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괴이담

The method of bringing up child

권산군 뱀프 au (w.해건)

사내는 존재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다시 일어서길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아주 길고도 긴 시간을 살았다. 처음이 어땠던가를 기억하는 것은 이제와 의미도 없고, 인간일 적의 기억은 흐리게 퇴색하고 삭아버려 알아볼 수조차 없는 유물이나 매한가지인. 살아온 해를 꼽아보는 일도 그만둔 지 오래다. 차갑게 식은 심장이 거죽과 골육 안에서 고요히 잠들어있다. 더는 뛰지 않는 심장을 갖고 호흡을 흉내낸 것도 삶이라 부를 수 있는가? 시간의 뒤안길로 바스러져간 어느 목소리가 물었더랬다. 그에 무어라 답을 되돌렸더라. 오랜 과거의 일을 떠올리려면 제법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아, 그래. 권 가의 산군이란 사내는 그런 답을 했다. 한낱 필멸자가 불멸자의 삶을 어찌 헤아려 이해하겠느냐고.

 

인간은 착실하게 그들의 문명을 이룩하며 발전해왔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들은 발전하고 나아간다. 생의 증거에 다름 아닌 호흡을 하지 않는 존재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매한가지여서. 어둠만을 걷던 나이트워커가 햇볕 아래를 걷는 데이워커가 되고, 이윽고 평화로운 양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곁에 도사린 위험도 모른 채 한가로이 풀이나 뜯는 양의 목줄기를 짓씹고 뜯어 쏟아지는 생명력을 갈취한다. 뜨겁고, 달콤하며, 환희롭기까지 한 살아 숨 쉬는 것의 근간. 포식자가 피식자를 삼키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그렇다면 그 규격에 포함되는 불멸의 삶도 정당한 조리條理라 이를 수 있으리라.

 

오랜 시간을 살아낸 뱀파이어는 저물지 않는 시간 아래에서 부와 권력과 명예와 힘을 축적하여, 으레 모자란 것 없는 삶을 가꾸어 살았다. 섭식에도 수면에도 쓸 수 없는 시간을, 가능한 미치지 않으며 조금이라도 덜 무료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성격도, 직업도, 주변 환경도 하나의 ‘삶’마다 원하는 대로 골라서 걸쳐 입었다. 적어도 권산군에게 인간의 삶은 하나의 유희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여 이번의 ‘삶’에 산군이 골라 입은 옷은 사업가였다. 자수성가하여 이른 나이에 성공을 거머쥐었다는 배경을 갖춘 사업가. 종종 지루하긴 했으나, 나쁘진 않았다. 거기다 어렸을 적 고생하며 저를 키워낸 부모에게 보답하려 했으나 사고로 한날한시에 양친을 잃은 비극을 품은 채 살아간다는 설정도 곁들였다. 동족―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정이 많은 인간들을 그런 사연을 퍽 안타까워했는데, 저가 동정하고 있는 것의 정체도 모르면서 연민 감춘 눈을 보는 것이 퍽 우스웠달지.

 

물론 세상 모든 것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어서. 매 삶에 다른 설정값을 주어 살아보는 것도 질리기 시작한지 세 자릿수의 해가 넘었던가. 기실 권산군은 시간을 셈하는 일이 드물었다. 제게 시간의 흐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저 적당한 권태와 무료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나보내는 편이었다. 당연히 동족들 가운데선 권태나 무료 따위의 것에 매몰되지 않으려 자극을 추구하며 사는 쾌락주의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 중 제일가는 이를 꼽으라면 역시 그 녀석이려나. 산군은 새빨간 머리통을 떠올렸다 이내 의식 저편으로 흘려보냈다. 한때는 산군 또한 쾌락주의적인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다. 확실히, 권태와 지루함을 달래는 데에는 나쁘지 않았으나 그것도 금세 질려서 다른 것으로 눈을 돌렸지만 말이다.

