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의 기사> 글 연성

해저의 증오

네 목을 조르는 꿈을 꿨어.

요즘따라 악몽을 자주 꾼다. 아무리 자주 꿔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집에 나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가 하면, 언제는 얼굴을 반쯤 그을려진 나진이 나에게 정말 복수할 생각이 있긴 한거냐며 질책하고 저주했다. 나는 그래 마땅했다. 아직 이 손으로 내 숨통을 끊지 않은 이유는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한 복수. 그것 하나뿐이다.



이번 꿈에도 나진이 나왔다.

그가 나의 목을 졸랐다.

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멀리 떨어져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멀리서 본 우리는 같은 옷을 입으면 구별이 안 되는구나. 누워있는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꿈속의 나도 나와 같은 마음인가 보지.



오늘도 그 꿈을 꿨다. 이상하다. 똑같은 꿈을 또 꾸는 건 처음이다. 큰 변화는 없었다. 오직 딱 하나 바뀐 것은, 어제보다 좀 더 가까웠다.



또다. 왜 이런 꿈을 꾸지? 난 사실 나진에게 죽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나진이 나를 죽이고 싶었던 걸까? 어느 쪽이든 나로서는 정답으로 느껴진다. 엊그제, 아니 어제보다 더 가깝다. 잘 보니 입에서 기포가 조금 올라온다. 주변을 암만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 바닷속이구나.



...이젠 정말 가깝다. 거의 두 발자국 정도의 거리로 좁혀졌다. 어둡지만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허리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거기서 나는 질식할 뻔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나는, 내가 아니었다. 목이 졸리고 있는 사람의 왼쪽 피부는 얼룩덜룩했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것은...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표정을 한 나.



꿈에서 깼다. 식은땀이 등을 흠뻑 적셨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이 손으로.
가만히 누워있던 그가 어떤 얼굴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그 목을 감싸고 있던 손의 주인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충혈된 안구와 새빨간 눈이 무척 사나웠다.

...구역질 나.
나는 호숫가로 내달렸다. 차가운 물로 얼굴로 여러 번 씻고 물결치는 수면 위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무표정. 이래야지. 드러내서는 안 된다. 가져서도 안 된다. 생각하는 것도 안 돼. 무의미한 꿈일 뿐이니까, 잊어버리자. 그렇게 몇 번 되뇌고 나자, 시야가 선명해졌다. 현실로 돌아온다. 이 이후로 같은 꿈은 꾸지 않았다.

인스피레이션: https://youtu.be/dSw8CucthGc?si=hPFv6xnraTk1O2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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