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Goodbye, Knives

노맨즈랜드 by f3t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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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브스가 HL에 떨어지는 트라이건×혈계전선 내용입니다.

- 완결 시점의 나이브스에 관한 개인적인 해석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반박하시면 여러분이 맞아요. (진짜로)

- 나이브스의 애칭에 대한 부분이 애매하게 스탬피드와 섞여 있습니다.

헬로, 밧슈.

잘 지냈느니 어쩌니 하는 물음은 우리 사이에는 불필요하겠지. 백 오십 년 역사의 노맨즈랜드가 아니라, 수 만 년간 쌓아 올린 인간의 모성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편지가 드넓은 우주를 넘어 네게 닿을 수 있을 리도 없고, 너였다면 이토록 징그럽게 살아가는 이곳 인간들의 모습조차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섞이기를 바랄 테니까.

그러니 결론부터 쓰마.

나는 지금 노맨즈랜드가 아닌 지구에 서 있다. 아마도 렘 세이브렘이 떠나온 곳과는 다른 지구에. 이 별의 역사에 플랜트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곳의 문명은 오롯이 인간의 힘으로 세워졌다. 내가 일평생 분노했던 일들은 세계 너머의 덧없는 일이 되었으며 그들은 나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가 가진 힘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도 알지 못한다.

인간, 인간 아닌 동물들, 웜즈를 닮은 생물들과 무수한 풀과 나무, 그리고 이계의 것들... 말 그대로 온갖 것들이 바글거리며 살아가는 이 행성에서는 나 역시 그저 긴 세월을 사는 생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멸절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널 이해하기 어렵다, 밧슈.

네가 그들로부터 무엇을 보고 그들의 무엇을 가치 있게 여겼었는지, 그들에게서 무엇을 느꼈었는지. 네 삶 전부를 바쳐 위성처럼 그들 곁을 떠돌게 했던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24번지의 골목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시간은 6월 18일 오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24번지의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과격파 범죄 조직 간의 충돌이 예견되었다. 전조는 충분히 있었고, 경찰과 라이브라의 정보원 또한 각 조직이 그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적어도 그날 오전까지 스티븐이 알고 있던 건 그게 끝이었다. 그는 진하게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서류를 가볍게 훑었고 다음 장으로 넘겼다. 딱 그 정도의 무게였다. 모르고 있기엔 찝찝하지만 특별히 신경을 기울일 만큼 위험하지는 않은. 이 곳은 이계와 현세가 뒤섞인 헬사렘즈 로트, 타락왕의 개조 마수가 날뛰고 온갖 인지를 뛰어넘은 존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도시였다. 두 조직이 부딪히는 일이라고 해봤자 미리 정보를 입수한 경찰 측에서 대처하면 될 일이었으며 라이브라는 안개 너머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다른 사건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예를 들면 다음 주에 있을 대머리 대승정 소환 대책이라던가.

충돌하리라고 예견되었던 두 조직 중 한쪽이 완전히 괴멸된 채 발견된 게 문제였다.

참상을 발견한 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주변을 순찰하던 경찰이다. 발령받은 지 일주일, 아직 HL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경찰은 용기 넘치게도 사건 발생지 근처에서 이상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정확히 5분 뒤, 파랗게 질린 그는 대기 중이던 인원에게 다급한 무전을 쳤다. 

메인 스트리트로부터 5분 거리의 골목길에서 해당 조직의 전원이 죽어 있었다. 온 몸이 잔혹하게 난자당한 채. 목숨이 붙어 있는 이는 없었다. 

바닥을 구르는 신체의 조각, 깔끔하게 잘려 널브러진 가로등, 양옆 건물 외벽에 남은 상처, 강처럼 흘러 떨어지는 핏방울. 그 골목을 비추던 감시 카메라 또한 가로등과 같은 최후를 맞아 영상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상황을 짐작할 단서는 많다. 이 HL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무언가로부터 뻗어 나온 예리한 칼날이 수 초만에 그들 전부를 조각냈다는 사실은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한 결과 그 칼날의 두께는 대략 백만분의 1밀리. 숨쉬듯이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다니엘 로 경부보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일개 경찰인 그들이 그 존재에게 대응할 방법은 없다는 사실도.

