불안은 정한을 옆에 끼고 다스리... 기는 무슨.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탓에 정한은 지수의 퇴근을 기다리다 먼저 잠들기 일쑤였다. 하필이면 죽도록 바쁠 때 제 연인 앞에 나타난 몸 좋고 잘생긴 연하라니. 게다가 지수의 눈엔 약간 4차원 기질이 있는 정한인데도, 두 사람은 늘 종알대고 있었다. 홍지수는 먼저 퇴근한다는 정한의 메신저와 함께 사라지는 둘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정한아, 나왔어."

컴컴한 거실엔 현관 센서 등의 불빛만 있다. 잠들었나 보네. 지수는 예민한 정한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잘 준비를 하곤 곁에 누웠다. 그래, 그래도 잠자리에 민감한 윤정한이 이렇게 무방비하게 곁을 내주는 사람은 저뿐이니까. 지수는 잠결에 제 온기를 향해 파고드는 몸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윤정한은 평온하고 홍지수는 불안한 밤이 지나간다.

민규는 제 사수가 너무너무 좋았다. 사람 좋아하고 친구 만드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외향형 인간인 김민규는 내성적인 사수가 저를 간택 해준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 저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 풀어지면 약간 뭉개지는 발음으로 예뻐해 주는 말과 손길. 김민규에게 꼬리가 있다면 프로펠러처럼 돌아갔을 것이다.

그래서 정한의 외근에 따라나서게 됐을 때도 산책 나가는 강아지처럼 정한의 옆에 따라붙었다.

정한이 일하는 모습을 보아두라는 목적이었으므로 민규가 할 일, 아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한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음악도 틀고, 서류도 정리하고, 사수의 말동무를 하고. 각자의 업무에 충실히 임한 둘은, 6시가 되기 조금 전 일이 끝났다. 둘은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집이 어디예요? 태워다 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피곤하실테니 퇴근하라며 고개를 젓는데 정한이 툭 배고프다- 내뱉는다.

"대리님 배고프세요?"

"응."

"저도요."

"밥 먹을래요?"

남자 둘이서 뭘 먹겠는가. 고기지.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아 삼겹살을 구웠다. 늦게 끝났다고 하고 법인카드로 긁어야겠다. 어 저 그럼 더 시켜도 돼요? 응~ 민규 먹고 싶은 거 시키세요. 시답잖은 얘기가 이어져 술도 한 병 시키고.

“민규는 요리 잘하는 구나-”

“잘하는건 아니고요, 그냥저냥. 근데 왜 더 안드세요?”

“배불러.”

“와 입 짧구나. 그러니까 그렇게 말랐지.”

“막 엄청 마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한 정한은 제 앞에 앉아있는 민규의 어깨와 가슴, 팔뚝 등을 보다 괜히 고기 한 점을 더 입에 넣었다.

“인턴 끝나면 뭐해?”

“취준해야죠.”

“아 진짜 힘들겠다…”

“열심히 준비해서 대리님 부사수로 올게요.”

능글맞은 민규의 말에 정한이 웃었다.

“형이라고 불러도 돼~ 사무실 아닌데 뭐.”

“그래요 정한이형?”

알딸딸하게 취한 두 사람. 정한의 법인카드로 야무지게 영수증 까지 챙겨나온 둘은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진 거리를 걸었다.

"아 밤 되니까 춥네."

“형 술깨나 보다.”

정한이 제 팔을 쓱쓱 쓸어내리자 민규가 팔에 들고 있던 재킷을 건넸다.

“안 추워?”

“더위 많이 타서 괜찮아요.”

“고마워~”

민규의 재킷을 받아든 정한이 팔을 꿰었다. 길이도 품도 넉넉하다. 두 사이즈는 클 재킷을 빌려 입고는 주차장으로 다시금 향하는 발걸음에 장난기가 묻어난다.

"윤정한?"

"응?"

주차장 입구, 민규가 잠깐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웠다. 정한은 대리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앱을 키려는 그때, 뒤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에 정한이 뒤를 돈다.

