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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가] 사쿠마 레이와 이상한 하루

오레이 X 28살의 코가

-  크로스로드 전 레이와 28살의 산전수전 다 겪은 코가가 만나는 이야기


날이 좋았다. 사쿠마 레이의 기준으로. 완연했던 겨울의 기운이 가시고 봄이 슬쩍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계절이다. 날은 적당히 서늘했고, 햇빛도 구름에 가려 강하지 않았다. 흡혈귀가 밖에서 낮잠자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레이는 절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찾고 있을 케이토를 뒤로 하고 으슥한 정원 한구석에 긴다리를 쭉 뻗고 누웠다. 막 피기 시작한 벚꽃들이 살랑거리며 레이의 섬세한 얼굴에 그림자를 그린다. 학원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소음은 아득히 멀게 들려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신입생들이 들어온지 얼마 안된 탓에 학원을 활기를 띄우고 있었다.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평화롭네, 무료하고. 레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레이가 꿈의 경계를 오가고 있을 때였다. 작은 소리였지만 툭,툭, 뭔가를 치는 듯한 소리는 레이의 예민한 청각에 거슬리기에 충분했다. 레이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젠장, 이 나이 먹고 학원 담을 넘게 될 줄이야……."


실제로 다닐 때도 해본 적 없다고! 투덜거리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레이가 목소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으와앗!?"

"하?"


남자가 담에서 레이의 몸 위로 뛰어내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뛰어내리려다가 근처에 떨어졌다.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 급하게 자세를 바꾼 탓이다. 레이는 급히 몸을 일으켰지만 남자를 받아주기엔 턱도 없었고, 남자의 부상을 예견하며 혀를 찼다. 꽤 높이가 있었으니 어디 하나는 부러졌을지도.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의문의 남자는 운동신경이 꽤 뛰어났는지, 떨어지는 그 순간 자세를 바꿔 충격을 줄이며 굴렀다. 고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지 약하게 신음을 흘렸다. 레이는 어정쩡하게 반쯤 몸을 일으킨 상태로 남자를 살폈다. 회색 머리카락, 귓바퀴에 걸린 피어싱, 검은 자켓. 어느새 일어나 대충 몸을 터는 남자 탓에 레이 위로 길게 그림자가 졌다. 역광으로 남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확실한 건 어느모로 보나 학원에 불법으로 침입한 외부인이였다. 신카이 카나타였나, 그 집안의 하수인인가. 그들이 학교를 몰래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발견하게 된 이상 레이는 한마디 하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뭐야. 바로 찾았잖아."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남자는 어느새 레이의 가까이에 주저앉아 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는 입을 벌리던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런 레이와 눈이 마주치자 황금색의 눈동자가 휘어졌다. 레이는 쉽게 당황하는 법이 없었으나,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정말 오랜만에 당황해버렸다. 레이는 눈을 깜빡였다. 

레이를 당황시킨 것은 남자의 눈빛이었다. 처음 보는 남자는 아주 그리운 것을 보듯 레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오래되어 빛바란 앨범을 손끝으로 더듬어가는 듯 웃고 있지만 슬퍼보였고, 슬퍼보였지만 기뻐보였다. 찡그린 눈썹과 삐딱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보며 레이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동자 안에 담긴 감정이 가볍지 않아서, 왜 처음보는 남자가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영문을 몰랐다.  


"일어나. 나중에 척추 휘어서 고생하지 말고."


남자는 다시 일어나 여전히 어정쩡한 자세로 누워있던 레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레이는 얼떨결에 남자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남자의 손 끝은 딱딱하게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익숙한 것이었다. 기타라도 치는 건가? 

그는 레이를 일으켜 세우고도 한동안 레이를 구석구석 살폈다. 자신 탓에 다친 곳은 없는지 살피는 모양이다. 레이는 입을 다물고 남자를 관찰했다. 일어선 그는 레이와 시선이 얼추 맞았다. 실제로는 레이보다 조금 작을거다. 신고 있는 신발의 굽이 꽤 높았다. 이 날씨에 워커라니? 거기에 검은 자켓과 가죽바지였다. 레이의 취향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했지만 저런 스타일은 보통 사람들이 입기에는 과했다.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고. 남자는 그런 옷차림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외모는 많아봐야 2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꽤 미남이었다. 


"……어이, 네녀석. 졸업생이냐?"

"아앙?"


