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다
🐈⬛
그 날은 달이 안보이는 밤. 그리고 당신도 없던 밤.
잠자리에 들어 눈을 지긋이 감아본다.
‘오늘따라 꿈 자리가 사나울 것 같은 기분’을 안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이리와야지 어디로 갔니?“
잡히면 안된다.
“착하지. 얼른 오렴.”
잡히면 안돼. 구석으로 좀더 구석으로 손이 닿지 않는 저 안으로 더 들어가야해 안그러면 나는…
“우리 ??? 나랑 숨박꼭질이 하고 싶었구나?”
우왁스러운 손길이 꼬리를 강하게 잡아당겨 끌어내린다. 안돼 제발 살려줘 제발- 제발 그러지 말아줘 나는 아직- 소리를 질렀다. 혼신을 다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구해주지 못했다. 왜냐면 내가 마지막 이었으니까. 목에 밧줄이 걸리고 천천히 천천히
“꽤나 고약한 꿈을 꾸는구나. 일어날 때 란다.”
당신은 누구? 제대로 말이 전해오지 않앗지만, 그 따뜻한 목소리가 스며들어 밧줄마저 끊어버린다.
“제법 소란스럽더라니 꽤나 험한 꼴을 하고 있구나.”
길게 튀어나온 손톱과 귀 세로로 길게 갈라진 동공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한껏 웅크려 비명지르는 너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나의 주인은 손이 많이 가는군.”
부드럽게 안아올려 귓가에 속삭인다.
“꽤나 고약한 꿈을 꾸는구나. 일어날 때 란다.”
품에 너를 안고 머리를 쓸어넘긴다. 땀과 눈물 범벅이 된 너를 내려다 보다 창가로 눈을 돌린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달은 나의 주인을 비춰 꿈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줬어야 하거늘.”
“…오늘은 달이-”
“오오 눈을 떴나.”
“달이— 어째서.”
“달이 괜한 심술을 부린 모양이구나. 괜찮다.”
놀란 눈으로 있던 너는 이내 품으로 파고들며 꼬옥 안았다. 구명줄을 붙잡는 듯한 간절한 손 그런 손을 맞잡으며 이 밤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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