블러드 브리드인가? 좋지 않은 상상이 스티븐을 휘감았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추측은 아니었다. HL과 연결된 세계는 그들의 둥지나 다름없었으니 저 깊은 이계의 어딘가에서 그들은 알 수 없는 고위급 존재가 튀어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라이브라에는 혈투술 사용자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지를 초월한 칼날에 대응할 수 있는 혈투술이라면... 다크서클이 진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생각만 해도 성가시기 짝이 없다.

이를 악문 채 현장을 바라보던 레오나르도가 입을 틀어막은 게 그 즈음이었다. 한 발짝 뒤에 서 있던 스티븐이 레오를 흘끔였지만, 레오는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내저었다. 스티븐은 어깨를 으쓱이면서도 그의 심정을 이해했으므로 충분히 인내심을 발휘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일반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런 현장에는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테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레오는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산처럼 쌓인 인간의 잔해 속으로 걸어 들어가, 끔찍할 만큼 얇은 백색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 나왔다. 그건 언뜻 생물의 피막 같기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의 부품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새의 깃털을 닮은 것도 같았다. 그러나 스티븐은 그게 뭔지 한눈에 알아차렸다.

칼날이다.

“블러드 브리드는 아니에요.”

조심스럽게 레오가 단언했다. 그의 시선 앞에서 그 칼날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핏빛이 아닌 푸른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잔혹한 푸른색으로.

기껏 애를 쓴 게 무색하게도 그 사건은 한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그 현장에 남아 있던 범인의 단서라고는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칼날이 전부였던 탓이다. 분석으로 알아낸 결과조차 인간과 유사한 ‘어떤 생물’의 신체 일부라는 사실 뿐이었다. 더불어 골목 주변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의 은폐 능력을 지녔다는 점, 유사한 수법의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일조차 없다는 점, HL 전역에서의 탐문 조사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점...  달이 지난 지금 대안은 결국 신들의 의안으로 좁혀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돌아다니다가 ‘보이면’ 보고하라니....”

거리를 가로지르면서 레오가 절망적으로 고개를 떨궜다. 레오는 걱정이 많을 뿐 특별히 비관적인 인물은 아니었지만, 며칠 동안 팔자에도 없는 이계도시 유람을 다니다 보면 그의 목숨줄도 정신줄도 간당간당한 법이다. 오늘의 파트너로 당첨된 제드도 동의했다.

“제게도 수색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도와드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제드 씨도 보셨어요? 그... 현장이요.”

“사진으로만요. 그래도 충분히 위협적이고 잔인하더군요. 다들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고개를 숙인 제드가 손을 쥐었다 펴는 게 보였다.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다물었다. 수많은 사람을 모두 한명 한명 확인하는 건 확실히 눈에 부하가 걸리는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도 이것이 중대 사항이라는 건 알았다. 같은 수법의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바랐다면 진작 이 도시를 쓸어버렸으리라. 그가 찾아낸 깃털 같은 칼날은, 그리고 근처 건물을 피해 오로지 인간만을 베어낸 솜씨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생각을 이어 나가던 레오가 번개같이 고개를 돌린다. 멀리서 시린 푸른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두어 번 눈을 깜빡였지만, 무려 신들의 의안이 잘못 보는 실수를 범할 리도 없었다. 다급하게 걸음을 멈춘 레오가 제드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체격이 좋은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막 건물의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시선을 교환한 두 사람이 지체 않고 달렸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더없이 평범해 보였으나, 이곳은 온갖 괴이가 평범을 뒤집어쓰고 다가오는 도시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레오가 가장 잘 알았다. 건물 앞의 표지판을 흘끔인 레오나르도가 침음을 삼켰다. 이계미술관 그리고 읽을 수 없는 이계 문자들의 나열. 언젠가 찾았던 이계산 클램 차우 어쩌구 가게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는 표지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표지판을 확인한 제드가 표정을 굳혔다.

“레오 군, 되도록이면 떨어지지 마세요.”

네... 힘없는 레오의 대답과 함께 두 사람은 천천히 미술관 안쪽으로 들어섰다. 조사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레오나르도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백색 유리 문이 한 차례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아무 소리도 없이.