레이가 먼저 말을 걸줄은 몰랐는지 남자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레이를 바라봤다. 얼핏 들었던 남자의 중얼거림과 옷차림을 보아하니 대략적으로 정체를 짐작할 수는 있었다. 레이는 짐작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답을 내놓았다. 정말 졸업생이라면 정식 방문을 청하지 않고 굳이 담을 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맞긴 맞지."


남자는 심드렁하게 수긍했다. 아무리 레이라고 해도 유메노사키에 재학했던 모든 학생들을 알 수 없는 법이라, 남자가 긍정했음에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연예계 쪽에서도 본 적 없다. 아무래도 졸업 후 진로를 다른 방향으로 선택한 모양이거나,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지하 쪽의 아이돌일지도 몰랐다. 음악을 그만 둔 건 아니라는, 어렴풋한 확신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레이 역시 기타를 쳤고, 저런 굳은 살이 생기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와야 하는지 알았으니까. 레이가 가만히 자신을 관찰하고 있자, 그제야 남자는 생각났다는 물었다. 


"히비키 선, 아니, 히비키 와타루는 어딨지?"


거기서 왜 히비키 와타루의 이름이 나와? 예상하지 못한 이름에 남자를 바라봤으나 이내 눈을 마주쳐 오는 시선을 슬쩍 빗겨가며 미간을 접었다. 먼저 상대의 눈을 피하지 않는 것이 사쿠마 레이였다. 그러나 어쩐지 그의 시선은 거북했다.이유모를 감정에 흐트러졌던 얼굴은 이내 다시 능글거리는 웃음을 걸었다.


"이 몸쨩은 모르는데? 그리고 안다고 해도 정체도 모르는 수상한 네녀석~한테 알려 줄 이유도 없고?"

"당신은 '사쿠마 레이'잖아."


틀려? 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는 남자는 제법 얄미웠다. 짙게 휘어지는 매력적인 눈매도.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지만 레이는 저 남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이 학교에서 모르는 게 있어? 라는 말이 들려오는 기분이다. 항상 자기가 하고 다니던 말이긴 했지만 기묘했다. 자신의 이름은 그렇다쳐도, 그 이상으로 자신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구는 남자에 레이는 경계심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레이는 와타루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는 있었다. 레이가 이 학원에서 모르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 만난지 몇 분 되지도 않은 저 남자한테 이상하게 휘둘리는 느낌이라 괜히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당혹스럽기도 했고, 빈정이 상하기도 했다. 레이는 휘둘리는 경험에 익숙하지 않다. 동시에 이 상황이 즐겁기도 했다. 레이는 항상 많은 일을 생각했고, 그 대가로 즐거움을 잃었다. 그런 일상에 던져진 파문이 달갑지 않을 리 없었다. 이젠 무료함을 잊을 수 있는 일은 몹시도 드물었으니까. 


"그럼 어쩔 수 없지.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 가자."


레이가 대답하지 않자 남자는 자연스럽게 레이를 지나쳐 학원 건물 쪽으로 향했다. 저건 또 무슨 자신감이지? 레이가 당연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는 그의 걸음에 레이는 잠시 벙쪄 있었다. 괜히 반발심이 들었지만, 이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자신은 직함만이라도 학생회장이니까, 외부인이 마음껏 학교 안을 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다는 핑계를 대며.

졸업생이라는 추측은 틀리지 않았는지, 남자는 익숙하게 길을 걸었다. 가끔 멈춰서 그래, 이 땐 이랬네. 하고 추억에 젖은 얼굴로 멈춰서기도 했다. 벚나무 근처에서 작게 재채기를 하곤 걸음을 재촉하는 그 뒤를 따라 레이는 남자와 걸음을 맞췄다. 남자에게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한마디 훈계라도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건 케이토가 할 법한 행동이었지, 레이의 캐릭터는 아니었다. 대신 레이는 호기심을 충족하기로 했다.


"네 녀석, 이름이 뭐냐. 이 몸이 먼저 물어봐 주는거니까 영광으로 알라고?"

"들어도 몰라."

"나이는?"

"28."


