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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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답답한 마음이 들어, 무심코 책상 위에 올려뒀던 카메라가 담긴 가방을 메고서 바깥으로 나왔다. 홧김에 사고자 결정해서 고민하고 또 고려해서 지갑과 타협해서 얼마 전에 샀던 카메라를 지금까지 제대로 쓴 적이 없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걸까. 아니면 줄곧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을 마음 뿐만 아니라 물건으로도 모습을 온전히 담아서 가지고 싶었던 걸까. 무엇
부엌 너머에서 기운찬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흐릿하지만 확실하게 들리는 단어들을 주워 듣는 한 아무래도 TV에서 라이딩 듀얼 중계를 하고 있으며, 그것을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보통이라면 언제나 함께 있는 육친을 떠올리겠으나, 지금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침 방문객이 집에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방문객이 라이딩 듀얼을
기나긴 괴로움 끝에 조금은 다른 형태로 평화를 되찾은 도시, 하트랜드. 그 귀중한 평화는 마음을 다친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치유하며 본래 있어야 했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있던 일부 사람이 존재했다. 그 이름은 쿠로사키 슌이라는 이름의 거친 매와 사사야마 사야카라는 이름의 작은 요정이었다.
이 세상에는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세 명은 있다고 한다. 굳이 얼굴에 한정하지 않아도 세상은 넓지만 생각보다 좁으니 다른 부분에서 닮은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차원이 하나로 모였다지만 당장 얼마 전까지는 무려 4개의 차원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모든 차원에 얼굴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한 자리에 함께 있었으니까 전해지는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라 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니와 함께 전장을 달렸던 선택의 문장사 또한 수많은 선택과 결과를 발지지대 삼아 지금까지 서 있다고 하며, 나와 언니 또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선택에 가로막혀 답답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는 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굳은 의지를 가지고서 이 땅에서 자신의 역할을
결혼을 한다고 한다. 누가? 신룡님이.그 탓에 주변에선 평소보다도 훨씬 시끄럽다. 뭐 당연하겠지. 이 엘레오스 대륙은 신룡 신앙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신룡왕인 신룡님은 천 년 전에도, 그리고 그 천 년 후인 얼마 전에도 이 세계를 구한 영웅. 이 대륙 내에서 신룡님의 결혼에 대해 떠들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
우리는 서로 닮은 모양이다. 그 말을 구태여 꺼내지 않고서 집어 넣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서 기어이 다시 꺼내고야 만 자신의 실수를 내심 후회했다. 신룡님이 그 깨끗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서로 사이가 좋아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별로 꺼리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대화다운 대화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베일 본인은 스스로를 세상살이에는 비교적 둔한 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 상황도 상황이었고 출신도 출신이었으니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으니까. 기껏해야 기사가 가끔씩 지나가는 투로 이야기를 해주는 때도 있었으나 그조차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었다. 즉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경험을 토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래
"이번에 카무이 언니를 닮은 인형을 구했어요."벚꽃 그 자체가 변화한 듯한 분홍색 머리카락을 살랑이면서 사쿠라는 수줍게 웃었다. 이걸로 형제들이 다 모였다며 조금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한 것을 들으면서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그때 당시 어린 사쿠라가 드물게도 들뜬 모습으로 형제들에게 이런 식으로 인형의 존재를 알린 것을 떠올리며 히노카는 사쿠라에게
베일은 솔라넬에서 가장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 있었다. 솔라넬은 부유섬으로서 어느 곳에 발을 내딛어도 지상의 어디보다도 하늘이 잘 보이지만 베일로서는 이 장소가 제일 마음이 뻥 뚫릴 것처럼 탁 트여 보였다. 비가 왔던 탓에 흐린 것이 아쉬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베일이 하늘 저 먼 곳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으니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 들어와 베일
키스를 했다. 연인들이 할 법한, 서로 껴안고서 혀와 혀를 얽히는 그런 찐득한 것이 아니라 입술과 입술이 잠시 맞대었다가 떨어진, 그런 가벼운 것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는 이러한 키스를 인사 대신 한다고 했던가. 어디서 주워 들은 건지도 모를 지식을 떠올리며 베일은 무심코 쥐었던 자신의 원피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키스라기 보다는 입맞춤이
누군가는 말했다. 하늘을 사랑했노라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두를 품는, 그러면서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는 그 자유에 손을 뻗었다고. 있는 힘껏 발돋움하면 하늘 끝에 닿을 수 있을까, 몸을 던지면 하늘을 품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시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과거의 나는 울 것 같은 마음을 무릎과 함께 품에 안으면서 언젠가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