미술관 안쪽은 의외로 평범했다. 그림으로 표현된 온갖 풍경들이 하얀 벽에 줄지어 걸려 있었다. 먼저 들어간 남자는 옷자락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레오는 고개를 돌려 벽에 적힌 주의사항을 읽었다.

주의. 관 내부가 미로처럼 얽혀 있으므로 비치된 지도를 반드시 지참하십시오. 길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모든 피해에 대해 우리 관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내부에서는 소란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전자 기기 사용이 제한됩니다. 즐거운 관람 되십시오.

헉, 소리를 내며 레오가 휴대폰을 들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도시 한복판의 권외 지역이었다. 방금 막 전송 버튼을 누른 보고 메시지는 전송 불가 알림이 떠 있었다. 이런 기술을 미술관 짓는 데 쓴다고? 제정신인가? 인상을 찡그린 채 화면 속 작은 금지 마크를 노려보고 있으니, 옆에 서 있던 제드가 레오를 쿡쿡 찌르며 속삭였다. 레오 군.

“네?”

“문도 사라졌습니다.”

뒤를 돌아본 레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제드의 말대로였다. 그들이 방금 들어온 입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하얀 벽 위로 조각된 미술관의 로고만이 그들을 반겼다. 휴대폰은 권외, 출구는 사라졌고... 

다시 말해 두 사람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였다. 아마도 그 남자가 있을 미술관 안쪽으로 나아가느냐, 혹은 언제 도착할지 모를 라이브라의 지원군을 기다리느냐. 레오와 제드가 조심스럽게 시선을 교환했다. 때아닌 미술관 관람 시간이다.

...그러지 말걸.

“레오 군, 뛰세요!”

미술관이라며, 미술관이라며! 제드의 말에 대꾸할 겨를도 없었다. 인신의 5, 돌용창! 혈법으로 삼지창을 뽑아낸 제드가 뒤를 향해 던졌다. 깊이 찔린 괴생명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와 레오는 바닥을 딛는 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미술관을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관람객은 보이지도 않던 이유가 있었다. 작품이란 게 죄 저 모양이니 당연한 일이다.

지도에 따르면 작품명 삶의 괴로움 작가 아무튼 두 사람은 못 읽는 이계식 이름 아무개라던데, 작품이랍시고 복도를 꽉 채우는 초재생 거대 육식 지렁이를 전시한 괴짜가 누군지 구태여 알고 싶진 않았다. 식인 지렁이 이전에는 벌건 피가 묻은 식인식물이었고, 그 전에는 시끄럽게 날아다니며 온 몸에 달라붙는 종이 새였다.

제드가 뒤를 흘끔였다. 복도의 끝이 머지않았다. 끝에 달린 문은 갯지렁이와의 충돌로 많은 흠집이 나 있긴 했지만 제법 멀쩡해 보였다. 이대로 도망치기만 하다간 문과 지렁이 사이에서 팬케이크가 되리라는 뜻이었다. 끽 소리와 함께 제드가 달리던 몸을 세웠다. 작품을 훼손하지 마십시오 라는 웃기지도 않은 표지판을 이마에 단 거대 갯지렁이가 즉시 복도를 꽉 채우며 달려들었다. 창을 길게 세워 뻐끔거리는 입을 막은 제드가 두 발 뒤로 밀려났다. 

"시간을 끌겠습니다, 문을 부탁합니다!"

"네!"

중심부 쪽에나 있을 법한 생물을 잘도 미술품이라고 전시해뒀네, 진짜! 레오가 이를 악물고 검붉은 나무 문에 달려들었다. 범인이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여가서 나가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그 바람에 화답하듯 다음 순간, 레오 눈앞의 문이 큰 소리와 함께 열렸다. 어두운 복도로 하얀 빛이 쏟아졌고 손잡이로 손을 뻗던 레오가 숨을 들이키며 손을 거두었다. 지친 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두 사람을 잡아먹겠다며 달려들던 지렁이가 석상처럼 멈춰 선 것도 동시였다. 그건 이제껏 맹렬한 기세로 두 사람을 쫓던 것이 무색할 만큼 우뚝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재빠르게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치 겁에 질리기라도 한 것처럼.

