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XIV 글 : OC

여행자의 이야기 Ⅰ

이비아 Ibja

愛狀 by 민

https://youtu.be/WEt3pbOP3M4?si=kUnmSHgfVeAh3Ns9



" 도망갈 거야. "

여행자의 이야기 Ⅰ

『 노래는 누군가가 가르쳐줘서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이비아. 』

어릴 적에 성지로 들어와 만났던 이방인들 중 한 명은 음유시인이었다. 자신은 그리다니아라는 곳을 떠나 지금의 동료들을 만나서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비에라들과는 다른 형태로 귀가 아주 길었고, 아주 키가 컸지만 온화한 미소를 지닌 엘레젠이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무심코 " 곡이 예뻐요. " 라고 한 것으로부터 들려온 『 고마워요, 숲의 아가씨. 』라는 말을 시작으로 이어진 인연이었다.

그녀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노래는 가르쳐줘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노래를 가르쳐주는데.

『 물론 가르침을 받는 부분은 있어요. 발성이라던가 최소한의 기교, 연주법 정도죠. 그리고 그 연습곡은 가르침을 주는 이가 알고 있는 노래 중 하나가 되는 거예요. 』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궁금해서라고 이유를 말했다.

『 여기서 지내는 동안은 온 힘을 다해 가르쳐줄게요. 머물게 도와준 보답! 후후, 내 첫 제자가 되겠네요. 이비아가. 』

『 소네트, 정성껏 가르쳐 주라고. 어린 비에라가 목숨 걸고 우리에게 안전한 곳을 알려준 거잖냐. 』

『 어머, 당연한 소릴 당연하지 않은 것을 행동하는 사람처럼 말하지 말아 줄래?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말을 하네, 정말. 』

소네트가 알려주는 수업은 재미있었다. 음유시인은 궁술과 노래 모두를 해내는 사람이구나. 궁술은 마을 어른들에게 활 쏘는 법을 배웠기에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소네트는 그것을 조금 신기하게 보았다.

『 비에라의 궁술은 정말 독특하네요. 거칠고 힘이 있는데도 군더더기가 없어서 매끄럽게 보이는데, 과연 숲의 수호자라 말하는 비에라…. 아, 하지만 이 부분은 제가 조금 조정해줘도 될까요? 이비아? 』

연주는 소네트가 빌려준 여분의 악기로 배웠다. 소네트는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듯하다 하나를 정했는지 그것으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배움을 받고 돌아가는 길, 처음 겪는 느낌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은 원래 뛰는 건데… 하고 바보 같은, 스스로 답을 하면서도 그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정말로 간지러운 기분, 감정.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는 느낌.

『 어머, 의욕 가득하군요! 후후… 열혈 학생은 좋죠! 』

의욕이라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소네트를 재촉했다. " 이다음에는 어떻게 해요? " 라고.

소네트에게 연주를 배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미코테인 시렌은 기공사라며 자신의 큰 총을 보여주었고, 루가딘인 아바르휀은 자신은 모두를 지키는 방패라며 검과 방패를 보여주었다. 엄청 무거워 보이는, 그리고 실제로도 무거워서 둔해질 것만 같은 방어구도 같이. 굉장히 신기한 구체를 보여주는 라라펠인 파파리토도 있었다. 파파리토는 점성술사라고 했고, 이건 천구의라고 했다. 점성술사가 점성술사의 힘으로 아군을 위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무기라고.

그러고보니 마을 장로님들 중에 점을 보는 분이 계셨지…. 그래서 물었다. " 점을 볼 수 있어요? "

『 음, 돈 받고 결과에 책임질 정도로는. …보고 싶은 점이라도 있어? 』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밤이기도 하고, 이비아니까 특별히 봐준다며 파파리토가 카드를 펼치는 모습을 보았다.

『 이야, 저 녀석 복채 꽤 비싼데. 꼬맹이, 땡잡았네? 』

『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마라. …그래서 무엇을 보고 싶은 건데? 』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말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고른 끝에 질문을 꺼냈을 때 파파리토는 가만히 나를 보았다. 그러다가 카드를 섞더니 몇장을 꺼내며 한 장 한 장 카드를 살폈다. 조금 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들렸다.

『 이비아, 그 질문에 온전한 답을 하지 못해서 미리 미안하다고 해둘게. 독단이지만 그 질문의 방향이 조금 틀리다고 생각되어서 조금 달리 보았거든. 네가 여행을 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아닌 여행을 떠나야 할 때로. 』

무슨 차일까. 파파리토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 너는 때가 오면 바로 여행을 떠나도 돼. 그러니 모든 문제들은 뒤로 하고 바로 떠나. 그건 이른 시일이 될 거야. 』

내가 지금은 다짐하고 있지 못한다는 소리일까? 그런 거겠지?

내가 아직은 어린 것을 아니까 무서운 점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문제라는 것은 어떤 문제를 말하는 걸까? 나한테 문제라고 할만한 건… 마을? 아니, 신경 쓰지 않아. 어차피 마을에서도 나는 고아일 뿐인 어린 비에라고… 항상 혼자 있고 말이 유독 없는 것을 다들 별로 좋아하질 않았으니까. 애 같지 않다고.