28? 생각보다 나이가 있었다. 레이가 힐끔 옆을 바라보자 묻는 말에 대충 대답하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계속 레이를 바라보고 있던 것처럼. 뭐. '누구' 덕분에 고생한 거 치고는 관리를 잘해서 말이지. 뾰로통한 얼굴에 레이는 어쩐지 그 누구가 궁금하지 않았다. 알면 안 될 것 같았다. 레이가 다음 질문을 고민하는 동안 남자는 원하던 사람을 발견했는지 눈을 빛내면서 뛰듯 걸었다. 하늘색의 머리카락이 옥상 위에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레이는 남자에게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이미 남자는 한참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레이는 혀를 차며 그 뒤를 쫓았다.




"오야? 의외의 손님들이군요."


당당하게 히비키 와타루를 찾아 온 것 치고는 와타루도 남자를 모르는 것 같았다. 와타루는 남자와 레이를 번갈아 한 번씩 바라보고는 가만히 미소지었다. 남자는 잠깐 적응 안된다는 얼굴로, 어쩐지 질린 표정으로 와타루를 잠시 바라보더니 레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라, 저랑 둘이서요."


레이는 빠지라는 소리였다. 와타루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레이의 잘생긴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러나 레이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순순히 자리를 비켰다. 어차피 들릴테니. 흡혈귀는 청각이 좋았다. 남자는 비켜달라고만 했지 듣지 말라고는 안했다. 


- 라고, 생각하던 게 방금이다. 레이는 쿵짝거리는 놀이공원의 퍼레이드 음악을 들으며 어이를 잃었다. 레이가 자리를 비켜주기 무섭게 남자는 와타루에게 무엇인가를 속삭이더니, 와타루는 가지고 있던 기기로 음악을 재생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신나는 퍼레이드 음악에 묻혔다. 간간히 선배, 과거, 10년, 사쿠마 라는 단어가 들리기는 했지만 정확한 대화의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레이의 청각이 사람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아는 것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일족과 극소수의 사람들 뿐이었다. 그 극소수의 사람들은 이미 얼굴을 알고 있었고, 쉽게 레이의 정보를 어딘가에 흘릴 자들이 아니었다. 확신했다. 남자는 레이를 '알고있다.'

어떻게?

레이는 눈을 굴렸다. 두 사람의 대화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남자의 치밀한 행동을 보니 쉽게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레이는 오랜만에 초조했다. 그리고 흥분했다. 근래 들어 레이를 이렇게 미궁에 밀어 넣은 일은 없었으니까. 남자에게 느껴지는 악의는 없었으나 레이는 항상 신중해야 했다. 레이의 실수는 언제나 타인의 실수보다 무거웠다. 그러니 악의가 없어도, 아니, 자신에게 보이는 게 애정일지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됐다. 자연스럽게 느슨해졌던 몸이 긴장으로 단단해졌다.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오랜만에 기다림이 지나치게 길게 느껴졌다. 레이는 가만히 벽에 기대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며 남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름은 비밀, 나이는 28살. 유메노사키 졸업생으로 추정되고 자신을 찾아 이곳에 왔다. 그가 무심코 흘렸을 힌트를 되짚으며 레이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레이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향했다. 

대화가 끝났는지 와타루는 음악을 끄고 남자와 함께 레이에게 다가왔다. 대화를 마친 남자의 표정은 읽기 힘들었다. 남자를 재고 있는 레이를 향해 와타루가 눈을 찡긋해보였다. 남자는 여전히 질린다는 얼굴로, 와타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타루가 입을 열었다.


"레이! 여기 있는 고고한 늑대씨는 아주 중요한 분이시랍니다! 오늘 하루종일 유메노사키 학원과 근처를 둘러 볼 예정이라고 하시는데,  레이가 하루종일 안내를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뭐냐, 이 몸이 왜?"

"그야, 여기 있는 고고한 늑대씨는 레이에게도-."

"그만, 그만. 너무 말하지 말라~고. 히비키 선, 아니 히비키 군."

"그러시다면야."


와타루는 다시 한 번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리며 레이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궁금하잖아요? 레이.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마법 같은 하루가 펼쳐질지?"


마법 같은 하루? 마법사로 불리는 와타루가 그런 말을 하니 더욱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를 힐끗 보자 또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돌린 레이는 와타루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 와타루는 장미향을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놀라지는 않았다. 그런 놈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레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존재를 즐기기로 했다. 어디서 애타게 학생회장을 찾고 있을 케이토의 구제불능이란 소리가 들린 것도 같지만.


"어~이. 그러니까, 고고한 늑대 씨?"


남자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그렇게 불리기 싫으면, 이름을 알려주면 되는 거 아냐?"

