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은 유하며,

일곱: 이윽고 높새바람이 되노니

“양측, 차렷!”


드넓은 공터에 한줄기 싸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 용기사와 한 이종족이 각자의 무기를 든 채 서로를 노려보는 모습은 이 사크라 테라에서도 진귀한 광경이 아니었을는지. 그러나 바라보는 모습에 악의는 없었고, 그저 순수한 투지만이 자리할 뿐이었다.


“자, 잘 부탁합니다!”


상호 주고받는 짧은 인사. 준비! 두 투사의 몸에 팽팽히 힘이 들어간다. 근육이 잔뜩 긴장하고, 서로의 수를 읽으려는 듯 눈이 반짝였다.


“시작!”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두 인영이 맞부딪혔다. 냉병기가 금속음을 내며 떨어진다. 바야흐로 대련의 시작이었다…….


자, 그럼 이제 어째서 이 소박한 대련이 시작되었는지 되짚어 보자.


이야기는 반 시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갓 용기사가 된 어린 청년은 불안과 긴장이 뒤섞인 낯을 한 채 공터에서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미 대검은 한참 휘두른 뒤인지 어느새 손때가 묻은 손잡이를 우뚝 위로 하고는 바닥에 꽂힌 채다. 땀방울이 대지를 적신다. 높게 올려묶은 머리칼은 기사의 망토처럼 창의 궤적을 반 박자 늦게 뒤따랐다.


그의 창로槍路는 바람과도 같다. 사크라 테라의 대지에 발을 딛은 이가 모두 한 가지 재능을 지니고 있다면, 그의 축복은 단연코 무예였으리라.


창은 요정의 춤과 같이 대기를 노니었다. 난쟁이가 도끼를 휘두르듯 균형을 잡았으며, 엘프의 노래마냥 울었다. 올려 가르기, 내리어 찢기, 그리고 이어 깊게 찌르기. 가상의 적은 그렇게 격퇴당한다. 맹공 대신 수성을 택한 이의 승리다.


그러나 양치기는 그 입술에 불만족을 띄운다. 춤에는 상대가 필요하고, 노래와 가락은 합주할 때 더욱 즐겁다. 외로이 자는 잠은 쓸쓸하며, 하물며 홀로 생각을 다듬을 적에도 곁에서 함께 호흡하는 벗이 필요한 터다. 무예 또한 한 편의 예술. 성에 찰 리가 없었다.


긴 심호흡으로 숨을 고른 청년이 무기를 거둔다. 이제 그는 즐거움을 나눌 상대가 필요할 때에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안다. 아쉬움을 담았던 낯이 어느새 기대로 반짝였다. 무거운 쇳소리를 내는 무구를 양 등에 짊어지고, 목동은 멀지 않은 길을 떠난다.


이윽고 그는 당신을 발견했다. 수줍은 웃음, 상냥한 목소리, 그러나 당당한 요청. 그는 스스로가 이 땅에 받아들여졌음을 인지하며, 이곳의 거주민이 자신을 아낌을 또한 안다. 알레이 에버그린, 어린 용기사가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것으로 도합 일곱 번째 부탁.


“오늘도,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거절당하지 않으리란 믿음과 함께.


“저와 무예를 나누어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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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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