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시리즈

[카나마리] 텔레파시

  • 2019년 6월 7일에 포스타입에 업로드 되었던 글을 펜슬에도 업로드 합니다.

  • 고3 시점의 카나마리 (애니 2기 초반부) 기반의 글입니다.

  • 글의 원본을 최대한 유지하되, 일부분 띄어쓰기나 문장을 첨삭하는 수정을 거쳤습니다.


월요일이 문제인 걸까 비가 추적추적 오는 축축한 날씨 때문일까, 오늘따라 마리의 표정은 물기를 머금은 듯 무거워 보이기만 해.

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속 시원히 내게 얘기해주면 좋을 텐데. 언제나 그렇듯 꾹꾹 눌러 담아 놓은 표정 너머로 빈 웃음만 짓고 있어.

“ 마리 ”

“ why~ 카난? ”

“ 무슨 일 있어? ”

“ No~ Problem~ 별일 없으니 걱정 마~ ” 

또. 

스스로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앞에서만큼은 속일 수 없는걸. 언뜻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도 마리의 감정 캐치에는 자신 있으니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알겠지만, 가끔은 내게 먼저 기대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보통 사이는 아니잖아? 어릴 적부터 가까운 친구였고 지금은 서로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연인인걸.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우리가 탄 배가 부둣가에 도착했어. 둘만의 시간은 저녁으로 잠시 미뤄졌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어쨌든 쭉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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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도통 집중을 못 하고 자꾸만 창밖으로 시선이 가는 마리. ‘마리의 머릿속에 들어찬 고민은 대체 무얼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나마저 머리가 복잡해져. 평소 같지 않은 그런 모습에 얼마나 내 마음이 동요하는지, 아마 모를ㄱ... 

“ 마츠우라 ”

“ 앗, 네! ”

“ 뭘 그리 멍하니 쳐다보니? ”

“ 아무것도 아니에요! ”

“ 수업시간에 잡생각 하는 거 아니다~? 다음 지문 읽어봐. ”

“ 아... ”

“ 집중 안 할래? 93쪽 둘째 문단 지문. ”

“ 앗, 네. 죄송합니다! ” 

이크, 

마리를 응시하다 그만 흐름을 놓쳐서 다음 문단을 읽어보란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어. 영어는 어려워. 하지만 통화할 때 가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조용한 속삭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어서, 사랑하는 마리에게 어쩌면 더 익숙할지 모르는 언어로도 대화하고 싶어서, 그리고 마리에 대해 더욱더 깊이 알고 싶어지는 마음에 요즘은 조금씩 노력하는 중이야.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단둘이 해외여행도 가서 능숙해진 영어 실력을 뽐내고 싶어. 마리보다 잘난 것도 별로 없는 나지만, 멋있게 보이고 싶을 때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공부하더라도  영어는 마리가 더 잘 할 테니 그리 멋있어 보이진 않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언젠가 올지 모르는 ‘ 미래의 어느 순간 ’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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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늘 그렇듯 마리의 옆에 앉았어. 오늘은 레몬을 곁들인 생선카츠가 주메뉴. 마리가 좋아하는 레몬이 있으니까, 이걸 먹고 근심 어린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건 내 욕심인 걸까? 

“ 마리, 내 레몬조각도 줄게 ”

“ Ooh~ 카난 Wait! 레몬즙을 듬뿍 뿌려야 맛있다구~? 카난도 잘 알고 있잖아? ”

“ 난 괜찮으니까, 마리한테 줄게 ”

“ 카난, 지금 나 배려해 주는 거야? ”

“ 응 ”

“ 후훗, Thank you~ my Sweet Girl♥! ”

조금 낯간지러운 표현도 그렇지만, 미소 지으며 슬쩍 내 표정을 살피는 눈빛에 내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져. 귀가 조금 붉어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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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비가 내리는 까닭에 오늘은 일찍 Aqours 회의도 마치고 모처럼 만에 일찍 마리와 함께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내 여자친구는 이사장님이니까, 결재할 서류가 몇 부 있었고 일을 끝마칠 때까지 조용히 옆에 서서 서류를 정리하는 마리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뒤돌아서 멍하니 비 오는 창밖을 바라 보기도 하며 지루한 시간을 달래고 있어.

비가 온다고 기분이 처지거나 할 사람은 아닌데, 무슨 이유인 걸까? 오늘 하루는 정말 마리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차 복잡해. 나만의 고민 걱정이라면 바닷속에 버리고 올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미리 창문을 잠그고 커튼을 쳤어.