 

흥밋거리를 찾는 것은 긴 삶을 자의로 내던지지 않기 위해 가져야 하는 중요한 덕목 아닌 덕목이었다. 지독한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동족도 있었으므로. 물론 정말 드문 경우긴 했지만. 산군은 스스로를 죽이고 마는 동족들을 미친놈들이라 일축해 부르곤 했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한다. 조금만 주위로 시선을 돌려도 흥밋거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진대 그 쉬운 걸 하지 못해 완전히 침몰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그 정도도 하지 못할 불멸자라면 일찍이 한줌의 잿더미로 흩어지는 것이 종의 명예를 위해 나을지도 모르지.

 

최근 산군은 전에 없던 흥밋거리를 하나 발견했다. 만들어냈다고 하는 게 좀 더 옳은 표현일까. 벌써 두어 해는 지난 일이었다. 번듯하게 솟은 건물들이 모인 오피스 빌딩가 옆으로는 고깃집과 술집들이 늘어선 길이 있었다. 저녁이면 늘 회식을 하거나 늦은 저녁식사를 하려는 회사원들로 붐비는 곳. 표면적으로 산군도 사업가였으므로, 직원들을 놀리고 제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 있었다. 종종 일이 많아 직원들이 야근이라도 하게 되면 산군은 인정 있는 사람이란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사곤 했다. 그날도 야근으로 남은 인원들에게 술만 아니라면 뭐든 좋으니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들어오라 카드를 건네고 음식점 밖으로 나오던 참이었다.

 

약간의 액체류를 제외하곤 사람의 음식은 먹어봤자 제게 불쾌감만 유발할 뿐이었으므로 산군은 대체로 이런저런 구실을 들어 식사자리에 끼이지 않고 빠져나왔다. 음식점 밖으로 나오자 왁자한 인간들의 소음이 귀로 파고든다. 누군가의 박장대소, 옆자리 사람과 나누는 대화소리, 소곤거리는 음성 따위의 것들. 산군은 제 앞을 휘청이며 지나가는 화이트칼라들의 면면을 무감히 본다. 오래 전의 인간들이 마치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나약하기만 했다면, 요즘의 인간들은 부나방 같은 면모가 있는 듯 하다 정도의 짧은 감상. 사무실로 돌아가려 걸음을 떼던 산군의 머리칼을 엷은 바람이 스치고 지났다. 길 안쪽에서 불어온 바람의 매캐한 숯 탄내와 짙은 음식 냄새, 술 냄새 사이로 달큼한 피냄새가 섞여있었다.

 

산군의 시선이 길 안쪽으로 향했다. 누군지 몰라도, 이 정도로 피냄새가 날 정도라면 인간을 걸레짝처럼 물어놓았을 게 뻔해서 짧게 혀를 찼다. 어리거나 갓 만들어진 뱀파이어들 중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흡혈욕구에 이성을 잃고 상대를 무작정 물어뜯고 보는 멍청한 것들. 스스로 자제가 안 될 정도라면 오래도록 피를 마시지 못했거나, 뱀파이어라기엔 너무나 약해 햇볕 아래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저급일 것이다. 산군은 종종 눈에 띄는 그런 저급한 것들을 정리하곤 했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저 보기에 불쾌할 뿐이라.

 

혈향을 따라 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여럿의 가게를 지나고,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인간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이윽고 가로등조차 설치되어있지 않은 어느 좁은 골목길 앞에 다다른다. 어둠은 산군의 눈을 가릴 수 없다. 저 안쪽에서 두 명분의 인영이 엉켜있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몸, 그 위에 올라타 웅크린 등. 얼마나 흡혈에 정신이 팔려있으면 딱히 감추지도 않은 기척을 느끼질 못할까. 한심스럽긴. 산군이 구둣발 소리를 내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섯 걸음 정도를 남겨두었을 쯤에야 둥그마니 굽어진 등이 움찔 떨리는 게 보였다. 홱 고개를 틀어 돌아보는 피투성이 얼굴을 내려다보며 산군이 혀를 쯧 찼다.

