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ion?

Ederlezi by Ederle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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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카페 주인은 이 날씨에 밖에 앉는 나를 이상한 놈에서 미친 사람 그 중간의 어딘가로 여기는 모양이다. 나는 그에게 사뿐히 웃어주고 겨울 햇살에 어린 따스함과 낭만을 누리는 체 한다. 그리고 나 덕택에 이상한 놈에서 미친 사람들이 되어버린 나의 동반자들을 본다. 내가 밖에 있으므로 이 날씨에 수상하게 밖을 헤맨다. 또한 이 동아시아 사람들이 이루는 군중의 익명성에 제 얼굴을 가리지 못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해하고 호기심에 찬 여행자 정도를 가장하는 그들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할 지경이다. 나는 이 장난을 좋아한다. 언제든 군중에 숨어들 수 있었던 그들을 억지로 끄집어내 사람들의 시선 밖으로 늘어놓는 일이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예다가 귓가에 올라온다. 뱀을 본뜬 선형의 육신이 유연하게 올라와 내 귀에 올라타 혀를 날름거린다. 나는 손바닥을 펼친다. 예다는 목을 타고 팔을 거쳐 손바닥으로 내려온다. 예다는 송곳니로 손바닥을 작게 갉작인다. 나는 전원을 끄듯 예다의 정수리를 한번 누른다. 그러자 그대로 목을 타고 내려가 모습을 감춘다. 나는 예다의 도움에 흡족해졌지만 칭찬은 하지 않는다. 때론 칭찬은 한 개체를 약하게 만들고 마모시킨다.

어쨌거나 예다가 확인시켜주었다. 내 동반자가 저기 있다고.

동반자. 그들은 동반자지만 나의 예다 같은 존재는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친근한 사이가 아니다. 몇몇 용기 있는 자들이 내게 말을 몇 마디 걸어본 것이 끝이다. 하지만 북유럽에서부터 동아시아까지 나를 쫓아왔으니 그들에게 친밀함이 생기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저들은 비록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목적과 역할이 같으므로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대제를 떠올려라. 대제에 의해서 묶인 수천 개의 인격은 하나로 여겨진다. 집단은 흔히 그리된다. 서로 다른 개체가 당연하다는 듯 하나로 여겨진다. 개인의 특성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 건가? 그들에게도 내가 그럴까? 미팅 때나 데이트 때처럼 긴장된다. 회사나 연구소 사이의 미팅은 집단으로서의 나를 보고 일대일 데이트는 개인으로서의 나를 본다. 당신은 어느 쪽일까? 내가 당신을 궁금해하는 만큼 당신도 나를 궁금해할까 헤아려본다. 나는 연애 소설을 읽는 사춘기 소년 소녀와 같은 마음을 유지하기로 한다. 비록 나는 그런 시절을 보낸 적이 없지만 상상하지 못할 것은 없다. 안 그런가?

그러니 겁먹을 필요 없다.

나는 일어나 경쾌한 걸음으로 신문을 보는 체하던 사람 앞에 선다. 나는 웃고, 그는 웃지 않는다. 귀찮아하는 기색 너머로 당혹스러운 눈이 흔들린다. 내가 먼저 입을 연다.

“일본에서 새로 발표된 안드로이드 기술의 상용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예?”

“기계 공학을 처음부터 설계하지 않아도 되는 건 큰 이점이지요.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안전성과 윤리 문제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 어쩐다 제동을 걸고 싶어 하겠지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급박한 세상이지요?”

“초면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나는 초면이라는 말에 조소하는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 좀 하고 있거든.”

그의 눈이 변한다. 어투도 변한다.

“우린 네 기술을 이미 알아.”

“알아. 하지만 너희에게는 내가 없잖아?”

“기술이 있으면 너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가치를 알아보았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내가 누군지 안다면 너 또한 그렇게 말할 수 없을 텐데.”

나는 그의 옆에 걸터앉았다. 다리를 꼬았고, 오랜 친구인 양 사근사근하게 말을 붙였다.

“저들은 내 기술을 몰라. 그들에게는 팔기만 해도 값을 충분히 받겠지. 하지만 나는 네게 찾아왔어. 왜 그럴까? 너희는 내 가치를 알거든. 필요로 하고, 이해하거든. 안 그런가?”

“그걸 네가 결정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너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이야.”

“나를 너희는 언제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아니, 기회는 내가 제공하는 거야.”

나는 인생의 내가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입장인지 늘 궁금했다. 사실상 하나밖에 고를 수 없는 순간을 선심을 써서 네 선택이라고 포장하지 않는, 강요와 채근이 곁들여지지 않는 진짜 선택 말이다.

“그러니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다른 사람으로 갈아타기 전에 ”

그는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한다. 카페의 사장은 여전히 나를 이상하게 보고 이제 내 동반자들은 적의를 드러낸다. 예다는 두근거리는 심장 위를 가로지른다. 나는 주목받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음을 처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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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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