"들어도 모른다니깐."


설명 들었으면 따라오기나 하라고. 남자는 콧웃음치며 먼저 걸어갔다. 스쳐가는 남자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어디서 맡았지? 분명히 아는 냄새였으나 안개처럼 흐릿했다. 그러나 남자는 레이가 생각에 잠길 틈도 없이 멀어져 갔다. 순 제멋대로였다. 와타루의 부탁도, 남자의 따라오라는 말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레이는 남자의 뒤를 따랐다. 

먼저 걸어가던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유메노사키의 교정이 아닌 정문으로 향했다. 그와 레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 같았다. 정문을 지키는 직원은 코를 골며 졸고 있었다. 그는 혀를 차며 직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교복을 입고 있는 레이를 보고 멈칫했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가도 되는거냐."


그 수업시간에 정원에서 낮잠을 청하려던 레이는 상식적인 말에 웃었다.


"상관없어. 신경 안 쓰기도 하고."


아, 그래. 그랬었지. 하여간……. 남자는 알 수 없을 말을 중얼거리고 결심한 듯 레이를 이끌고 교문 밖으로 나섰다. 레이는 순순히 끌려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이나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 거리는 한산한 편이었다. 어딜가나 시선이 몰렸던 학원과 달리, 눈에 띄는 외모의 두 사람을 힐끗 보는 이들은 있어도 금방 흥미를 잃고 자신의 갈 길을 재촉했다. 평화로웠다.

쉽게 사람에 둘러싸여 버리는 레이에게는 낯선 일이기도 했다. 레이를 알아보고 다가오려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런 사람들을 사납게 노려보는 남자 탓에 포기하고 사라졌다. 레이는 무심코 주인을 지키는 충견 같다고 생각했다. 레이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것에 '강아지 같음'을 적어 넣었다. 간간히 사람들에게 으르렁 거리는 것을 빼면 남자는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고, 레이도 굳이 말을 걸지 않았다. 낮에 이렇게 거리를 걸어볼 일이 많지않으니, 조용히 봄바람을 즐겨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던 남자가 갑자기 멈춰섰다. 게임방 앞이었다. 소란스럽고 번쩍거리는 게임방은 한산했다. 매니아층이 확고한 게임기 앞에 있는 몇 명이 전부였는데, 그들마저도 새로 온 둘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게임에 집중했다. 남자는 가만히 게임기들을 바라보더니 레이를 향해 물었다. 


"해본 적 있냐?"


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하자."


남자는 서슴 없이 레이의 손을 잡고 게임방으로 들어갔다. 체온이 낮은 편인 레이와 반대로 남자는 체온이 높았다. 레이는 남자의 손 안에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남자는 놓아주지 않았고, 원하는 곳에 도달해서야 제 마음대로 손을 놓았다. 레이는 잡혔던 손을 쥐었다 폈다. 온기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무슨 의돈지 알 수 없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남자가 멈춰선 것은 DDR 게임기 앞이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인 만큼 오래된 게임기는 이곳저곳 벗겨지고 손 때가 묻어 있었다. 시대가 지난 게임용 음악이 발랄하게 울렸다. 레이도 얼핏 아는 곡이었다. 어느새 자신만만하게 발판 위에 올라선 남자는 레이를 향해 우쭐 웃어보였다. 누가 더 높은 점수가 나오는지 승부하자는 그는 28살의 성인 남자보다는 아직 소년 같았다. 남자는 지갑을 찾는 듯 자켓 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낭패라는 얼굴을 하고 레이를 돌아봤다. 


"…돈 좀 있냐?"


사쿠마 레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갈취당해봤다. 



레이에게 빌린 돈으로 - 남자는 10년 뒤에 갚겠다고 했다. 레이는 차라리 갚기 싫다고 말하라고 했다.-먼저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게임을 시작한 남자는 담에서 뛰어내릴 때도 느꼈지만, 운동신경이 탁월했다. 조금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던 레이도 현란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스탭에 흥미를 느꼈다. 보통은, 뒤에 있는 봉을 잡고 다리만 점프하던데. 

그는 봉조차 잡지 않고 발판 위를 누볐다. 마치 무대에서 날뛰고 있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나오는 손짓과 표정 역시 능숙했다. 알 수 없는 남자다. 저런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무명이라는 건 말도 안됐고, 레이가 모를 수 없을텐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았다. 

