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해바라기 -6-
사람들은 대로변이나 골목 속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다양한 음식 냄새가 짙어지자 텅 빈 위를 자극했고 다시 배고픔이 몰려왔다. 활기찬 소음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묻혔지만 허기짐은 가려지지 않았다. 이 이상 걸으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느껴져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인파를 탈출했다. 실례합니다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꼬르륵—.
단단한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돌리자 진한 돈코츠 라멘의 냄새가 맡아졌다. 찐득하게 느껴질만큼 진한 육수에 올려진 촉촉한 차슈로 면을 감싸 한 입에 먹으면 정말 맛있겠지만… 끌리지 않았다. 너무 많이 먹었어.
깊은 한숨을 쉬며 여태껏 쥐고 있던 전단지를 접는데 익숙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흐릿해지려는 초점을 붙잡고 제대로 들여다보자 눈 큰 남자가 줬던 것과 똑같은 전단지라는걸 알 수 있었다. 전단지를 가져오면 카라아게 한 접시를 무료 제공, 검증된 맛, 많은 테이블 등등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온갖 멘트를 읽은 뒤에 곧바로 이 가게로 향했다.
“공짜….”
정식으로 주문해서 받는 것보다 적은 양일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 큰 남자가 음식의 양을 더 많이 줄거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그것만 믿고 가는 것이다.
그 남자의 근무 시간이나 대기줄이 길 경우, 가게에서 만나지 못하는 경우, 배를 채운 뒤의 계산서 같은건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울고 싶다는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표정관리를 하는것에 많은 힘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사소한 것에 걱정을 쏟으면 에너지가 고갈돼서 기절을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비틀거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걸어 도착한 이자카야엔 몇 명의 사람이 줄을 서있었다.
포기하고 아무 식당에 들어가자고 아우성치는 속마음을 달래면서 맨 뒤에 섰다. 배에서 우렁차게 나는 소리가 제발 들리지 않길 바라며 가만히 기다리자 대기줄이 줄어드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회사원들이 대기줄에 합류하자 줄이 순식간에 길어졌다. 나라면 이 줄을 본 순간 거들떠도 안보고 빈 자리가 있는 식당을 찾아 나섰을텐데 줄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신기했다. 맛집 줄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건가, 그런데 여기가 그정도로 맛집인가 싶던 그 때 우렁찬 목소리가 코앞에서 들렸다.
“어서오세요! 가져오신 전단지는 주문할 때 직원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내 차례가 온 줄도 모르고 잡생각에 빠져 있었다.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느긋한 걸음으로 빈 자리에 가서 앉았다. 깨끗하게 닦인 작은 테이블에 전단지를 올려놓고 메뉴판을 보고 있자 오토시가 나왔다. 감자 샐러드였다. 직원의 얼굴을 올려봤지만 눈 큰 남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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