“ 카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 아, 마리 다 끝났어? ”

“ Of course! 이제 뭐 할까? ”

“ 허그 ”

“ 카난? ”

고민에 대한 해답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선 마리를 한 품에 꼭 끌어안았어. 비가 와서 기온이 내려간 탓일까?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한 체온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 학교에서 웬만하면 스킨십은 자제해달라고 얘기하던 마리였지만, 지금 이사장실엔 둘 뿐에 커튼도 쳐져 있고 교내에 남아있는 학생들도 얼마 없을 시간이니까  마리도 OK겠지?

“ 뭐야 카난, 허그 하고 싶었어? ”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를 귓가에 속삭이며 내 허리를 꼭 감싸 안는 마리가 사랑스러워. 마음이 몽롱해져서 당장에라도 키스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원래 하려던 얘기를 꺼냈어.

“ 마리 ”

“ 응? ”

“ 힘든 일이나 고민이 있으면 혼자서 앓지 마 ”

“ OK~ ”

“ 함께 생각해보자. 나, 마리의 여자친구니까 ”

“ Not to worry! ”

“ 정말 얘기 안 해줄 거야? ”

“ What's wrong? 카난? 무슨 말이야? ”

모른 척 시치미 떼는 물음에 조금 기분이 상해서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살짝 어깨를 밀어 몸을 떨어뜨린 후, 눈을 마주 바라봤어. 조금 당황한 듯,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띄우고 있는 마리에게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잠깐 고민하다 역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우리에겐 좋겠지 싶어서

“ 하지만 마리, 오늘 아침에 배 위에서 지었던 표정이 잔뜩 무거웠는걸 ”

“ Ooh, 내가 그랬던가? ”

“ 그랬어! ”

“ Oops! 카난, 밖에 다 들리겠어! ”

“ 음... ”

“ 별거 아니니깐 신경 쓰지 마 ”

“ 역시! 마리 뭔가 고민 같은 게 있는 거지? ”

“ Nope! 정말 아무 걱정 없어! 다만, ”

“ 다만?! ”

“ 사실 오늘 Period…. 그래서 몸이 조금 찌뿌둥해~ ”

“ 아... ”

그것 때문이었어. 괜히 혼자 고민 걱정에 빠졌던 것이 멋쩍어서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며 머리를 살짝 긁적이고 있으니 마리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내밀어 내 표정을 빤히 바라보곤 조금은 크다 싶은 소리로 아하하 웃는 통에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숙이자 작게 싱긋 웃는 듯싶더니 이내 팔을 뻗어 어깨를 다정히 감싸왔어. 

“ 걱정해준 건 고마워,  카난♥ ”

귓가에 속삭이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밖의 찬 공기와 빗소리에 대비되어 평소보다 맑고 따뜻하게 다가와서 조금 전의 부끄러움과 괜한 걱정들이 동심원을 그리듯 마음속에 퍼져나가 흩어지듯 사그라졌어. 멀뚱히 바닥을 향해 있던 팔을 들어 올려 마리의 허리를 천천히 끌어안으며 차분해진 목소리로 조금 전 마리가 그랬던 것처럼 귓가에 대고

“ 다행이야 ”

속삭이곤 이내 고개를 들어 작게 미소 짓고 있는 마리와 시선을 맞추고 평소보단 조금 건조할지 모르는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다시 귓가에 대고 속삭였어.

 

“ 마리, 정리하고 돌아갈까? ”

마음 같아선 모처럼 만에 생긴 둘만의 시간인데 저녁 데이트라도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마리의 몸을 생각해서 일찍 돌아가는 게 좋겠지. 아와시마로. 

마리가 결재한 서류를 한곳에 모아 정리하는 동안 우리의 가방을 한 손에 가져가 들었어. 곧 서류 정리를 끝내고 자신의 가방을 받고자 마리가 손을 건네서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젓고 내가 들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어. 

그러자 조금은 촉촉해진 눈으로 알 수 없는 녹진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는 시선에 응해 잠깐 마주 바라보다가 비어있는 한쪽 손을 마리와 꼭 잡고 이사장실의 문을 열고 나왔어. 문을 잠그는 건 이사장님인 여자친구에게 맡긴 뒤 잠시 기다리다가 이내 잘 잠겼는지 확인까지 마친 손을 다시 잡고 복도 끝까지 조용히 우리 둘의 발걸음 소리에 집중하면서 걸었어. 곧 신발장이 보이는 현관에 다다라 각자의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밖을 바라보았어. 