 

“식사 매너가 엉망이네.”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를 본능적으로 감각한다. 약한 개체든, 강한 개체든 관계없이. 산군이 저와 같은 존재이나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눈치 챈 뱀파이어가 올라타 있던 몸에서 내려와 슬금슬금 물러서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대로 꼬리를 말고 달아나려는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그 뜻대로 살려 보내줄 생각은 없었으므로. 산군은 남은 거리를 단숨에 좁혀 들어가 뱀파이어의 목을 꺾었고, 그대로 힘을 주어 머리를 몸에서 뜯어냈다. 남다른 회복력을 자랑하는 뱀파이어를 죽이기 위한 방법은 약 세 가지 정도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몸과 머리를 분리시키는 거였다. 산군은 금세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적당히 털어내고 바닥에 누운 채 미동이 없는 인간에게로 다가가 빤히 내려다보았다.

 

흰 셔츠 깃의 한쪽이 온통 척척하니 어깨부분까지 붉게 젖어있었다. 목을 얼마나 엉망으로 뜯어놓았는지 아직까지도 너덜거리는 부위에서 피가 솟는다. 호흡이 벌써 가늘었다. 죽겠네, 이거. 이름 모를 인간 하나가 음침한 길거리에서 비명횡사하는 일쯤은 문명이 한참 발달한 현재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알려지는 순간은 조금 화제가 될지 몰라도 금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아무것도 아닌 죽음이 되리라. 따라서 산군은 죽어간다고 봐야 할 몸을 그 자리에 버려두고 돌아섰다. 그렇게 두어 걸음 정도를 뗐을 때 문득, 산군은 고갤 돌려 늘어진 상태의 인간을 쳐다보았다. 생각에 잠겨 턱을 매만졌다. 불현듯 재미있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기본적으로 모든 뱀파이어는 권속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을 물고 그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는 것은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고, 주체가 된 뱀파이어는 그렇게 새로이 태어나는 존재에 대한 약간의 통제력을 가진다. 산군은 지금껏 권속을 만들어 본 일은 없었다. 굳이 자신이 종족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뱀파이어는 심심찮게 만들어졌으니까.

 

산군은 죽어가던 그 인간을 물었고 제 피를 먹였다. 처음으로 권속이란 것을 만들었다. 피를 많이 먹인 것은 아니어서, 서서히 뱀파이어로 변해갈테니 반년쯤 뒤에 다시 찾는다면 완전한 신생 뱀파이어가 되어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반년 뒤, 산군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중이긴 했으나 아직은 인간에 가까운 그런 상태. 한낱 인간이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뱀파이어화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때문에 산군은 자신의 권속―이 될 예정인―에게 좀 더 관심이 갔다. 재미있지 아니한가? 이길 수 없는 흐름에 저항하고자 하는 인간의 거대한 의지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호기심이 들어 산군은 그를 좀 더 오래 지켜보기로 했고, 그것이 올해로 꼬박 2년째가 된 것이다. 인간, 김해건은 여전히 뱀파이어라 부르기엔 인간에 가까웠다. 물론 뱀파이어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으므로. 종종 시간을 내어 관찰한 결과 최근의 해건은 음식의 맛을 서서히 잃어가는 중으로 보였다. 뱀파이어가 되면 인간의 식사는 먹지 못한다. 먹어봤자 속이 불편할 뿐. 모르긴 몰라도 해건 역시 음식을 먹어봤자 썩 편치 않을 텐데 그럼에도 끼니를 꾸준히 챙겨먹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어째서 저렇게까지 꼿꼿한 건지. 그 대쪽같음이 얼핏얼핏 비쳐보일 때마다 산군은 괜스레 손끝이 간질간질했다. 그 굳건한 곧음을 꺾어버리고 싶어서. 해건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되는 순간이 기다려졌다.

 

늦은 저녁시간, 공원의 벤치에 가만 앉아 어쩌다 한 번씩 드물게 오가는 인간들을 일별하던 산군이 퍽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길의 저쪽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던 해건이 질린다는 얼굴을 해보이며 멈춰 선다. 돌아서는 해건을 보며 산군은 느긋한 걸음을 걸어 옆으로 따라붙었다. 해건이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길을 지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가까웠다. 산군은 지난 일 년간 이 길목에서 해건을 기다린 일이 몇 번 있었다. 처음에 말을 걸었을 때 해건이 뭐라고 했더라. 쳐다보지도 않고 안 사요, 였던가.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대놓고 싫어하는 거 같네.”