"슈지?"

"정한아, 외근 갔다더니 여기였어?"

지수의 외부 미팅 장소도 인근이었나 보다. 두 사람 다 저녁을 먹고 들어간다는 연락 이후 답장이 없어 근처에 있는 줄도 몰랐다. 지수는 반가운 마음에 정한 앞으로 다가갔다. 옅게 나는 술 냄새와 함께 품이 맞지 않는 재킷에 슈아의 눈에 의문이 깃든다.

"옷 누구 거야?"

"홍 대리 님 안녕하세요!"

그때, 셔츠차림의 민규가 밝게 인사했다. 윤정한에게 입혀진 품이 큰 재킷, 셔츠에 타이만 메고 있는 김민규. 지수는 울컥 치미는 화를 다스리려 옅게 웃었다.

"아, 둘이 술 마셨어?"

"어어, 조금."

"으응… 그렇구나…."

지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대답 한 마디에 세 사람 사이의 공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분위기를 읽은 정한이 재빨리 민규 앞으로 가 섰다.

"민규씨, 택시 불러줄 테니까 택시 타고 가. 슈아가 근처 살아서 난 슈아한테 운전해달라고 해야겠다."

"아, 네. 감사합니다."

다행이 택시는 순식간에 도착했고, 민규에게 재킷을 건네주고 문까지 닫아주었다. 정한은 민규가 탄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드는 지수에게 다가갔다.

"슈아, 화 났어?"

정한의 기민한 촉은 지수가 화를 내기 전에 그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에 미쳤다.

두 사람은 거의 싸운 적이 없다. 둘 다 원체 배려심 많은 성격이기도 했고, 홍지수는 윤정한의 예민함과 4차원을 재미있게 받아들였으며, 윤정한은 홍지수가 제 장난을 어디까지 받아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서로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며 보고 있으면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냐. 저녁엔 쌀쌀한데 왜 얇게 입었어. 얼른 집에 가자."

윤정한의 차 운전석에 올라탄 지수가 익숙하게 시동을 걸었다. 무거운 분위기에 음악이라도 틀려는데, 블루투스 목록에 지수와 정환의 핸드폰이 아닌 다른 기종의 모델이 적혀있었다.

“피곤하면 자 정한아.”

“아, 응…”

지수는 속으로 되뇌었다. 한 달 반. 한 달 반만 있으면 김민규는 나갈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초조하지 않아도 된다고 걱정할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마음 아니던가. 시간은 흐르고, 윤정한은 김민규와 더욱 가까워져 투덕거리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윤정한이 김민규를 괴롭히면 민규가 하지 말라고 또 다시 그를 건드리는 식. 홍지수는 큰 손으로 태양혈을 꾹꾹 누르다 애써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했다.

잘 참고 있던 지수가 터진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잠깐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고 핸드폰을 들었다. 습관적으로 SNS에 들어갔고, 정한의 인스타그램에 스토리가 올라와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남자를 찍은 사진.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그건 김민규였다. 아마 언젠간 같이 밥을 먹으며 찍었겠지.

“하-…”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수는 곧장 정한에게 메신저를 보내 옥상으로 불러냈다.

"조슈지 왜?"

"인스타 뭐야?"

“무슨?”

“아까 올린거. 스토리. 민규씨 사진.”

"아, 그거 그냥 사진이 잘 나왔길래."

"그러니까, 왜 그런 사진을 찍냐고 하는 거야 정한아."

지수가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정한도 지수의 반응에 입술을 삐죽인다.

"왜 그래, 스토리 좀 올린 거잖아."

저를 치졸한 사람으로 만드는 정한의 말에 지수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일자로 굳게 다물린 입술에 정한도 이마를 짚었다.

"바로 지울게."

"그런 게 아니야."

"난 왜 우리가 이런 걸로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어 슈아야."

순간 정한의 얼굴에 스친 피로감에 지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윤정한은 홍지수를 사랑한다. 이 전제를 참으로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그건 지수가 정한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데 있었다. 지수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정한을 지나쳤다.

