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연기담

에필로그.

둥, 두둥. 축제를 알리는 북의 소리. 노래하기 좋아하는 요괴와, 연주하기 좋아하는 요괴들이 함께 음악을 만든다. 둥, 둥. 축제를 열어라. 음악을 더 널리 연주해라. 제를 올리고, 함께 춤추어라!

─귀연산의 축제는 원시적이었다. 율이 생각하는 인간의 축제도 아니었고, 유나가 생각하는 아파트 야시장도 아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축제와 비슷해 보여도 모양새는 거의 달랐다. 연등회(燃燈會)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유나와 율은 요괴들이 차례로 연등을 날리는 걸 보고 있었다.

요괴들이 함께 모여, 2인 1조가 되어 하늘로 연등을 날린다. 하늘로 향한 등(燈)은, 축제를 주관하는 요괴가 사라지게 만든다.

청영과 태호가 등을 올리러 갔다.

둘은 등에 불꽃을 지피고, 그대로 연등을 잡았다. 그리고 팔을 뻗어 위로 올렸다.

다음에는 더 재미 있는 일이 일어나게 해주세요. 그들은 그런 소원을 빌었으리라.

그 다음 순서는 현과 유나였다. 현은 가면을 쓴 채로, 위로 올라갔다. 기민한 요괴라면 유나가 인간임을 알았겠지만 그걸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축제니까. 요괴들만이 존재하는 귀연산에서, 모두가 하나 되는 유일한 기회니까.

현은 유나와 함께 등을 올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유나는, 그 주변의 요괴들을 둘러 보았다.

모두가 웃고 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인간들은 전부 잊어버린 것 같아. 유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학교도, 집도, 전부 내다버리면, 이곳에 함께할 수 있을까.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금 눈 앞에 있는 현 뿐이었다. 귀연산에서 가장 친해진 요괴이자, 조금 제멋대로지만 어쩐지 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존재.

현과 함께라면 잘 살고 싶어지는 것 같다고, 유나는 생각했다.

둘은 그렇게 등을 올렸다.

다음 차례는 은열과 율이었다. 율 역시 가면을 쓴 채로 축제에 참여했다. 가면 사이로 보이는 요괴들 중에는, 이름을 아는 요괴들도 있고 모르는 요괴들도 있었다. 인간을 반기지 않는 풍토 때문에 대놓고 얼굴을 깔 순 없지만, 언젠가 그리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열과, 자신이 그렇게 만들 거니까.

인간과 요괴가 잘 지내게 해주세요.

요괴와 인간이 평화를 되찾게 해주세요.

둘은 그렇게 생각하며 연을 올렸다.

연등은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로 올라간 그것은 금방이라도 별이 될 것 같았다. 창파관의 여섯 사람은 그 풍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축제 음악은 언제까지나 울려 퍼질 것이다. 연등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불꽃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소원이 전부 이루어질 때까지.

*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 그 자는 둘 중 어느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神)?

신이라고 한다면 숭배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요괴들 사이에서는 이미 산주인이라는 호칭을 획득했지만, 인간들에 의해 숭배되지는 못했다. 그자는 배척되었다. 끝없이 외면당하고, 두려움의 표적이 되었으며, 이윽고는 봉인되었다. 그 사람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검은안개’라는 이름도 그에게는 그저 언어일 뿐이었다.

─인간들은 영리했고.

─요괴들은 발칙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존재가 섞여 있다.

그는 축제에서 올라가는 연등을 보았다. 정확히는 ‘보려고 했다’가 옳을 것이다. 어둠에 가까운 그는 빛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숨어서, 빛이 약한 부분을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 머리를 굴리며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는 인간들과, 멋대로 발산하여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 요괴들을.

다들 바보 같아.

검은안개는 그렇게 생각하며 축제 현장을 떠났다.

고동색 머리, 분홍색 눈동자, 그리고 아이의 몸. 이 몸은 가벼워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지금은 가야 할 곳이 있다.

그들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는 것처럼, 그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었다.

백발 머리의 사내.

인간의 세계에 있고, 요괴의 세계에도 있어 보았지만─

동시에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

지훈.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기에 검은안개는 다시 나타날 수 있었다. 그리고 황색 여우를 꼬드겨, 완전히 풀려날 수도 있었다. 한때는 형체로만 존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이 세상에 강림할 수 있었다. 검은안개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지훈에게로 가야 한다. 그의 옆에서는 분명, 재미 있는 일이 일어날테니까.

(귀연기담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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