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극

戰神

그로신틴 웆테나 홋레스

극단 by -

* 빵 님과 연성교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신화 기반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과 제멋대로 설정이 가득합니다. 재미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혜로운 전쟁의 신은 제 형의 머리를 가르고 세상에 나왔다. 그의 영향력을 온 세상이 알고 두려움에 떨기라도 하는 듯 산이 흔들리고, 땅이 흔들렸다. 바다는 선혈이 넘치기라도 한 듯 붉게 물들더니 파도도 거칠게 솟아올랐다. 모든 신이 지상으로 내려왔고, 지나가던 신도 마차를 세우고 그를 바라봤다. 모든 게 진정됐을 때는 그가 제 키보다 큰 창을 바닥으로 내려 둔 뒤였다. 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신이었다. 전쟁에서는 필연적으로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사람만이 땅을 오래 딛고 서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반하는 존재면서, 승리를 필연적으로 얻어 내는 전쟁의 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옛 친구가 하나 있었다. 인간은 신과 닮게 만들어졌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지낸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인간에게서 필연적으로 신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그중 친구와 함께 하는 것들이 그러했다. 지혜의 신과 그의 친구는 둘도 없는 사이처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베를 짜고, 함께 넓은 들판을 달렸다. 서로 칼과 방패를 마주하기도 했다. 전쟁의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듯했지만 그는 늘 전장의 최후방에서 존재했고, 가진 것이라곤 평범한 방패가 전부였다. 창을 든 채로 세상에 나와 그 끝을 정확한 방향으로 향하게 할 수는 있어도 휘두르는 데에는 전장에 서 있는 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포세이돈의 자손이자 무기를 다루는 친구를 통해 손에 무기를 쥐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 칼을 휘두르면 공기만을 베게 두거나 방패로 그 길을 막은 뒤 제 손에 쥔 칼을 휘두르는, 그런 움직임만을 주고받았다. 갈수록 그의 손에는 날붙이가 들려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칼이나 창을, 그리고 방패를 오래 들고 있는 만큼 제 친구가 전우가 아닌 대적으로 있는 시간 또한 길었다. 하지만 서로 치명적인 해를 가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리 호전적이지 않은 성격 덕에 크게 승패와 우위를 가르고 끝낸 적도 없었다. 전쟁에서 상대를 믿고 있어 전투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일은 절대 없었지만, 친구 간의 일종의 놀이에서는 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둘의 놀이는 언제든 상대를 하데스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작은 전쟁에 불과했고, 그의 형이 그것을 지켜보던 어느 날에 동생이 위기에 처한 줄 알고 그의 상대이자 친구를 향해 방패를 던진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의 친구는 당황했다. 어디에서 날아온 건지 알 수 없는 방패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었고, 전쟁의 신과 전투를 치르고 있던 그는 필연적으로 그 힘에 영향을 받아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의 신은 그를 알지 못했다. 방패의 힘을 경험해 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의 상대가 당연히 제 공격을 피하거나 막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미 그 전장은 그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의 친구는 여전히 시선이 방패에 꽂힌 채 주저하고 있었고, 전쟁에서 순식간에 들어오는 공격은 승률을 높이는 법이었다. 그의 상대는 전쟁이었고, 당연히 승리를 거머쥘 존재였다.

전쟁은 끝났고, 그는 승리했다. 힘없이 늘어진 친구의 몸을 붙잡고 황금빛의 피가 나오는 상처 부위를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승전을 알리는 죽음만이 남았다. 그의 손은 황금빛 피로 얼룩졌고, 늘 하얗고 부드럽기만 했던 신의 손바닥에는 인간처럼 굳은살이 자리 잡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과 친구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ΠαλλάςPallas라는 이름을 제 목에 걸었고, 곧 그를 부르는 이명이 되었다.

머리를 쪼개고 지혜로운 전쟁을 세상에 내어놓았던 제 형제와 달리 또 다른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는 신은 꽃의 신에게 받은 약초로부터 전쟁을 얻었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 약초는 올레누스 들판에서 온 것이었고, 땅에서 난 만큼 만물의 근원이 되는 힘이 가득했다. 이 영향을 받아서인지 전쟁신은 태초부터 내려온 본능에 의한 전쟁이었고, 전쟁 그 자체였다. 근심과 불화에 의해 시작되고,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며,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기 위해 폭력을 행한다. 그 사이에서 전의를 다지며 용기를 가지게 하고, 그렇게 휘둘러진 폭력으로 인해 바닥에는 피로 이어진 물줄기가 생기고, 폐허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는 곧 또 다른 전쟁을 낳는다.

그와 날붙이는 한 몸과도 같았다. 손에 쥐어지자마자 그것의 사용법을 알았다. 단검부터 시작해서 창까지 모든 무기가 해당하였다. 전장에서 장수가 무기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는 말의 원천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에서 한 손엔 무기를, 다른 한 손엔 말의 고삐를 잡아 전차를 끌며 전장을 휩쓸고 다녔다. 그는 전쟁의 원초적인 면을 담당했고, 전선에 있었기에 전쟁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존재였다. 전쟁터의 광기를 알았고, 난폭함을 알았다. 붉은 피를 뒤집어쓰고 황금빛 피를 흘리며, 잘 갈아두었던 칼날과 창이 제 몫으로 다시 사용되지 못할 정도로 무뎌진 상태로 와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매번 무기를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 달라 부탁하는 전쟁에게 대장장이는 이쯤 되면 방패를 드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는 일이 적어져서 이가 나가는 일이 줄 테니까. 하지만 전쟁은 그의 말에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칼질 한 번 더 할 시간도 부족한데 방패 같은 것을 들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답했다. 이에 대장장이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혜신이 들으면 한숨 쉴 것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자와 전쟁을 아는 자가 겨루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 두 신을 모두 아는 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법한 의문이었고, 누군가는 직접 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들에게 돌아온 답은 비슷했다. 글쎄, 승부를 안 봐서 어쩐지 모르겠네. 엉? 모르겠는데? 아테나는 뭐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같은 질문을 해도 그들의 의문이 해결될 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 질문의 답을 내기 어려워서는 아니었다. 그들이 주지 않는 것에 가까웠다. 전쟁이 일어나는 건 굉장히 쉽고 흔한 일이었고, 실제 전투가 아니어도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수단은 많았다. 그럼에도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관심이 없는 둘은 대화나 나눴다. 서로에게 창을 겨누고 있는 대화도 아니었고, 방패를 들고 서로를 노려보며 틈을 노리고 있는 대화도 아니었다. 평온한 대화였다. 전쟁들이 평온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전령신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말처럼 들리지만, 전쟁들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흔한 전쟁이 전쟁 사이에선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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