이상한 반응이기는 했지만, 중요한 건 당장 더 이상 쫒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혈법을 해제하고 숨을 돌린 제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레오를 향해 한 발짝 다가왔다. 하지만 레오는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레오 군? 부르는 목소리에도 그는 정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시선을 들어 올린 제드가 마찬가지로, 레오의 앞에 선 남자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열린 문 너머에서 검은 남자가 레오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과 검은 머리카락. 그들이 간절히 찾던 그 남자였다. 한 달 전 그 사건의 범인이자... 의안의 시야 속에서 얼어붙을 듯한 빛으로 번득이는 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단순히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도 레오는 목에 칼날이 들어선 듯한 착각에 휩싸여 있었다. 정말 ‘보이는’ 대로라면 착각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마른침이 저절로 넘어간다. 남자는 무기질적인 얼굴로 레오를 응시하다가 곧 눈동자를 굴려 제드를 응시했다. 레오를 볼 때와는 달리 흰 눈가가 희미하게 좁아졌는데 제드는 어쩐지 그 시선의 의미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도시에서조차 이질적인 존재에겐 익숙한 반응이다.

남자는 한참이 흐르도록 침묵을 지키더니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레오와 제드가 흠칫 몸을 굳혔으나 남자는 그런 두 사람을 가볍게 일별하고는 돌아섰다. 더는 신경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는 그대로 다섯 발짝 걸어가서는, 전시실 한 가운데에 놓인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댔다.

레오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토해내면서 식은땀이 흘러 축축한 뒷목을 쓸어내렸다. 제드가 다친 데는 없느냐고 속삭였고, 레오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하면서... 천천히, 남자가 있는 전시실을 가로질렀다. 접촉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나가려면 이 길밖에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살인 지렁이니 식인 식물이니 하는 것들은 없었다. 전시실 내부는 흰 벽지에 하얀 대리석 바닥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시선 닿는 곳마다 온통 흰색 뿐이라 일견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벽에 걸린 작품은 하나, 한쪽 벽을 꽉 채우는 크기의 거대한 그림. 화가의 이름조차 없이, 한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만이 그림 아래에 자그마한 글자로 적혀 있었다.

KNIVES.

미술에는 문외한인 두 사람조차 한순간 압도당할 만큼 거대하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별처럼 흩날리는 무수한 깃털,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한 남성의 신체, 그리고 그 신체에서 뻗어 나온 칼날 같은 백색 날개들... 캔버스를 꽉 채운 여러 장의 날개는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너울거릴 것만큼 정교한 형상을 띄었다. 레오가 홀린 것처럼 그림 앞에 선다. 그림에 압도당해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제드도 마찬가지였다. 제드의 눈치를 살피던 레오가 반쯤 충동적인 마음으로 물었다.

“그, 혹시 직접 그린 그림인가요?”

좋아, 다행히 시끄럽다면서 십육 등분으로 토막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남자가 대꾸 없이 고개를 돌렸고, 다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용기를 낸 것치고 이번에는 떨지 않았다던가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크라우스 V 라인헤르츠를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감각이었다. 무서우리만치 인간과 유사하지만, 동시에 지나칠 만큼 이질적인 존재를 마주하는 데에서 오는 생리적인 두려움... 혹은 경외.

여전히 무기질적인 얼굴로 남자가 한 단어를 뱉는다.

“내가?”

“아니시구나. 화가 이름이 없길래 혹시나 해서요...”

아하하 웃으며 멋쩍게 뒤통수를 긁는 레오를 남자는 여전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한 시간 같은 육 초가 지나고, 남자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희미하게 웃었다. 어쩐지 등줄기가 싸하게 식는 듯한 웃음이었다. 레오가 딱딱하게 몸을 굳혔고, 상황이 이상해졌음을 깨달은 제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남자가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옮기며 덧붙인다. 나도 한 가지 묻겠는데.

"...네?"

"그렇게 겁에 질려만 있을 셈이면 뭐하러 따라왔지?"

