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귀연기담
칼부림이 일어났기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는 건 쉬웠다. 정확히는,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은열과 율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았어도 가볍게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장은 강당이었다. 그것 역시 쉽게 알 수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그곳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경찰과 선생님들이 긴급하게 학생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10대의 호기심을 어른들이
20241021 퇴고전 율은 한옥집에서 일어났다. 등에서 느껴지는 열기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거, 온돌이다. 그래서 순간 자신이 본가에 있는 줄로 착각했다. 설마 또 거긴가?!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율 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현덕고등학교’에 들어간 요괴를 잡기 위한 계획을 세우다가 너무 시간이 늦어졌고, 그만 요괴의
이를테면 그런 풍경. 아무도 없는 교실, 오후 5시 반. 해는 져가고 있고, 선생님들은 교무실에 남아 업무를 보고 있다. 복도에는 방과후 활동까지 마치고 돌아가는 몇몇 학생들 밖에 없다. 노을빛이 창문에 들어와, 기묘하게 따뜻한 감각을 선사한다. 유나는 그런 교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자신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요괴와 인간은 함께할 수 없다. 그것은 저 옛날 고려 시대부터 통용되던 말이었다.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율 역시 그렇게 배워왔고, 비단 원연화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요괴를 접한 인간들 거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은 요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신경 쓰지도 않으며, 함께할 수도 없다. 둘은 필연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래야
다시 현덕으로 향하는 버스표를 끊자니, 반복된 하루를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일을 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옷을 갈아 입지 않으니 더 그랬다. 게다가 똑같은 시간에 출발했다. 똑같은 오후 4시. 출근 시간도 퇴근 시간도 아닌 시간에 일하는 것이었다. 버스에 탄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많지는 않았다. 율을 포함해서 네 명 정
귀연산으로부터 하산한 율은 바로 서울로 향했다. 성혜를 만나야 했다. 현덕으로 마중나올 법도 한데 게으른 삼촌은 서울에 있겠다고 했다. 현덕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서, 바로 터미널로 향해야 했다. 귀연산 입구에서 택시를 잡고,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끊고, 버스를 타기까지의 과정이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성혜의 ‘
율은 그의 등을 보며 마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인간의 세계가 아닌 곳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푸른소매는 귀연산 깊은 곳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거짓말인 것 같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오르고, 오르고, 오른다. 귀연산이 이렇게 높은 산일리가 없었다. 성혜가 알려준 대로라면, 푸른소매가 거주하
24.10.16. 현덕(玄德)시에는 모두가 알고 있어도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산이 있다. 귀신과 요괴가 나타났다고 하여 이름붙여진 귀연산. 최율은 바로 그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귀연산은 만만하지 않았다. 해발 800미터, 시내에서 외곽으로 나가야 보이는 등산로.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은 등산화 끈을 꽉 맨 아저씨 아주머니들밖에 없다. 그마저도 산중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