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스급

러트 온 동생에게서 도망가려다 먹히는 글(1)

유현유진ㅣ알파×오메가,도망수,제정신아닌 공

노모럴, 약도망소재가 있으며 오메가버스를 차용하였습니다. 캐릭터 성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알파의 페로몬이 조용히 그러나 은근하게 주변을 잠식시켰다. 손끝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으려던 손이 머뭇거려 반대편 손으로 감싸 눌렀지만 그제서야 온몸의 잔떨림을 알 수 있었다. 이성을 굴종시키는 알파의 페로몬이란.

면역없는 페로몬에 정신이 아찔했다. 미처 잡지 못한 손잡이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문을 연다고 해도 과연 달릴 수 있을까. 

주저앉을 것같은 몸뚱아리를 간신히 추스르며 벽을 짚고 뒤를 돌았다. 

“유현,아 진정해.” 

벌벌 떨리는 목소리를 아래로 억누르며 말했다. 곧 마주친 두 눈의 서린 예리함에 얼굴이 저릿했다. 

“형, 내가 빨리 나가라고 했잖아.” 

나갈 시간도 주지 않고 하는 말에 억울함이 들었지만 그에 대한 반박보단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유현아. 형이 가서 억제제 사 올게. 아직 완전한 러트는 아니잖아, 응?”

아니다. 그저 상황을 모면할 거짓이었다. 알파와 오메가가 처음 겪는 발정기는 페로몬이 개방됨과 동시에 끊임없는 열을 배출한다. 유현이의 호흡이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발정기는 이미 완전히 돌입한 것이다. 

초기증상인 미열이 시작될 때 반드시 해열제가 아닌 억제제를 먹였어야 했다. 그리고 빌어먹게도 나는 유현이에게 해열제를 먹였다.

 열이 오르기 시작한 유현이는 얼굴부터 발갛게 물들어 갔다. 참고 있는지 손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 언제 발정기가 시작될지 검사와 함께 예상 날짜를 받는다. 나 또한 이 날짜를 기반으로 유현이의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년이었는데, 1년이나 이르게, 발정기가 터져버렸다.

“형 잠시만 다녀오면 되는데, 응?”

페로몬은 결국 사람의 의사를 표현하는 조금 강압적인 수단이다. 유현이가 허락한다면 페로몬을 제어할 수 있을지는 모를지언정 이 떨림은 멎을 것이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살살 유현이를 달랬다. 

유현이는 웃었다. 예쁘게 웃는 것이 어찌나 예쁜지 소름이 돋았다. 

아까 전 상태를 보기 위해 유현이의 방에 들어갔을 때 

다급하게 나가라고 방에서 내보내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이건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알파’였다.

유현이 서 있는 방 앞과 현관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멈춰 있기에 멀어 보일 뿐 다가온다면 순식간에 가까이 올 수 있는 거리이기도 했다. 하얘지려는 이성을 다잡고 눈동자를 굴렸다. 밖으로는 나가봤자 얼마 못 가 잡힐 것이다. 

화장실이 보였다. 현관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이었다.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지금은 문을 잠글 공간이 필요하다. 후들대는 다리를 붙잡고 황급히 화장실로 달렸다. 빠르게 문고리를 잠갔다. 동시에 싸한 기분이 들었다. 

아. 열쇠가, 빌어먹을 열쇠 꾸러미가 선반에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긴밀하게 나를 쫓던 눈동자가 떠올랐다.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잡혔다. 

오메가로 판정받은 나이지만 아직 히트는 한참 남아 겪어보지도 못했다. 오메가로 각성한다면 알파의 페로몬은 성적 자극을 강화시키겠지만 각성전인 오메가에겐 강압적인 굴복을 일으킬 뿐이었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오메가의 발정기를 앞당겨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형제가, 

그것도 유현이와는 그럴 수 없었다. 무릎을 부여잡고 문을 초조하게 쳐다보았다. 젠장. 아무리 오메가와 알파에게 성교육을 시킨다지만, 이미 잡힌 마당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뉴얼 따위는 없었다.

‘짤랑’

열쇠를 집어 드는 소리가 났다. “안돼.. 안돼….”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무의미하게 공간에 퍼질 뿐이었다. 다가오는 유현이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저벅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을 쿵쿵 때렸다. 눈물이 떨어졌다. 극도의 공포감이 몸을 장악했다. 부질없는 변명들이 떠올랐다사라졌다. 화장실 문 앞에 도착했는지 발걸음이 멈추었다. 진한 페로몬이 닫힌 문틈을 비집고 나를 향해 쏟아졌다.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똑똑

숨이 멈추었다.

“형? 내가 열까, 형이 열래?”

숨이 조금 거칠기는 했으나 일상과도 같은 어투였다.

“아니, 아니야 유현아. 열지 마. 응? 제발, 열지 마.”

눈물에 젖어 코맹맹이 소리가 났지만, 코를 훌쩍일 여유도 없었다.

“형이 나가라고 했는데 안 나갔잖아. 억제제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버텨.”

불쌍하게도 침울하게 유현이 말을 이었지만 가쁘게 오르내리는 소리가 신빙성을 더해주지는 못했다. 

침묵이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정적을 끊어내며 유현이가 입을 열었다.

“형, 내가 열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삼류 영화에서나 나올 말이었지만 현실로 닥친 순간 그것은 더이상 개그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나가면 뭐. 알파가, 그것도 첫 발정기인 알파가 오메가를 순순히 내보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럴 이성도 없을 것이다. 이미 열쇠가 유현의 손에 들어간 순간부터 게임은 끝난 것이었다. 그것이 이성적인 체념이었지만 간절하게도 문이 열리지 않길 바랐다. 

부디, 우리가 형제로 남을 수 있길 바랐다.

열쇠 더미가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유현이가, 문을 열고 있었다. 다급히 문고리를 잡고 문이 닫히는 방향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제발, 제발.

우스운 반항이었다. 평소에도 체급 차이가 나던 한유현이, 이 상황에선 이성까지 잃었다. 

문이 벌컥 열렸다. 무거운 알파의 페로몬과 강하게 들이닥치는 힘에 순간적으로 문고리를 놓쳤다. 뒤로 넘어지려는 나를 유현이가 붙잡았다. 반동으로 유현이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장미향이었다. 짙은 장미향이 온몸을 감쌌다. 굳은 얼굴을 삐걱거리며 들었다. 생기를 잃어 평소보다 어두운 붉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유현이는 입꼬리만 올려 웃어보였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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