생각을 이어가던 레이를 남자가 불렀다. 이것 보라고! 곡이 끝나고 점수가 뜨자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록이라는 점수와 함께 상기된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 레이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꼭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아서. 

그는 레이가 가만히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게 두지 않았다. 그를 발판 위로 올라오게 한다. 레이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본다. 열기로 상기된 뺨이 붉다. 저게 어딜 봐서 28살이냐. 레이는 선심 쓰는 척, 손님이니까 어울려준다며 발판에 올라섰다. 사실 조금 두근거렸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할 것 같은 이런 게임은 레이에겐 먼 일이었으니까. 굳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굳이 할 이유도 없었다. 


음악이 시작되고 레이도 화면을 보며 발을 움직였다. 처음엔 기계 화면에 흘러 내리는 화살표에 잠깐 허둥거렸으나 이내 능숙하게 발판을 밟았다. 레이는 어느 순간 옆에 있는 남자도 잊고 게임에 몰입했다. 남자가 할 때는 그렇게 난이도가 있어보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야 그랬다. 남자는 악마의 곡이라고 불리는 최상 난이도의 곡을 선택해주곤, 레이에게 해보라고 시켰던 거니까. 레이는 아마 오늘 안에는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집중하는 레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남자는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뭐. 이정도 심술은.


주변도 잊고 게임에 몰두했던 레이가 다시 주위의 공기를 느낀 건 신기록이라고 반짝거리는 화면 앞에서 였다. 레이는 살짝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흘러내린 땀을 슥 훔쳤다. 남자는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처음 해본다는 거 거짓말이지? 레이는 얄미운 웃음으로 화답해줬다.

남자는 이제 진정한 승부를 내자며 비어있는 옆 발판으로 올라왔다. 레이는 기꺼이 그 대결을 받아들였다. 둘은 서로의 몸이 스치는 것도 신경쓰지 않으며 게임에 몰입했다. 손이나 팔이 부딪힐 때면 서로를 쳐다보며 도발하는 웃음을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주변도 잊고 몰두했던 적이 마지막으로 언제였지? 그것도 고작 게임에. 정말 평범한 남고생이 된 기분이다. 남자는 진심 전력으로 게임에 집중하는 레이를 보고 웃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스쳤다. 레이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두 사람은  DDR게임 말고도 총으로 쏘는 슈팅게임이라던가, 농구공을 골대에 넣어 점수를 올리는 게임이라던가 둘이서 할 수 있는 모든 게임은 다 섭렵했다. 둘은 그 기세를 몰아 노래방으로 향했다. 아니, 레이는 끌려갔다. 노래방에도 가보지 않았단 레이의 말에 남자는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이전엔 뭘 어떻게 학교를 다닌거야!

레이는 그런 반응에 조금 억울했다. 자라나는 청소년이라면 이런 유흥은 멀리하고 공부를 가까이 하는 것이 모름지기 바른 학생 아닌가? 물론 레이가 그 바른 학생이란 소린 아니다. 처음 본 남자는 레이의 3년 학교 생활을 가볍게 가엽게도... 친구가 없구나. 하는 얼굴로 요약했다. 더욱 억울해졌다. 자기도 있다. 친구. 물론 케이토는 레이와 게임방이나 노래방 같은 곳에는 가주지 않겠지만.

노래방에 도착한 남자는 성큼 카운터로 가더니 한시간만 해주세요, 하더니 마이크 두 개를 받아왔다. 물론 돈은 레이가 냈다. 처음 와본 노래방은 어둡고 으슥했다. 외간 남자와 단둘이 노래방이라는 좁고 어두운 방에 갇힌 레이는 답지 않게 내외했다. 남자는 그런 레이를 보고 비웃었다. 

"잡생각 하지말고 노래나 불러. 내가 당신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아?"

"당신이야 말로 너무 방탕하게 노는 건 아니고?"

무섭네, 무서워.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레이는 과장되게 자신의 몸을 끌어안았다. 남자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레이를 바라보다 레이 몫의 마이크를 던졌다. 이마에 맞기라도 바란 것 같은데 레이는 마이크를 정확하게 받아냈다. 남자는 레이를 무시하고 노래 선곡을 시작했다. 흠칫했다. 레이의 방에 꽂혀 있는 음반들을 정확하게 탈탈 털어낸 것 같은 곡 제목들에 레이는 다시 남자를 바라봤다. 일부러 저러는 건가, 아니면……. 