『 이비아. 』

생각이 깊었다. 나도 모르게 흠칫하며 파파리토를 보았다. 새벽하늘 같은 보랏빛 눈이 보였다. 파파리토는 빙긋 웃었다.

『 네가 유일하게 사랑한 건 무사할 거야. 오히려 네 여행을 응원하겠지. ─걱정하지 마. 굳이 걱정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미적거리지 말라는 정도? 』

그날 밤은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파파리토의 말을 곱씹으며 두근거림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 이른 시일 내에 여행을 떠날 수 있구나, 하고.


마을에 불길이 일었다. 제국이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비에라들은 불길에 휩싸인 채 도망가다 쓰러져 그대로 타 죽기도 했고,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죽거나 다쳐갔다. 활은 부서졌다. 도망을 위해 나무를 방패 삼아 달렸다. 목적 없이 달리는 것은 아니었다. 소네트에게 받은 활이 있었다. 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활을 숨겨놓은 동굴로 달렸다.

" 찾았어…! " 두껍고 튼튼한 천에 감싸진 채 동굴 안의 바닥에 구덩이를 만들어 묻어둔 활을 꺼냈다. 소네트의 활이었다. 첫 제자라며 자신이 쓰던, 길이 잘 든 활을 자신에게 준 소네트였다. 연주가 가능한 음유시인의 활은 자신이 쓰던 활이랑은 분명히 틀렸으니까. 자신은 여분의 무기가 있으니 졸업선물로 주는 거라며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던 그 말에, 나는 처음으로 벅차오르는 마음을 지닌 채 고맙다고 했었다.

" 그리고… " ─시렌의 총. 시렌은 최소한의 탄창과 함께 자신이 가지고 다니던 여분의 총을 주었다. 활만으로는 분명 끝나지 않을 때가 있을 거라며 종종 자신의 총으로 총을 쏘는 연습을 시켜주었다. 활만으로 끝나지 않을 때라면…

활과 총을 챙겨 마을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제국군은 기습으로 활을 쏴 머리를 맞혔다. 소네트가 궁술도 같이 알려주면서부터 마을 어른들에 못지않게 궁술 실력이 늘어난 것이 빛을 보는 때였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시야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멈칫했던 머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는 비에라 덕분에 다시 돌아갔다.

살아있어. 그래서 구하려 했다. 움직이며 변하는 시야에서 반대편이 보였다. 제국군 하나가 총을 겨누려 들었다. 시렌이 준 총으로 제국군을 겨누자 총구가 나를 향하는 것이 보였지만 자신이 더 빨랐다. 제국군이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것을 총을 꼭 쥔 채 주시하다 쓰러진 비에라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태를 보았다.

" 정신 차려, 정신 차려야 해. 여긴 위험해…. " 다름 아닌, 마을 어른들에게 같이 궁술 훈련을 받던 동년배의 비에라였다. 상처는 크지 않은 것 같았지만 몸을 가누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그 순간, 자연스레 손이 움직였다. 이제는 익숙해져 완벽해진 연주에 처음으로 마음이 담겼다. 그저, 지금으로부터 구하고 싶다고.

『 그 곡이 그 기술의 곡인 건 아니니까요, 이비아. 』

" 그러면 왜… " 소네트는 온화하게 웃었었다.

『 그 곡만큼 다양한 감정을 담은 곡을 아직 들어본 적도, 만든 적도 없거든요.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요. 그 곡에 마음을 담아요, 진심을 담아요. 만약 우리가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당신이 음유시인의 노래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라도 당신이 깨닫게 될 때, 제가 없어도 어엿한 음유시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

감겨있던 눈이 떠지는 것을 보았다. 스스로가 해낸 ' 찬미 '에 기뻐할 시간도 없었다. 제국군 하나가 눈에 들어와 이번에는 활을 들어 활줄을 당겼다.

" 몸을 피해. 넌 활이 없으니까. " 굽혔던 무릎을 펴며 일어나 한 걸음 움직였을 때였다.

『 너는! 안 도망가?! 』

" 난─…" 왜 하필,

네가 유일하게 사랑한 건 무사할 거야.

지금…? ……아, 그렇구나…

그러니 모든 문제들은 뒤로 하고 바로 떠나.

…지금인 거죠, 파파리토. 하지만, 숲은─

오히려 네 여행을 응원하겠지.

─걱정하지 마. 굳이 걱정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미적거리지 말라는 정도?

파파리토의 점은 정확하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이 한 말이기에 믿었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한 숲이 나를 응원한다고 했어. 무사할 거라고 그랬어.

" ─잠시만, 집에 들렀다가 도망갈 거야. "

…그러니 괜찮을 거야….

세상을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숲은 언제나 이곳에 존재했으니까. 언제나 변화했지만 언제나 그대로였으니까. 생명이 요동치고,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언제나의 숲. 그래… 굳이 말하자면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장소. 언제 돌아와도 반겨줄 그런 장소… 집, 이었다. 그러니 여행을 떠나고 세상을 보고 나서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돌아올 곳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여행의 시작을 겪고 싶은 건 아니었어.

" 도망갈 거야. "

그래도 일은 일어났어.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내가 살아야만 해. 그러니까, 그러니까…

…미안해요, 다녀올게요. 이곳에 잠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내가 사랑하는 나의 집. 꼭, 돌아올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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