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Q사 메일 답신 건] 새해 인사 및 거래 건

보낸 사람: Extra B, 받는 사람: 검은 산양

안녕하세요, 검은 산양님! 일은 잘 끝나셨을까요? 출장 중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아직 일을 하시는 것 같네요. 여러모로 고생이 많으세요. 일전에도 작성드렸지만 메일을 보내주시는 속도는 늦어도 괜찮으니 편히 작성해주셔도 괜찮아요. 언젠가 이 대한민국에 오셨을 때 소식을 알려주시면 제가 가서 설명을 해드려도 되는 거기도 하고요.

먼저 가벼운 이야기부터 하자면, 백년정도 장사를 할 정도면 제가 장사 마무리를 하실 때쯔음 죽겠는걸요! 이걸 기뻐해야할지, 아니면 놀라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뭐랄까, 실감이 나진 않아서요. 대단하네요. 그리고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서 짧게나마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오시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신 문장을 통해서 제 상상력의 한계를 느껴봤어요. (제 머릿 속에 얼마나 많은 상상이 스쳐갔는지 아셔야할텐데 말이죠!)

그리고 선물은 감사해요. 정말 쿠키가 가득하더라고요! 덕턱에 회사에서 일 할 때에 간식을 사지 않아도 될 참이에요. 1월달까지도 먹을만한 양을 주셔서, 조금씩 천천히 먹어볼까해요. 저도 무언가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대부분의 것들은 가지고 있으실 듯 하여 걱정되네요.. 뭔가 드릴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혹시 가지고 계신거라도, 제가 드린다면 조금 기쁘실까요?)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자면, 악마라는 말은 참 여러 번, 다양한 매체에서 들어봤지만 이렇게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놀랍기도 하고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네요. 기독교적인 메타포도 떠오르고요. (천사와 악마 같은 것들은 그런 쪽에서 자주 나오거든요.) 물론 대한민국은 그러한 기독적인 요소들이 신앙으로 많이 퍼져 있는 상태가 아니여서 마음에 와닿진 않았지만, 제가 기독교 신자였으면 정말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어요.

들어주신 예시와 '그늘'이라고 표현해주신 말들을 듣고.. 조금 저에 대한 설명을 바꾸고, 대한민국에 대한 설명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이 쪽이.. 조금 더 산양님께 와닿고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삶이 매일 경쟁으로 이루어진 나라에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증명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죠. 그렇기 때문에 능력을 쌓기 위해, 혹은 그 능력이 부족하다면 겉이라도 화려해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요. 어떨 때는.. 그런 모습들이 공갈빵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정도로요. 어린 아이들은 밤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하기도 해요.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점차 많아지고, 돈이 적은 사람들은 점차 적어져서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죠. 아마 이 모든 과정에서.. 저희 나라가 느끼는 정서들은 '열등감'과 '질투', '시기'가 아닐지 싶어요. 어쩌면 인정을 받고 싶은 '인정욕'같은 거일수도 있겠죠. 아마 이 나라에서 그런 거래를 하시게 된다면 대부분은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라던가 "유명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같은 것들을.. 빌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감정들이 산양님의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희소할진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아마 이러한 감정들과 이야기들은, 저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강렬하고 크게 느끼리라.. 생각하지만요.

들어주신 예시의 그 혼자 남은 사람은 어떤 소원을 빌었나요? 영생을 빌었나요? 혹은 그 고독을 지워달라고 이야기를 했나요? 그가 진정으로 원한 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그 예시의 사람은 참, 외로웠을 것 같아요.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 웃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까요. 그러한 환경에서 평생 살아왔다면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의 기쁨조차 몰랐을까요. 그런 생각을 참 하게 되네요.

저의 그늘과 욕망은.. 저조차도 잘 모르겠어요. 전 참 애매하고 흐릿한 사람같아요. 회색빛으로, 있는 둥 없는 둥한 그런 느낌이요. 보내주신 예시와 편지들을 다시 읽으면서 꽤 많이 생각해봤거든요. 저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인기가 많고 싶진 않고요. 돈이 많고 싶은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돈이 많음 물론 좋겠지만, 어디다 써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무언가 소망과 바라는 게 있냐고 물으면 그것도 글쎄요. 그냥..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설명이 되실까요?

아마 이 제 삶을 단어로 적합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공허와 허무일지도 모르겠어요. 제 삶의 의미를 찾지 못 하고, 휩쓸리는대로.. 그저 세상의 분위기에 살아가는 것들 말이에요. 제가 무언가를 열심히 집착하거나, 발버둥치는 사람이었다면 산양님께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드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 드네요. 물론 이런 제가 담는 이 편지의 이야기들도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겠지만요.

그래도 조금의 소망이 하나 있다면, 제 삶의 의미를 찾는다던가.. 이 지루한 일상에서 도피하고 싶은거일까요. 산양님처럼 많은 곳을 여정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하네요.

이런 설명이라면 조금 산양님에게 맞는 설명이였을까요? 저에 대해서도요. 이런 이야기라면.. 음.. 제가 제 세상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 지에 대한 관점들을 계속 이야기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됐는지도.. 이런 이야기가 조금 흥미가 가셨으면 좋겠어요. 궁금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편히 물어봐주세요. 물론 이런 이야기를 원한 게 아니였다는 이야기도요! 마음 편히 메일 회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편지를 끝내기 전에, 인사 하나만 드리고 싶어요. 벌써 여기는 2023년이 다 가고 있더라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은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산양님에게 이 날짜 계산법이 적합할진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한 해를 기념하고.. 조금은 특별하게 인사를 하는 건 특별하잖아요. 그런 마음을 조금 전하고 싶었어요.) 주셨던 편지 덕에 이번 2023년의 마무리가 특별했어요. 2024년도, 잘 부탁드릴게요.


* 학원은 교육 기관 중 하나에요. 물론 돈을 주고 가야하는 교육기관이지만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조금 더 공부를 잘 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서 가는 곳? 이로 인해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보호를 잘 받지 못 한다.. 정도로 설명하면 조금은 이해가 가실까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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