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극

231008

그로신틴 찬프로메테우스

극단 by -

* 제멋대로 그리스 로마 신화 기반 글이 죽지도 않고 또 왔습니다. 13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정말 아주 매우 많이 짧은 글입니다.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래를 아는 것은 좋은 일인가? 아마 백 명의 인간에게 묻는다면 구십구 명의 인간들이 긍정의 답을 내놓을 것이다. 어쩌면 백 명의 신에게 물어도 같은 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들의 답은 인간이 감히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추측만 할 뿐이다.

티탄의 피를 타고난 한 신은 모든 미래를 봤고, 모든 미래를 알았다. 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운명을 거스를수도 없는 인간들은 신을 찾아가 제물을 바치며 작은 신탁 하나라도 받고 싶어했다. 아마 신이 원한다고 하면 같은 사람을, 그냥 사람도 아니고 피로 이어진 가족을 바치려고 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었다. 신들에겐 피가 전혀 중요치 않았기에 해당되지 않았으니, 예언이 필요한 신들은 인간과 조금 다른 방법을 썼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신은 신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제가 없었고, 믿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아는 이가 없었다. 그의 자리는 불완전하게나마 예측이 가능한 신이 꿰차 그 신의 신전에 줄을 선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와 가까운 전령신이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그가 답했다. 그럼요, 다 알고 있었어요.

그는 어느 순간부터 제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카우카소스 산의 바위 조각으로 그가 직접 만들어 낸 것이었고, 카우카소스 산은 그가 인간에게 신들의 전유물이었던 불을 내려 주었기 때문에 최고신이 주는 벌로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 동안 묶여 간을 쪼였던 곳이었다. 매일 같은 고통을 생경하게 느꼈기에 인간이라면 절대 회복되지 않는 상처로 남았을 기억임에도 그는 그런 산의 조각을 직접 떼어다 제 손에 끼우면서 자신의 선택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절대 후회할 일 없는 선택이었고, 그렇기에 잊을 필요도 없으리라 생각했으며, 잊지 않기에는 스틱스 강에 의해 얽혀 있던 카우카소스에서 나온 것을 계속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불사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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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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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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