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ia, 2001

당신을 사랑해.

자신이 있었다. 본인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 또한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 그는 약속했던 것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을 테니, 본인도 그와 같을 거라는 자신. 그래서 그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자신은 생각했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던 유리 조각을 대신 맞아주던 그를 떠올린다. 너는 남들 앞에 서야 하는 사람이니, 얼굴에 흉이 지면 안 되겠지. 그리 말하던 얼굴이 선하다. 펠릭스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사람이다. 고작 사랑도 없는 결혼 때문에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나는 나이 든 사람과 결혼하기 싫다는 이유로 너를 이용했을 뿐인데, 너는 나를 위해 한쪽 귀까지 잃었잖아. 왜 그랬어? 거래라면서. 왜 거래에 그렇게 많은 애정을 쏟았어? 넌 나에게 항상 이해하기 힘든 여자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야. 오히려 네가 훨씬. 그 누구보다 이해하기 힘든 남자야. 너는 그렇게 사랑을 한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결국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나는⋯⋯.

펠릭스. 나는 그래도 당신과 같은 성을 지고, 같은 목표를 가져서 꽤 좋았어. 네가 나만큼은 잊지 않는다는 그 우월감에 빠져 평생 나만 보길 바랐던 때도 있어. 그래도 나는 알아.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저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서 그런 것들이라는 것을 알아.

서서히 눈을 감았다. 닿아오는 체온이 뜨겁다.

사랑해, 올리비아.

그리 말하는 목소리가 사랑스럽다.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맞붙여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사랑해, 펠릭스.

그리 답하지 못해 미안해. 나는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올리비아는 그리 말하고 싶었으나, 더 이상 입을 열 수는 없었다. 사랑해, 내 펠릭스. 내 콜먼. 당신을 구해 주지 못해 미안해. 펠릭스를 죽게 해서 미안해. 올리비아 콜먼은 완전히 눈을 감는다.

아, 차라리 콜먼을 전부 죽였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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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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