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루]시선
썰백업
백호 눈치가 빠른편은 아닌데 동물적 감각이 뛰어나서 미묘한 차이도 빨리 찾아냄. 근데 그게 루카와의 시선이었던거야.
싸우고 농구하고 싸우고 농구하는 나날이 흘러감. 강백호가 왁왁거리면 서태웅이 '멍청이' 한 마디를 던지거나 서태웅이 조근조근 조지면 강백호가 부들부들 떨며 화를 내는 그런 시간들이었음. 그런데 어느날 강백호가 멍청이- 하고 뒤 도는 서태웅의 어깨를 잡아챔. 다른 농구부원들은 이 새끼들 드디어 주먹다짐 하나?! 싶어서 우르르 몰려듬. 강백호 서태웅 어깨 꾹 잡으면서 험악한 얼굴로 말함.
"야, 너 눈빛이 왜그래"
"뭐"
"평소랑 다르잖아!"
"멍청이가 뭐래. 놔."
툭툭 백호의 손이 닿은 자리를 털더니 가버림. 그 날 이후로 강백호가 툭하면 서태웅한테 시비를 걸음. 뭐 시비야 맨날 거는건데 어째 내용이 좀 미묘함.
"뭐냐 왜 그딴 눈으로 쳐다보냐?"
"말도 안되는 폼이라 쳐다본거다."
"뭐라고?! 이 천재에게!"
그런일이 점점 잦아지니까 주장인 태섭이 둘을 불러옴.
"적당히 좀 해! 특히 강백호!"
태섭이 치수만큼의 박력은 아니지만 짐짓 무섭게 말함.
"료칭! 왜 나한테만 그래! 여우녀석이 먼저 이상한 눈깔로 쳐다봤다고!"
"서태웅, 말해봐."
"...그런적 없습니다."
서태웅이 뒷짐을 진채로 고개를 숙임
백호는 갑갑함을 표하며 자기 가슴을 침
"료칭! 아 진짜 여우 녀석 시선이 이상하다고!!"
"한 번만 더 이런 걸로 연습 중단 시키면 둘이서 락커청소다"
하지만 결국 둘이서 락커청소를 하게 됨.
남고생들이 쓰는 곳이니 정리가 제대로 될리가 없음.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버리고, 쓸고, 닦고 정리정돈을 하는데 강백호가 조용히 태웅을 부름.
"야, 여우"
허리를 숙여서 빗자루질을 하던 태웅이 백호를 돌아봄.
"너..정말로 뭔가, 그, 뭐냐"
부족한 어휘력에 백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더듬거림.
"멍청이"
"그, 그래! 그 눈!"
백호가 태웅에게 손가락질을 함
"그게 멍청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눈빛이냐고!"
날카로운 눈매는 여전했으나 검은색에 가까운 눈동자가 조금 더 짙어졌음. 백호는 그게 무었을 뜻하는 지는 몰랐음. 근데 왠지 그 시선을 마주할때면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으며 몸이 배배꼬였음.
"왜 나만 그렇게 보는건데?"
".....내가?"
"어, 네 녀석이."
태웅은 들고있던 빗자루를 바닥에 내려놓았음. 그리곤 제 눈을 벅벅 비빔.
"나도 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
"엥?"
"멍청이인 네 녀석이 가끔 귀여워 보일 때가 있어서 말이야."
태웅의 말에 더 놀란건 백호였음. 정작 서태웅은 여전히 그 간지러운 시선으로 저를 쳐다보고있음.
"너...설마.."
"나도 의심스러워"
"....."
"강백호, 내가 널 좋아하는 걸까?"
무덤덤한 말에 강백호가 말라오는 입술을 혀로 훑었음.
"그,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순식간에 몸 전체가 붉어진 백호가 태웅에게 소리를 지름. 왠지 유독 락커가 좁게 느껴짐. 기분 나빠야 하는데. 서태웅의 시선의 의미를 알 것 같아서 백호는 쿵쿵 뛰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까봐 고민해야했음.
"무, 물론 내 천재적인 플레이에 반하는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멍청이. 됐다 너랑 무슨 말을 더 하겠냐."
빗자루를 구석에 세운 태웅이 제 저지를 찾아 입더니 집에 갈 준비를 함. 그제야 백호가 굳었던 몸을 움직여 태웅에게 다가옴.
"서, 서태웅.."
오랜만에 불려보는 이름에 태웅이 백호를 돌아봄.
터질듯한 얼굴로 어색하게 서있는 모습에 태웅이 인상을 찌푸림.
"너, 내 시선이 이상하다고 했지?"
태웅의 말에 백호가 눈만 꿈뻑거렸음.
"지금 네 시선도 엄청 끈적거리거든."
"....."
"간다. 멍청이."
덜컹 락커룸 문이 닫히고 곧이어 문 너머 백호의 절규가 들렸음.
"젠장!! 왜 그렇게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데!!!"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하니까, 자기도 모르는 새에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던 백탱이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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