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오이]직장인 연애사
썰백업
바빠서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을 돈으로 배상하려는 우시지마와 이딴거 필요없으니까 얼굴을 비추라고 소리지르는 오이카와가 보고싶다....
시간과 연봉은 반비례했다. 보통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그렇다. 오이카와도 더 이상 어린나이가 아닌 만큼
이해하고, 이해해야하는 부분이었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는 애인의 존재는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초봉이 얼마라더라, 복지가 어떻다더라, 나라의 기둥이라 할만한 회사였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현재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며 3주째 그림자 조차 비추지 않는 애인의 직장따위 나라가 휘청인다는 걱정따위 내 알바 아니니 그냥 확 망해버렸음 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해주겠다는 친절한 목소리도 질리도록 들어 환멸이났다.
덕분에 핸드폰에 익숙한 11자리 숫자를 누르지 않은지도 일주일이 다 되어 갔다. 10평 남짓한, 조용하고 한적한 제 카페를 보며 오이카와는 하루종일 까만화면만 띄우고 있는 핸드폰을 뒤집어버렸다. 핸드폰을 뒤집던 호기로운 기세는 어디갔는지 웅- 테이블을 타고 뻗어오는 진동소리에 후다닥 쥐고있던 행주를 놓고 달려온 오이카와는, 물론 사랑해 마지않지만 기다리는 연인이 아닌 이와쨩의 연락이라는 것에 큰 눈이 처졌다.
오랜만에 술이나 하자는 오랜 친구의 연락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매장을 정리한 오이카와는, 약속장소가 소처럼 일하고 있는 제 애인의 직장 근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 와카쨩 회사 근처 ☆☆술집이야. 이와쨩이랑 있어. 적당히 먹고 들어갈거야]
문자를 보기나 하련지, 흥- 콧방귀를 뀌면서도 문자를 남겨놓은 오이카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야, 쿠소 천천히 마셔라"
이와이즈미는 목구멍을 열고 쏟아붓듯 술을 푸는 제 친구의 손목을 붙잡았다. 오이카와는 한참 우시지마의 무심함에 대해 서러움을 토해내더니 이젠 먹은 안주를 토하려는지, 아니면 아직 설움이 남아 함께 게워내고 싶은 건지 평소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로 술잔을 비워갔다.
"얼굴 못본지 3주야, 3주. 장거리 연애도 아니고... 회사 앞으로 찾아가면 헬쓱한 얼굴로 나와서는 금방 다시 들어가 버리고, 휴일도 없고. 맨날 밤 늦게 퇴근해서 아침 일찍 출근한다고 잠도 못자는데 내가 괴롭히는 것 같고"
천하의 오이카와씨를 독수공방하게 만든다고 우시와카 주제에!!! 쾅!! 테이블을 내려친 주먹이 꽤나 아플 만도 하것만 알코올에 절여진 뇌는 고통조차 잊게 만드는 듯 했다. 기력이 빠졌는지 테이블에 엎드려 중얼중얼 우시지마 욕으로 추정되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때 엎드린 오이카와의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아, 미안. 오이카와말 들어보니까 무척 바쁘다던데....."
"....바로 들어가 봐야한다."
오이카와는 귓가를 스치는 낮은 목소리에 업드린채로 고개를 돌렸다. 어, 저 넥타이. 내가 우시와카한테 사준건데.
"오이카와"
익숙한 목소리가 불러주는 제 이름에 오이카와는 천천히 허리를 세워 제 앞에 서있는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뭐야? 어떻게 왔어?"
"문자보고 전화했는데 받질 않아서... 이와이즈미에게 연락했다"
"아니, 둘이 언제 그렇게 친했대요?! 이와쨩은 오이카와씨랑 제일 친하거든? 우시와카는 빠져!"
"하아- 적당히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오이카와"
한숨엔 걱정이 서려있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얼마만에 봤는데 잔소리나 늘어놓냐며 인상을 구겼다.
"들어가봐야한다. 내일 오전까지 마무리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여긴 내가 계산하지"
집까지 부탁한다며 테이블에 1만엔을 내려놓은 우시지마는 입술을 잔뜩 짓이기고 있는 오이카와를 쳐다보았다.
엄지손가락을 들어 깨물린 입술을 빼내더니 뒤도는 모습에 오이카와는 벌떡 일어나 팔을 낚아챘다.
"시발, 나쁜새끼"
몸을 가누기 힘든지 휘청이면서도 잡은 팔에 힘을 주는 오이카와는 매섭게 우시지마를 노려보았다.
"야, 넌 나 안 보고싶었어?"
"오이카와...회사 근처다. 놓고 말해"
"나 안보고싶었냐고. 대답해"
"오이카와"
이름을 부르는 우시지마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것도 그럴 것이 흐트러진 머리하며, 눈밑에 내려온 다크서클 하며, 빡빡한 일정에 체력괴물인 우시지마 조차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
".......야 필요없어"
테이블에 놓여진 만엔은 오이카와의 손에서 우시지마의 가슴팍으로 내던져졌다. 우시지마는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더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너, 나한테 돈 쓰지마. 니가 아무리 맛있는 집 음식을 배달시켜줘도, 화려한 꽃을 보내도, 좋은 옷을 사보내도. 혼자먹는 밥 존나 맛없고, 니 손으로 들고오는 길거리 들꽃 하나가 더 예쁠 꺼고, 니가 골라준 티셔츠 한 장이 더 소중할꺼야"
"나도 노력하고 있다 오이카와. 네 말대로 같이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혼자 먹게 하는게 미안해서 좋은걸 먹었으면 하는거고, 같이 쇼핑가주지 못하는게 미안해서 카드를 준거다. 알고있지않나. 이게 나의 최선인걸"
"그니까 그런거 없어도 된다고! 나 한테 돈 말고 시간을 쓰라고!"
오이카와의 울분섞인 외침에 우시지마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그때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갈라놓듯 벨소리가 울렸다
"......미안하다 오이카와. 나 지금 정말로 돌아가야 한다"
한숨쉬듯 내뱉는 말에 오이카와는 맥이 풀렸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줘. 전부 다 널 행복하게 해주려고 하는거다"
빠른 걸음으로 가게를 벗어나는 우시지마의 뒷모습을 보며 오이카와는 차오르는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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