안쓰러울 만큼 겁에 질린 모양새라는 건 알았는데. 이제 보니 무력한 주제에 아는 게 많은 모양이었다. 인간이 숨을 들이켜며 물러섰고, 대신 한 발짝 뒤에 서 있던 자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 자는 이 도시에서조차 드문 외견으로, 키가 작은 인간 쪽과는 달리 싸움이 몸에 익은 건지 경계하며 앞을 막아서려는 듯한 동작이었다.

나이브스가 심드렁한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기껏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러 온 날이다. 적어도 저 둘이 그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은 굳이 피를 낼 생각은 없었다.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이 우글거리는 도시. 그러나 그런 도시에서조차 그와 그의 동포들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 구태여 그를 찾아왔음은 어딘가에서 꼬리를 잡혔다는 뜻일 텐데... 지난 몇 주간을 반추하던 그가 아, 문득 깨닫는다. 떠올려 보니 인간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다.

코웃음친 나이브스가 입가를 비틀었다.

“아, 그 일. 매일같이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도시에서 겨우 그 정도로 꼬리가 잡힌 게 우습기는 하다만, 그 외에는 힘을 쓴 적 없었으니 그때뿐이겠군, 그래.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지?”

잡아가기라도 할 셈인가? 고작 둘이서?

그리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 물음에 레오는 말문이 막히고야 말았다. 범인을 찾으면 보고하라고 했지, 그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었던 까닭이다.

우선 하나. (다니엘 경부보가 들었다간 뒷목을 잡고 뒤로 넘어갈 법한 이야기겠지만,) 어쨌든 범죄자의 체포는 라이브라가 아닌 경찰의 일이었다. 둘, 라이브라에서 그와 접촉하고자 함은 말 그대로 미지에 대한 확인 과정에 불과했다. 2주 전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것은 범죄 조직과 그 골목길의 가로등뿐이었고 그 이후에 추가적인 피해가 일어났다는 보고도 없었다. 한동안 골머리를 앓는가 싶던 스티븐도 경찰 측에서 미제 사건으로 치부하자 다른 인원은 철수시킨 채 레오와 전투원 한 명만을 수색에 참여시켰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셋, 애초에 정말 이 자를 잡고자 했다면 이 작업에 달랑 둘만 배치하지는 않았을 테다.

레오가 도움을 바라며 제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안타깝게도 이 쪽도 그런 절차에 대해선 영 아는 게 없는 경력 짧은 사원인 건 마찬가지였다. 제드가 입을 다물었고, 묘한 반응에 나이브스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떨떠름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더듬더듬, 레오가 말을 잇는다.

“이, 이것저것 좀 여쭤보고... 동행해달라고 요청하나? 체포는 아니에요. 저희도 보고라던가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서요. 아니, 동행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뭘 물어보는데?”

다시 짧은 침묵. 아쉽지만 레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라곤 하나뿐이었다. 기자 지망생 실격이다.

“......그,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남자의 표정이 황당으로 물들었다. 

어느 날 건물에서 나와 모래를 딛은 그는 끝낼 때가 왔다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의사가 행한 치료는 효과적이었고, 플랜트의 회복력이라면 밧슈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그래서 그는 나무를 심기로 했다. 흑발화가 완전히 진행된 상태에서 힘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결정한 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인간을 믿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며 행할 참극을 예견했다. 그가 온 힘을 다해 심은 나무도 언젠가는 인간의 손에 베이리라. 하지만 밧슈가 그를 가로막고 옥토번의 인간들이 깨달은 것처럼, 정말 어쩌면...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대로 사라졌다면 모든 게 완벽했을 텐데.

운명의 장난인지 뭔지 그는 죽지 못한 채 인간의 땅에서 눈을 떴다. 요란스러운 경적소리, 먼지 낀 듯 매캐한 공기, 하늘을 자욱하게 덮은 안개와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빌딩들. 그 한복판에 날 듯이 내려선 나이브스가 인상을 구겼다.

그 뒤의 이틀은 그의 긴 삶을 통틀어서도 가장 끔찍하고 긴 48시간이었다. 도시는 더럽고 시끄러웠으며 복잡했다. 다른 플랜트의 자취는 찾을 수 없었고,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이 한데 섞여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가 역겨워하던 인간의 모습을 띄었으나 그렇다고 인간 아닌 것들이 덜 끔찍하지는 않았다. 불필요하게 다른 생물을 착취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피가 흐르고,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타자를 배척하는 것들. 그 속에서 나이브스는 인간으로 취급당하기도, 인간 아닌 것으로 취급당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달갑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그를 붙잡은 사람이 있었다. 나이? 잊은 이름을 부르면서, 빛바랜 기억과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자. 

