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즈베리
[마릴린 솔즈베리]
※인세인 비공식 팬 시나리오 <무도회의 저편(w. TEAM 조디악 명왕성)>의 스포일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트윗) 링크:
솔즈베리의 가훈은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며, 길러내는 것'.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서 그에 합당한 능력을 지니고, 나라에 도움이 될 것. 나라에 도움이 되기 위해, 사람을 키워낼 것. 교육과 육성은 가장 고귀한, 솔즈베리의 의무.
마릴린 솔즈베리, 그 또한 솔즈베리. 그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마릴린은 그 날을 기억했다. 그저 그렇고,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에 질려가던 날. 그러니까, 그의 기억으로는 황태자를 처음 봤던 날이었다. 유달리 사람 보는 눈이 좋은 솔즈베리에 떡잎부터 글러 먹은 황태자가 좋게 보일리 없었다. 마릴린 솔즈베리 또한 이 나라의 미래는 형편없을거라며, 자신이 키우는 것들마저 의미 없을 것이라며, 들을 이 없는 한탄만을 무럭무럭 키워가고 있었다.
지루하고 지루했다. 마음에 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시녀의 옷을 훔쳐 입고 시장거리로 나온 것은 다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래도 멍청한 황태자나 귀족들이 하는 짓을 보지 않으면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일도 하지 않고 지들 배나 불리려는 멍청이들. 정말이지 마음에 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릴린은 조금 더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선대 가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솔즈베리의 기둥이자 뿌리가 된 선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나라를 더욱 의미 있게 가꾸고 싶었다. 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고, 나의 이상에 맞는 나라를 만들어서, 내가 한 모든 행동이 의미 없지 않았었다는 것을. 내가 배운 것들이, 내가 한 노력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보이지는 않아도 언제나 제 자리를 지키며 빛나는, 작고 작은 낮의 별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날, 우연히 스친 누군가의 눈에서 별을 보았을 때. 마릴린은 그것이야말로 가히 운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릴린은 언제나 생각과 행동이 재빠른 사람이었다. 스치듯 본 사람이 바이스 백작가의 마리안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의 그의 행적은, 조사하긴 했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잠재력이나 재능이라는 것은 과거의 행적만으로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꾸고 키워 나갈 미래겠지.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솔즈베리의 가훈은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며, 길러내는 것'. 마릴린을 비롯한 솔즈베리의 사람들은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다. 그것조차 '개입'이 되니까. 마릴린 또한 그리 생각했다.
그러니까 접근 방법은, 직접 얼굴을 볼 일 없는 후원으로. 후원의 명목은, 음, 대뜸 당신은 크게 될 사람이다, 내가 안다, 고 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명목을 내세웠다. 지극히 당연한 솔즈베리의 방식이기도 했다. 이미 마릴린이 점찍어 놓고 후원하는 사람의 수도 많았다.
하지만 마릴린은 왠지 만족할 수 없었다. 이 지루한 일상의 전환점이었고, 글러먹을 나라의 한 줄기 희망이었다. 정말 이것으로 족할까? 알고보니 그 사람, 마리안느가 소박하게 살길 바란다면? 중간에 어떤 망나니가 망나니 같은 수작이라도 부린다면? 아아, 그러면 안되는데. 마리안느는 분명히 제 생각만큼 큰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제 이상에 부합하는 더 나은 나라를 만들고 이끌어갈 힘이 있었다.
마릴린은 알았다. 어쩌면 마릴린만이 알았다. 그래서 마릴린은 조바심이 났다. 언제까지 이렇게 멀리서, 손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이건 정말이지, 너무 위험하고, 항상 일이 내 뜻대로 흘러가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래, 내가 솔즈베리가 아니면, 솔즈베리만 아니면 그건 '솔즈베리의 개입'이 아니잖아?
솔직히, 마릴린은 욕심이 났다. 온전히 제가 키워보고 싶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 마음에 쏙 든 인재의 성장과정을 멀리서 관찰만 하기에는 그 욕심이 컸다.
그래서 마릴린은 나름의 계책을 세웠다. 솔즈베리에 어긋나지 않게, 곁에서 지켜볼 수 있게. 어쩌면 때로는 당신을 시험할 수도 있겠지. 당신이 정말 나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빛을 간직한 사람일지. 과연 내 눈이 틀리지 않았을지. 마리안느, 당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너무 많아. 당신을 통해 본 희망과 미래가 너무 밝아.
"그러니까, 이 '마리'는 언제나 아가씨의 곁에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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