"당신, 또 잡생각 하고 있지? 할 말 있으면 노래로 해. 없으면 이 오오, 아니 고고한 늑대 님의 노래나 들으라~고! 애늙은이는 거기서 구경이나 하셔!" 

남자는 도발적인 손짓과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레이에게도 익숙한 전주가 흐르고 녹음 된 밴드의 기타 연주가 방을 채웠다. 알록달록한 미러볼이 정신사납게 돌아간다. 남자의 노래가 시작된다. 좋은 목소리였다. 시원하고 힘 있는 목소리는 그가 선곡한 곡에 지나치게 잘 어울렸다. 레이는 멍하니 남자의 노래를 들었다. 평소라면 거슬려 했을 기계의 거친 노이즈도 잊을 만큼. 조명으로 붉었다가도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다시금 마주친다. 남자는 눈을 피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먼저 피한 것은 레이였다.

첫 곡이 끝나고 남자는 자연스럽게 레이에게 다음 곡을 떠넘겼다. 레이 역시 아이돌이었다. 노래하는 것이 싫을 리 없었다. 평소에 무대 위에서 부를 일이 없는 곡이니까. 좋은 노래를 들었으니까. 레이는 노래하며 또 자신의 행동에 여러 이유를 붙이려 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 '나'는 지금 즐겁구나. 평범하게. 


노래방에서 나서는 길엔 두 사람은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음악이란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취향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경계심도 괜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도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레이는 지금까지 제법 즐거웠다.

한참 좋아하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출출함을 느끼고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손에 쥔 닭꼬치를 뜯고 있었다. 레이는 닭꼬치를 남자에게 양보하고 토마토 쥬스만 홀짝거렸다. 남자의 표정은 완전히 풀려있었다. 그 역시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닭꼬치를 다 삼킨 남자는 신나서 레이에게 이것저것 설명했다. 주제는 다시 게임으로 넘어가 있었다.

"진짜 재밌는 건 말이지, 카드로 하는 게임이라고! 그건 이 몸이 다음에…."

레이는 남자의 다음이란 말에 멈칫했다. 남자 역시 말실수를 했다는 듯 말을 멈추고 레이를 살폈다. 눈이 마주친다. 레이는 집요하게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처음으로 먼저 시선을 돌렸다. 방금까지 즐거웠던 기분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레이는 다음은 없을 것이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남자는 하루종일 레이를 끌고다면서도 실수로라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지 않았다. 아, 그건 정말 의도적인 거였다. 레이에게 그 어떤 힌트도 주지 않겠다는 그 의지란. 레이의 입가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고작 오늘 처음 봤고, 레이의 예상이 맞다면 다시는 보지 못할 남자한테 왜 서운하다는 감정이 느껴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남자에게 호감을 품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매력적인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둘의 관계는 하나의 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었다.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의 치밀함은 레이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레이가 평범한 대화 속에 숨긴 함정도 유유히 빠져나간다. 연륜이라기보다는 그래, 그건 레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레이는 다 마신 쥬스캔을 구겼다. 

"네녀석, 정말 누구야?"

"……맞춰봐."

"이름이나 알려주던가, 그럼."

"들어도 기억 못한다니까? 그리고 당신, 이런 거 좋아하잖냐. 사람을 재고, 판단하고, 혼자 결론 내리고. 그리고……."

"그리고?"

"다 틀리고."


남자는 고개를 훽 돌리고 신경질적으로 남은 닭꼬치를 씹었다. 레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남자의 입으로 듣자니 괜히 듣기 싫었다. 그리고 항상 틀리지는 않았다. 

"왜, 틀린다니까 자존심 상하냐?"

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 먹은 꼬치를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남자는 앉아 있는 레이의 머리를 꾹 눌러 버렸다. 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레이를 덮었다. 레이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려고 했지만 남자가 고개를 들지 못하게 더 꾸욱 눌렀다. 사쿠마 레이 인생 이런 취급은 또 처음이었다. 

"이런 거 보면 네녀석도 아직 애란 말이지."


항의하려던 레이는 애 취급은 간만에 당해봐서 잠시 말을 잃었다. 남자의 말은 이어졌다. 


"그러니까 애송이 주제에 그런 눈 하지마. 열 받으니까."