렘 세이브렘이다. 단언컨대, 최악의 재회였다.

나이브스가 인상을 구기건 말건, 그의 손목을 붙든 렘 세이브렘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집으로 그를 이끌었다. 설명도 없이 가운을 손에 안긴 채 욕실로 밀어넣더니 우선 씻고 나와서 이야기하자는 태평한 말이나 했다. 기계적으로 물을 맞으면서 나이는, 밀리온즈 나이브스는 다시 생각한다. 그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

욕실에서 나왔더니 렘이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에 급히 준비한 듯한 과일이나 음식 따위를 늘어놓은 채, 턱을 괴고. 나이와 눈을 맞추면서 렘이 웃었다.

"이제 배는 안 고파?"

나이브스는 대답 없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 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고 렘은 질문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이 이상한 지구에서 다시 태어나 일곱 살 때 승무원으로서의 기억을 떠올려낸 것, 기왕 다시 태어난 김에 완전히 다른 길로 가 보기로 한 것, 그렇게 지금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아직 뭘 그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대목까지 들은 나이브스가 마침내 입을 열어 물었다.

"정말 그걸로 된 건가?"

접시 위의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대답은 바로 나왔다.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나이. 렘이 웃는다. 말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다. 나이브스는 조소했다.

“나이, 나이... 여전하네, 너는. 그래, 네 말대로 그럴 리 없지. 그 추락이야말로 내 계획이었고, 나는 그 뒤로도 백 오십년을 쏟아 인간을 멸망으로 이끌었다. 그런데도 너는 나를 집에 들이고 식사를 대접할 건가?”

“하지. 네가 배고프다고 한다면.”

“왜?”

“그야 네가 ‘나이’니까.”

“겨우 그런 이유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를 악문 렘이 컵에 손을 뻗었다. 속이 타는지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고는 큰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탕! 나무 식탁과 유리잔이 부딪혀 큰 소리가 났고, 나이브스가 표정을 굳혔다. 렘의 손이 떨어진 잔 손잡이에는 희게 실금이 가 있었다.

"말 잘했다! 그래, 겨우 그런 이유로!"

말을 멈춘 렘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고르려는 듯한 동작이었는데 그다지 효과를 보진 못했다. 

“네 계획이었다는 건 추락하는 함선에서 바로 알았어. 내가 노력해봤자 살릴 수 있는 건 아주 일부라는 사실도 알았고! 그래, 솔직히 다시 태어난 뒤로는 원망도 많이 했어. 난 네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거든. 그런데 그거 알아, 나이? 그래도 미워하지는 못하겠더라.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게 네 짓이란 걸 알고도 내 책임이었다는 생각부터 드는 걸 보면 나도 정말, 멍청하지 않니? 너희 앞에서는 어떻게든 어른인 척 했지만 실은 완전히 바보였던 거지.”

숨이 막힌 듯한 소리였다. 렘이 손에 얼굴을 묻었다. 울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가 어떻게, 어떻게 네 탓만 하겠어..."

나이브스는 가만히 그 모습을 응시했다. 렘은 깊이 심호흡하더니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불안하지만 결의가 내비치는 눈이다.

그 시선을 피하면서 나이브스는 오래 전 함선에서의 날을 떠올린다. 기절한 그가 깨어나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날. 꼭 그 때와 같은 얼굴이었다.

"내가 할 말은 그 때와 같아. 무작정 인간을 용서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사람이 플랜트에게 저지른 일은 돌이킬 수 없어.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고, 세상이 달라졌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그건 네 행동도 마찬가지야.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돌이킬 수도 없어."

"내가 틀렸다고 말하려는 건가?"

"설마. 내가 아는 건 네가 대선단의 추락을 계획했다는 사실 뿐이거든. 네가 그 이후에 저지른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 당연히 판단할 자격 같은 건 나한테 없지. 그건 네가 직접 해야 하는 거야, 나이브스. 네가 직접 알아내야 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고, 알아가. 도망치려고 하지 마."