“반가워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해건의 입장에서 반가울 리가 없으리라. 그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제공한 것이 이쪽이니.

 

“지낼 만은 하고? 음식 맛도 거의 안 느껴질 텐데 꾸준히 먹더라. 거북하지 않아?”

“……”

“아,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 찾아보는 것 같던데… 그거 쓸데없는 짓이라고 지난번에 말해주지 않았던가?”

“스토킹은 범죈데요.”

 

산군은 짤막하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게 범죄면 어떤가? 처벌 따위 받게 될 리가 없는데. 해건의 걸음이 조금 더 빨라진다. 떨쳐내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만 오늘은 뚜렷한 목적이 있어 찾아온 터라. 산군의 까만 눈이 빛도 없는 곳에서 일순 이채를 발했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던 해건의 몸이 뚝 멈춰 섰다. 뱀파이어는 권속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부모 격 뱀파이어가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 장악할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진다곤 하더라마는, 산군에게 있어 해건의 움직임을 묶어두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당혹스러운 눈빛의 해건과 마주보고 선 산군이 작위적인 태도로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동안 말 안 한 게 있는데.”

“…….”

“혹시 네가 아직까지 뱀파어이가 안 된 게 백퍼센트 네 의지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

“어차피 지금 말도 못하는구나.”

 

삐뚜름히 웃어 보인 산군이 제 오른손을 들어 올려 손바닥에 날카로워진 송곳니를 박아 살갗을 찢었다. 금세 피가 솟기 시작하는 손을 뻗어 해건의 입가로 가져갔다. 입 벌려. 통제력 실은 목소리가 강제로 해건의 입이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산군은 벌써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 난 손으로 해건의 입가를 덮어 가리곤 고개가 설핏 젖혀지도록 만들었다. 제 피가 벌어진 입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네가 아직도 뱀파이어가 덜 된 건, 내가 피를 조금밖에 안 먹였기 때문이야. 알아?”

 

입을 덮어 가린 손에 좀 더 힘을 실어 해건의 이가 상처에 파고들 수 있도록 만들며 산군은 여상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뭐, 물론 네 의지력도 한 몫 톡톡히 했다는 건 인정해주지. 의지력으로 변이 과정을 늦추는 인간은 내 평생에 처음 봤거든. 그래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지켜볼까 싶기도 했는데 슬슬 지겹더라고.”

 

잠잠하던 해건의 목울대가 이윽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해건의 미간이 불쾌한 듯 한껏 찌푸러들어 있었다. 싫으면 어쩔 건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이상 입안에 차오른 피를 삼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텐데.

 

“그래서 주는 선물이라고 해야 하나? 좀 더 불태워 보라고, 네 의지력.”

 

오가는 이 없어 조용한 길목에서 흐르는 것을 삼켜내는 소리만이 조그맣게 울리다 흩어지길 반복한다. 산군은 싫어 죽는 얼굴을 하고 반강제로 피를 마시는 해건을 퍽 흥미로운 눈으로 관찰했다. 이렇게 피를 먹여두면 변이는 가속화될 것이다. 아마 지금보다 좀 더 빠르게 음식의 맛을 잃을 테고, 흡혈을 향한 욕구가 불쑥불쑥 치밀테지. 그걸 과연 얼마나 더 버틸까? 한 달? 두 달? 그 이상으로 버틴다면 그땐 제법 기특할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한동안 해건에게 억지로 제 피를 먹인 산군이 여유롭게 손을 떼어냈다. 찢어졌던 상처는 손을 거둬들이는 사이 언제 그랬었냐는 듯 말끔히 아물었고, 남은 것은 해건의 입가에 번진 핏자국 정도가 다였다.

 

“…대체 왜 이럽니까?”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내는 해건의 물음에 산군은 당연한 것을 묻느냔 얼굴을 해 보였다.

 

“그야 좀 더 발악하는 편이 재밌잖아.”

 

기가 찬다는 듯한 얼굴의 해건에게 어깨를 으쓱여 보인 산군이 제 볼일은 다 봤다는 듯 돌아섰다.

 

“또 찾아올게. 그때까지 열심히 발악해서 버티고 있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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