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해바라기 -7-
평소라면 오토시를 거절했겠지만 지금은 거절할 몸상태가 아니었다. 마요네즈 냄새를 맡자마자 젓가락을 들고 싶은걸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고 전단지를 보여주며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직원은 전단지의 뒷면에 도장을 찍고 돌아갔다. 가게 이름과 확인 완료 글씨가 선명한 빨간색으로 정가운데에 찍혀서 누가 봐도 이 종이가 무언가의 목적에 쓰였다고 말하는 듯 했다.
쓸모를 다 한 전단지를 접어 테이블 구석에 놓아두고 젓가락을 들자 배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인내심이 다했음을 느끼고 감자 샐러드를 한 입 먹었다. 감자 속에 파묻혀 존재감을 숨기고 있던 소세지가 오이와 양파의 상큼함 속에서 은은한 짠맛을 드러내서 맛의 밸런스가 잘 맞았다. 소세지가 매우 잘게 썰렸지만 그래서 입맛을 돋구는 새콤한 맛이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배고파.”
간장 종지만한 크기의 그릇에 담긴 오토시는 지금껏 먹어본 어떤 에피타이저보다 훌륭하게 식욕을 돋궜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허기를 느끼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아도 맛있는 감자 샐러드를 먹고도 배고프다는 말이 나왔다. 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였다면 스스로를 바보같다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건물 안에 가득 찬 음식 냄새를 맡으면서 떠드는 손님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구경하는데, 그 중 한 명이 쟁반을 들고 다가오는게 보였다.
꽁지머리로 묶었지만 옆머리가 흘러나와서 찰랑거리는 머리칼은 반으로 나눠서 아래는 금발, 위는 흑발이라는 특이한 색깔이고 큼지막하니 멀리서도 잘 보이는 눈이 특징적인 잘생긴 남자 직원은 나와 가까워질수록 입꼬리가 올라갔다. 맥주잔과 접시를 내려놓으면서 웃음이 터진 그는 이빨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저 기억나요? 항상 길거리에서 만나고 제대로 주고받은게 없어서 그 때 일은 꿈이었나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나서 기뻐요! 오늘 이렇게 만날 줄 알았다면 카라아게를 직접 튀길걸 그랬네. 주문이 몰려들어서 이것저것 굽느라 바빴거든요. 아, 여기 맛있게 드세요. 주문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눈 큰 남자의 말이 너무 빨라서 반을 흘려보냈다. 중요한 말이 아닌 것 같아서 다시 물어보지는 않고 멍청하게 눈을 깜빡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직접 만들 수 있는 요리로, 알아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