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시리즈

[카나마리] 우리가 결혼에 이르기까지 (하편)

마츠우라 카난의 경우.

  • 2021년 3월 14일에 포스타입에 업로드 되었던 글을 펜슬에도 옮겨와 업로드 합니다.

  • 전편과 마찬가지로 동성간의 결혼, 임신, 출산 등에 대한 소재가 언급됩니다.

  • 카나마리가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마리와의 결혼에 대해 처음 상상해 봤던 건 중3 무렵. 꼭 하겠다기 보단 할 수 있으면 좋겠다에 가까웠다. 마리는 장차 오하라 그룹을 물려받을 아가씨니까. 아주 가깝지만 한 편으론 먼 존재였다.

‘내가 마리와의 결혼을 꿈꿔도 되는 걸까?’ 그 시절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뭣보다 이때엔 사귀지도 않았고 서로가 서로를 짝사랑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고3때, 우리가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둘만의 행복하고 비밀스러운 밤도 열 손가락을 채울 정도로 보냈지만 불안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마리의 주변엔 분명 나는 모르는 능력 좋고 멋진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때가 되면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마리가 날 많이 사랑한다는 건 단 한 순간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결혼이란 게 사랑만으로 가능하다는 건 투정에 가까운 소리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 나에게 마리는 닿을 수 없는 심해처럼 조금은 현실감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리의 차를 타고 아쿠아 친구들과 함께 별을 봤던 그 날 부 터, 내가 먼저 떠나지 않는 한 마리가 날 놓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날 잠깐 가질 수 있었던 둘만의 시간에, 키스를 나눈 후 한동안 나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마리의 눈빛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 만 같았다.


우라노호시여학원의 마지막 졸업생이 된 우리는 남은 6명의 신생 아쿠아의 성공적 결성을 지켜본 뒤 각자의 꿈과 미래를 위해 오랜 기간을 떨어져 지냈다. 처음엔 마리가 대학을 마칠 때 쯤엔 함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미래에 있을 오하라 그룹의 승계를 위해선 시간을 들여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했고 사회적 이해관계도 많이 만들어둬야 하는 것 같았다. 나에겐 어려운 일들이라 그저 묵묵히 해내는 마리를 보면서 역시 현명하고 멋진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프러포즈를 처음 계획 했던 건 23살 여름.

우리가 두 번 째로 헤어졌다 다시 사귀게 된 지 4달 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마리에겐 조금 이른 나이일 수도 있다곤 생각했지만 언젠가 할 거라면 일찍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할 수 있는 선에선 최선을 다 해 준비했었다. 마리가 오랜만에 아와시마로 오는 날에 맞춰 멋지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일정에 차질이 생겨 마리가 몇 달 더 미국에 머물게 되면서 그렇게 첫 번 째 프러포즈는 시작도 못 한 체 실패로 돌아갔다.


28살 봄에는 사소한 오해로 인해 크게 다투던 중에 준비했던 반지를 잃어버려 다음날로 예정해뒀던 프러포즈를 할 수 없게 되어 두 번째 마저 그렇게 또 다시 물거품이 되었었다.

이 날 정말 크게 싸웠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얘기까지 나왔고 실제로 반년 가까이 연락도 끊고 지냈는데, 보다 못한 다이아가 중재 해 준 덕분에 다시 이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화해 후에 늘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다이아에게 보답도 할 겸 셋이 이탈리아에 다녀오면서 어쩌면 우리 사이에 결혼이라는 이름이 꼭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마리가 프러포즈를 할 때까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


그렇게 프러포즈에 대한 계획은 잊고 지내면서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국제)장거리 커플로 잘 지내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잠을 청하러 들어온 호텔에서 아이 먼저 갖는 건 어떠냐는 마리의 진담 같은 농을 들었고 솔직히 마음이 흔들렸다. 우리를 빼닮은 아이.

외국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커플들이 있기도 했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하면 그도 나쁘진 않겠지만 역시 정식으로 결혼을 한 뒤에 아이를 갖는 게 마리의 커리어와 아이의 미래에 더 좋다고 생각해 왔기에 최대한 마리가 섭섭하지 않도록 열심히 머리를 짜내어 의견을 표현했다. 그래도 조금 삐친 듯했지만.

아마도 마리의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탐탁지 않아 해서 스트레스를 꾀나 받는 것 같았고 답답함이 밀려와 조금은 투정 부리는 느낌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았다. 그런 마리를 충분히 이해하기에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 해 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언젠가 반려로서 마리의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마리와 같았다.

그다음 날. 그동안 빡빡했던 일정 탓에 피곤했는지 늦잠을 자는 마리의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고 있다가 문득 눈가와 입가에 잡힌 옅은 주름이,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벌써 이만큼 흘렀다는 것에 기분이 이상해서 무심코 얼굴을 쓰다듬었다가 그만 마리의 단잠을 깨워버렸던 일이 있었다.


그 뒤로 딱 1년 반 쯤 지난 뒤 였을까?

정말 오랜만에 마리가 아와시마에서 잠깐의 휴가를 보내게 돼서 몇 년간 접어두었던 프러포즈를 마지막으로 도전하고자 준비를 했고 타이밍을 재던 중 예상치 못한 마리의 프러포즈를 받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해 둔 장소마저 같았을까. 마리의 계획대로 깜짝 프러포즈는 대성공이었고 내가 준비했던 깜짝 프러포즈도 무사히 보여줄 수 있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아와시마의 오하라 호텔에서 한 번, 미국의 오하라 호텔 체인 본점에서 한 번씩 결혼식을 치뤘고, 그렇게 꿈에서나 봤던 마리와의 결혼을 이루게 되었다.

인연이란, 사랑이란 참 신기하다. 이렇게나 다른 환경에 있던 우리가 만나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요즘도 가끔 꿈결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다가올 때가 있을 정도로.

결혼을 했어도 우리의 커리어 필드는 너무나도 다르니까 늘 함께 지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법으로 얽힌, 서로의 돌아갈 장소가 되어준다는 사실이 가끔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이건 상상만 했던 때보다 더 묘한 기분이라 조금 더 어렸던 한 때에 ‘우리 사이에 결혼 같은 게 꼭 필요할까?’라고 생각하던 스스로를 만나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을 만큼.


결혼 후에 살림을 합치면서 알게 된 건데, 아직도 마리는 별자리판을 갖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낡고 바랬지만, 여전히 소중한 보물이라고 했다. 얼른 별자리판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다고 더 나이 들기 전에 아이를 갖자면서 자주 얘기하는데, 어떤 아이일지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마리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자꾸만 더 붙잡고 싶어진다. 우리 둘 다 건강하니까 마흔 전에만 낳으면 괜찮지 않을까?


아, 이 얘길 빼먹을 뻔했다.

그 어린 날, 서로를 처음 봤던 그날 분수대에서 그대로 도망갔다면 지금의 우리를 부르는 이름은 조금 달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하곤 해서 용기를 내었던 어린 시절의 스스로에게 정말 감사하다. 늘 우리의 든든한 친구이자 최고의 지지자로 있어 주는 다이아에게도 정말이지 늘 감사해. 둘은 소중한 내 인생 최고의 보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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