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해바라기 -2-

연성 by 꿀이다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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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각박하고 정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며 살았기 때문에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긴, 술을 입에 댄 순간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게 되니까 저렇게 펑펑 울 수도 있겠지. 어떻게든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떠넘기듯이 남자의 손에 꽃을 꽂아두고 가려는데 손이 붙잡혔다.

조금의 접점도 남기지 않으려던 신중함 때문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끅 끅 소리까지 내면서 울던 남자는 주머니에서 가짜 해바라기를 하나 더 꺼내더니 내 손에 꼬옥 쥐어줬다. 그 순간 나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마를 짚었다.

“저기요. 보기보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집에 들어가세요.”

“예, 아니오… 흐윽, 둘 중 하나로라도, 훌쩍, 대답해주세요.”

집요하게 내 눈을 바라보는 남자가 무슨 짓을 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취객이라는걸 인정하자 그제서야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예.”

남자는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울음을 뚝 그치고 다시 밝은 표정이 되었다. 그걸 본 나는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회사원이 꽁지빠지게 도망치는 바보같은 모습을 보는 사람은 빠르게 멀어지는 취객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나를 쫓아오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뒤를 밟히지 않기 위해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작고 안락한 집에 돌아와 문을 잠그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저앉자 손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나를 붙잡았던 남자가 쥐어준 가짜 해바라기가 어두컴컴한 방바닥에 놓였다. 저대로 두면 잘 준비를 할 때 실수로 밟아버릴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무채색 일색인 방 안에서 유일하게 원색을 가져 어둠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노란 꽃잎을 보고 있을수록 그 남자가 환하게 웃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취객이니 속을 알 수 없고 무서운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착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처럼 큰 눈이 달처럼 휘어지고 입꼬리가 시원하게 올라가는게 매력적으로 보여서 원하면 얼마든지 연애를 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왜 사랑을 믿냐는 바보같은 질문을 한걸까. 어쩌면 열렬하게 연애하다가 차인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상하게도 여태까지 연애를 한 번도 못해봐서 한이 맺힌걸지도 모르고.

생각을 멈추지 않고 그 남자를 가지고 이런저런 상상까지 하다보니 어느새 호흡이 원래대로 돌아와서 플라스틱 해바라기를 서랍장 위에 올려두고 잘 준비를 했다. 깨끗하게 씻고 머리를 수건으로 문지르다가 그 남자는 머리가 길어서 헤어 드라이기로 말려야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세게 저었다.

씻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몸을 침대에 눕히자 눈이 저절로 감겼다.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것처럼 눈이 따가워서 눈꺼풀을 세게 감고 있자 잠에 드는 줄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내가 아무리 빠르게 걷고 뛰고 숨어도 손바닥만한 가짜 해바라기가 떼거지로 쫓아왔지만 꿈인 줄 모르고 계속해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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