힘없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레이의 귀에 박힌다. 남자의 손이 툭 떨어진다. 레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금 고개를 들어서 남자의 눈동자를 마주치면, 그리고 그 안에 일렁이는 그 감정을 마주하면, 숨이 턱 막힐 것 같아서. 세상에는 열지 말아야 할 미궁의 입구도 있는 법이다. 실타래조차 없다면 더욱.


남자는 한동안 그대로 침묵을 지키더니 하늘을 바라봤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돌아가자. 둘은 다시 학원으로 향했다.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대화는 없었다. 문득 레이는 남자에게서 느꼈던 익숙한 냄새가 자신의 체향이라는 걸 알았다. 자연스럽게 섞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듯 덕지덕지 묻혀둔 듯한. 레이의 동공이 커졌다. 레이는 다시 남자를 바라본다. 설마. 

두 사람의 도착지는 다시 옥상이었다. 와타루는 없었다. 남자는 난간에 팔을 걸치고 기댔다. 바람에 노을빛에 물든 회색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남자의 노란 눈동자는 지는 석양을 받아 붉어 보였다. 그는 천천히 바람을 음미한다. 

"설마, 너-."

어린 레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혼자 여유로운 코가를 불렀다. 코가는 레이를 돌아보며 웃었다.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이다. 코가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열렸다. 

"눈치 챘냐?"

역시, 당신은 어려도 사쿠마 레이네. 아무리 10살이나 더 먹었다고 해도 속이기 어렵다~고. 투정 같은 푸념이었다. 레이는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레이에게 툭, 레이의 답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레이는 그 답을 믿을 수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왜? 어째서? 저 남자는 자신을 만나러 왔지? 이 시기의 자신은 저 남자를 모른다. 레이의 생각이 가쁘게 굴러갔다. 코가는 확인하지 않아도 혼자 머리를 굴리고 있을 터인, 그러나 얼굴만큼은 덤덤한 레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차분함을 가장한 얼굴이어도 28살인 코가에게는 당혹이 읽히는 게 제법 즐거웠다. 어렸구나, 당신도.

곧 코가의 얼굴에 씁쓸함이 내려 앉았다. 응. 당신도 어렸는데. 이 시기의 레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정말이지, 많았다. 많고 많아서 하룻밤을 다 댓가로 지불해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됐다. 과거가 현재를 바꿔서는 안된다. 코가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문득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레이가 보고 싶었다. 코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야. 사쿠마 레이. 내가……. 진짜 할 말이 많은데. 진짜 딱 한마디만 한다." 

"…! 잠깐. 네 녀석, 기다려."

코가는 레이를 바라보며 석양을 등지고 웃었다. 돌아가는 주문은 -.

"-."


그가 뭔가를 말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잘 들리지 않았다. 레이의 청각으로 못 들을리가 없는데도. 문득 레이는 저 남자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레이가 한 발자국 걸음을 떼어 코가를 손을 뻗는 순간, 옥상의 문이 쾅하고 큰소리를 내며 열렸다. 레이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큰소리를 향했다.  


"사쿠마 선배!" 


얼마전부터 무서울 정도로 따라다니던 1학년 꼬맹이였다. 따라다니다 영문도 모르게 기타만 쳐대곤 하니 그 천하의 레이도 조금 질겁하던 중이었다. 아, 정말이지 중요한-. 레이는 자신의 뒷머리를 헤집으며 순간을 방해한 소년을 짜증스레 바라봤다. 이내 레이가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응? 거기 누구랑 같이 있던거야,요? "

소년은 레이의 뒤를 기웃거렸다. 회색의 꽁지머리가 강아지 꼬리처럼 흔들렸다. 분명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하루종일 누군가와 함께 있었는데. ……정말, 즐거웠는데. 그러나 기억이 안개처럼 흐릿했다. 레이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도깨비한테 홀린 모양이었다. 흡혈귀로서 망신이었다. 

레이는 웃음을 거두었다. 이번에는 이렇게 놓쳤지만 '다음'에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레이는 탁 트여서 숨을 곳 없는 옥상에서 레이와 함께 있었을 '누군가'를 찾아 돌아다니는 1학년을 향해 손짓했다. 그 아이는 주인에게 달려오듯 레이에게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레이를 바라보는 금안이 반짝거렸다. 정말 강아지 같네.


"너…. 이름이 뭐였지?"

"오오가미 코가라고 했잖아! 잊지말라~고! 평생 잊지 못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 미래로 돌아간 코가의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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