"...그 때 이후로 백년이 넘게 변하지 않은 결론이다. 그게 이제 와서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

"바뀌게 될걸. 똑바로 들어. 난 지금 여기서, 이 도시에서 살아가라고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봐. 이야기를 나누고 물어봐. ...그래, 물론 나도 알아. 이 세상에는 꼭 선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완전히 이해하라고는 안 하겠어. 내가 널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날도 영원히 오지 않을 테고. 하지만 그래도 알 수 있는 게 있잖아. 직접 확인해 봐."

 그렇게 포기해 버릴 만한 건 아닐걸.

렘의 말이 끝나고도 나이브스는 한참이 흐르도록 입을 열지 않았다. 그 한참동안 렘은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긴 침묵이 지나...

마침내 나이브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짚었다. 밧슈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이 꼴이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나이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 ...렘."

가라앉은 어조로 대꾸하고는, 서툰 모양새로 깎인 사과를 집어 입에 물었다. 단 과즙이 입 안에서 터졌다. 그 사막에 심어 두고 온 사과도 이런 맛일까. 문득 의문이 고개를 들었으나 이제는 영영 알 수가 없다.

“아직도 물어볼 게 남았나?”

“어, 음... 마지막으로 하나만요. 혹시 한 달 전에는... 왜 그러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이름이며 생활이며, 화가에 대한 것들이며 이것저것 묻는가 싶더니 그새 제법 간이 커진 모양이었다. 아득바득 피해 가던 주제를 기어이 꺼내 드는 걸 보면. 레오나르도 워치 뿐 아니라 반어인이라던 제드도 비교적 긴장이 풀린 기색이었다.

“진심으로 묻는 건가.”

“아뇨, 생각해보니 안 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레오가 빠르게 대답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이브스가 다음 전시실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레오와 제드가 그 뒤를 따랐다. 흰 바닥, 흰 벽지, 그리고 복도를 따라 울리는 서로 다른 발자국 소리.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고서야 두 사람은 그 거대한 그림이 연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달리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제목을 놓고 보면 확실히 그랬다.

두 번째 전시실에 걸린 그림은 작은 초상화였다. 색 밝은 금발을 짧게 친 어린아이를 그린 초상화. 오른쪽 눈 밑에 작은 점이 박힌 아이가 그림 바깥을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레오가 눈을 끔뻑이면서 그 그림을 응시했고, 나이브스는 마찬가지로 그 그림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다 불현듯 입을 열어 묻는다.

"너도 내가 칼 들고 덤비는 것들까지 살려 보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네?"

"아니, 벼룩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은 너 말고."

나이브스의 시선은 어느새 제드에게 가 닿아 있었다. 경악한 레오가 입을 벌렸다. 아니, 아무리 저도 벼룩 정도는 죽일 수 있는데도요. 벼룩 정도는 죽일 수 있는 데도요! 물론, 소리 없는 외침이 닿을 리 없었다.

제드가 고개를 기울였다. 하긴, 그 사람들은 항쟁을 눈앞에 둔 범죄 조직이었지. 기록으로 남지 못한 폭력 사태가 일어났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제드는 두류의 제자로서 기꺼이 사람의 편을 들 생각이었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할 것이며 그것을 위한 싸움에는 망설임 없이 나서리라. 죄 없고 힘없는 사람들, 그리고 옳은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상적으로요, 아니면 현실적으로요?"

"둘 다 궁금한데."

"이상적으로는 살려 보내는 게 맞습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건 결국 해결책은 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 모두를 죽여 보내는 것보다 살려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렵더군요. 저는 어려운 쪽을 선호합니다만, 제 인간 말종 사형이라면 경동맥을 끊어 버렸을 겁니다."

"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그럼요. 예를 든 것 뿐인데요. 정말로 있습니다, 그런 인간."

"...그래, 참고하지. 다음 번에는 노력하겠다."

무슨 노력이냐고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까딱인다. 마치 인사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제드가 고개를 까딱였고, 레오는 얼결에 따라 인사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미술관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등 뒤로,  그림 아래의 작은 제목만이 은은한 광택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K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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