낮 동안 조금 거세게 내리던 비는 위세가 한풀 꺾여 다행히 한 우산을 나란히 쓰고 걸어갈 수 있는 정도였기에 잠시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재빠르게 내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썼어. 비어있는 옆자리를 바라보며 눈짓하자 이내 싱긋 눈웃음을 짓더니 우산을 든 팔을 감싸 안듯 팔짱을 껴오는 마리와 발걸음을 맞춰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어. 

앞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마리의 얼굴을 바라보고 곧 다시 앞을 보다 옆을 바라보고. 마침 나를 바라본  마리와 눈이 마주쳐 귀가 붉어지는 것 같아 재빨리 고개를 돌리면 푸히힛 하며 들리는 마리의 작은 웃음소리. 나도 덩달아 웃음이 터져서 함께 하하핫 웃다 보니 어느새 정류장 앞까지 다다랐고 나란히 버스 옆 좌석에 앉아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봤어. 이내 피곤한지 자세를 조금 낮추고 기대오는 마리에게 흔쾌히 어깨를 내어주고 가지런히 치마 위에 모은 손을 꼭 잡아주었어. 오래지 않아 우리가 내릴 정류장에 가까워졌고 잠깐의 잠에 취해 있던 마리를 살짝 흔들어 깨운 뒤, 가방과 우산을 들고 내릴 준비를 했어. 

이윽고 정류장에 내려 그리 멀지 않은 부두로 아까처럼 함께 우산을 쓰고 걸었어.

오래지 않아 배가 도착했고, 마리가 먼저 배를 탈 수 있게 배려하고 뒤이어 배에 올라 버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기대어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정박하기를 기다리다 이번엔 먼저 배에서 내려 조금은 유난일지도 모르지만, 마리에게 손을 건네 편하게 내릴 수 있도록 잡아줬고 함께 우산을 쓰고 마리의 집인 오하라 호텔 아와시마점으로 걸어갔어.

점점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의 짧았던 우리들의 시간이 조금 아쉬워 나도 모르게 살짝 한숨을  쉬었고, 같은 우산 아래 있는 마리는 이를 바로 알아챌 수밖에 없었기에 바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봐서 그냥 멋쩍게 웃어 보였어. 마침 호텔 앞에 도착했고 우리는 걸음을 멈춰 섰어.

“ 카난, 왜 한숨 쉰 거야? ”

“ 조금 아쉬워서 ”

“ 뭐가? ”

“ ..... ”

“ ...카난, 우산 꼭 쥐고 있어야 해? ”

“ 응? ”

쪽-

갑자기 허리를 감싸오며 다가온 마리의 입맞춤에 볼이 붉게 물들었어.

우산을 놓을 순 없었기에 나머지 한 손에 들고 있던 가방들을 팔에 걸고 마리의 허리를 살짝 안았어. 금방 뗄 줄 알았던 입술은 조금 더 진득하게 붙어오며 천천히 벌어져서, 그에 응답하기 위해 입을 살짝 벌려 마리의 혀를 마중했고 이어진 키스는 길지 않았지만, 서로의 사랑을 느끼기엔 충분했어.

“ 솔직히 말해서 아까 이사장실에서 카난이 조금 더 진득하게 붙어올 줄 알았는데, 젠틀하게 가벼운 키스로 끝내서 조금 아쉬웠어. ”

“ 아, 오늘은 그날이니까, 진한 스킨십은 마리가 불편해할까 봐 ”

“ 바보! 카난은 아직 내 마음 다 알아주려면 멀었어! ”

“ 아하하, 미안, 미안. ”

“ 흥 ”

“ 저기 마리, 혹시 주말에 시간 돼? ”

“ 아마 이번 주엔 별 일정은 없을 거야. 왜? ”

“ 오늘 하고 싶었는데 못 한 거, 주말에 마저 하고 싶어서 ”

“ 카난도 참! 그 맹랑하던 꼬마가 이런 엉큼한 짐승으로 자라다니, 내가 잘 못 키웠어! ”

“ 마리가 키운 건 아니지! 동갑인데! ”

“ 아무튼! 가슴 크고 힘도 무지막지한 짐승! ”

“ 헤헤, 짐승은 싫어? ”

“ 아니?! 좋아! ”

“ 히힛, 그럼 주말에 데이트 하는 거다? ”

“ OK, Call you 할 테니 기다려?! ”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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