"아 홍 대리님, 윤 대리님 위에 계세요?"

그리고 옥상의 문을 닫고 내려가는데, 바로 앞 계단에서 윤정한을 찾아 올라온 김민규를 마주쳤다.

왜 네 입에서 정한이가 나와?

스스로 유치하다는 걸 알면서도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정한이 위에 없는데."

​"아, 아까 대리님이랑 같이 위로 올라갔다고 하셔서-... 네 알겠습니다."

다시 뒤돌아 내려가는 민규를 뒤따라 지수도 걸음을 옮겼다. 그와 동시에 끼익- 옥상정원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윤정한이 서 있다.

민규가 지수를 한번, 정한을 한번 바라본다. 그리곤 지수를 지나쳐 정한에게 다가갔다. 지수는 홧홧해지는 뺨을 느끼며 발을 굴러 엘리베이터를 향해갔다.

“…혹시 슈아랑 무슨 말 했어?"

"아, 으음... 그게."

"뭔데? 말해줘."

"홍 대리님께 대리님 옥상에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요."

"아… 신경 쓰지 마. 그냥 슈아가 장난친 거네. 내려가자."

정한은 애써 미소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민규는 제 앞을 가로막은 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한의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민규야, 내려가ㅈ…”

"윤 대리님, 아니 윤정한."

"그ㅁ….“

​"나도 형 좋아해도 돼?"

"그만 말해."

"홍 대리 님이랑 그냥 친구 아니잖아."

"그만 하라고 했어."

"윤정..."

"민규씨."

계단 아래 있는 민규를 내려다보는 정한의 눈에 불안이 가득하다.

"적당히 하세요. 여기 회사예요. 내려가요 얼른."

"...네, 죄송합니다."

민규는 입을 다물었다. 퇴근 할 때까지 한 마디도 나누지 않던 두 사람은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각자 귀가했다.

민규는 셔츠 단추를 풀며 쿵! 옷장에 머리를 박았다.

"김민규 미쳤냐...."

민규는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다고 생각했다. 남자 선배한테 고백하고, 그 선배와 그 선배의 연인을 아웃팅 시킬뻔하고... 민규는 몇 번이나 제 머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충동적이었다. 민규가 정한에게 옷을 빌려준 날. 우연히 지수를 마주친날. 민규는 지수의 눈에서 경계와 분노를 읽었다. 정한과 함께 있을 때는 눈이 보이지 않게 웃는 그가 입꼬리만 겨우 올리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가 나타남과 동시에 민규에게 택시를 잡아주던 정한의 표정도. 아, 내가 지금 이 둘 사이의 방해꾼이구나. 모를 수 없었따. 김민규는 멍청이가 아니니까.

하지만 정한이 지수와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제게 ‘윤정한 정도면 가능하냐’는 물음을 가져왔다.

"아이 씨... 정도는 무슨...."

민규는 제가 윤정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지수가 처음으로 제게 적대심을 숨기지 않은 순간, 백번 후회해도 모자를 고백을 내질러 버렸다.


이게 끝이야? 싶으시다면 맞습니다. 끝입니다.

실존인물을 납작하게 투디화 시켜 먹어서 죄송하고요.... 앞으로 노래가 나오면 챙겨듣도록 하겠습니다…b

나나투어에서 윤정한 그냥 유죄인간 그잡채라 놀랐고요 제가 원래 맨날 윤정한 예쁘다고 말하고는 다녔는데 얘가 또 예민미가 있더라고요? 예쁘고 예민한 애들한테 환장하는 덕분에 윤른을 잡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세상에 저 덩치에 여권잃어버리는 김민규를 보며 미친 이게 바로 187연하도짓코댕댕공이구나 하고 생각했고, 피렌체팀에서 ㅈㄴ 얌전한데 자기주장 확실한 최승철, 확실하게 똘끼가 있어뵈는 윤정한을 다 맞춰주는 홍지수 보면서 아 얘는 천상 다정공이구나…. 싶었습니다bb

진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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