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개바님이연성이어주신대!!!!!!!!

무조건완성시킨다내가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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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셋. 하나둘 셋. 마주보고. 턴.

셜록 홈즈는 붙잡은 손을 놔버리고 소파 위로 벌렁 누워버렸다. 대관절 무슨 이유로 아침부터 이렇게 춤연습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파트너 역할이었던 미코토바는 땀 하나 흘리지 않은 얼굴로 소파에 엎어진 홈즈를 내려다봤다. 법의학전공인 샌님 주제에. 은근 체력이 좋았다. 춤사위도 제법이고, 뭐든지 일찍 싫증내는 홈즈보다 끈기도 좋았다.

“싫어…….”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홈즈는 몸을 돌려 소파 위에 엎드린 채로 쿠션에 얼굴을 푹 묻었다. 미코토바는 손수건으로 조금도 땀이 나지 않은 이마를 훔쳤다. 미코토바가 앉을 수 있도록 홈즈가 다리를 살짝 접자 미코토바는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아 두 사람은 좁은 소파에 몸을 낑긴 모양새가 되었다. 홈즈가 쿠션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싫어, 싫어’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도리질 치자 그보다 열살은 어른인 미코토바가 입가엔 미소가 가득한 채로 그의 어린 파트너를 본다.

“그래도 졸업 파티인데 춤정도는 춰야하지 않겠습니까.”

“싫어. 바보 같네. 바보들이 모여서 바보같은 파티를 열고 바보같은 춤을 추는거라고. 애초에 춤 출 만한 파트너도 없는데 왜 연습해야하는거지.”

미코토바는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홈즈가 불만족스럽게 그를 쳐다보자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변명한다.

“아니, 홈즈는 평소에 그 나이대 청년 같지 않은데, 이렇게보니 친구가 없다고 파티를 가기 싫어하는 소년 같은 면이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친구가 없어서 안가는게 아니네. 바보 같아서 가기 싫은거라고.”

“네, 네. 물론 그러시겠죠.”

미코토바는 자리에서 일어나 홈즈에게 손을 내민다.

“그래도 파티에 가지 않는 제가 이렇게 열심히 춤 연습 상대가 되어주는데, 정작 본인이 누워있으면 안되겠지요?”

홈즈는 입을 비죽 내밀고 미코토바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미코토바는 홈즈를 제멋대로에, 손이 많이 가고, 언제나 미코토바를 휘두르는 어린 명탐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홈즈에게도 미코토바는 한번도 이겨본 적 없는 상대다. 나이 때문일까, 저 사람 좋은 미소 때문일까, 미코토바가 웃으면서 그렇지요? 라고 말하면, 그 앞에서 절대로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한번 두 손을 마주잡고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왈츠 음악에 맞춰 하나둘 셋. 하나둘 셋. 마주보고. 턴.

“애초에 학문과 아무 상관없는 왈츠 춤 같은걸 추자고 누가 정한건가? 학장이야? 학생회장이야?”

“파티에 초대받지 않은 제게 물으셔도.”

“그러고보니 자네는 왜 초대받지 않은거야? 왓슨 교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유학생이잖나.”

아마도 그 때문이겠지요. 바다 건너에서 온 유학생이 교수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니. 분명 교수의 밑에서 시달리며 공부해온 여러 학생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추측한들 그것을 입으로 말하는 것은 부끄럽고……. 열살이나 차이나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기에 미코토바는 예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유학생 신분이고, 대학 학생이 아니잖습니까.”

“흥. 보나마나 뻔하고 재미없는 이유로 뺀거겠지. 자네가 없는 파티라니 재미없네. 나도 가지말까.”

“당신의 기행이야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괜찮겠습니까? 졸업식을 대신하는 파티 아니었나요.”

“한명쯤 없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나둘 셋. 하나둘 셋. 마주보고, 턴.

홈즈는 자연스럽게 미코토바의 손을 잡고 한바퀴 빙글 돌았다. 아무래도 못하던 척 하는 것은 그만두고 본심을 드러내기로 한 모양이다. 애초에 그 셜록 홈즈다. 창문에 붙어있기도 하고, 책상에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고, 몸쓰는 일에는 따라올 자가 없었으니 간단한 왈츠정도야 미코토바보다 익히는게 빨랐을 것이다. 어째서 못하던 척 하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 파티동안 뭐할겁니까?”

“글쎄. 집에서 우리끼리 파티나 열까?”

“우리끼리?”

홈즈가 미코토바의 손을 놓고 빙글 두바퀴를 돌아 축음기로 향했다. 아름답게 방 안을 채우던 왈츠 음악을 멈춘다. 홈즈는 모자챙을 한번 튕기고 미코토바를 향해 씨익 웃어보인다.

“저들의 춤이 아니라 우리들의 춤을 추자고.”

아아. 셜록 홈즈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았다. 미코토바는 테이블 위에 얌전히 놓여있던 중절모를 들어 푹 눌러썼다.

이거 말입니까?”

미코토바가 신발 코를 두드리기도 하고, 땅을 치기도 하면서 경쾌한 박자를 만든다. 탭댄스용 신발이 아니라서 그만큼 맑고 흥겨운 리듬은 만들어지지 않지만 두사람의 귀에는 언제나처럼 완벽한 추리의 춤이다.

“훌륭한 탭댄스야. 이번에는 자네가 내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줘야겠군.”

“…왈츠도 거의 제가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홈즈는 흥에 겨워 엉망으로 스텝을 밟았다. 어떤 음악도 흐르지 않고, 어떤 리듬도 들리지 않지만 홈즈의 귀에는 생생하게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소파를 잡고 팔을 흔들고, 엉덩이도 흔들고, 오른발 스텝을 두번씩 짚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간다. 탭댄스이기 이전에, 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어느때보다도 홈즈다운 춤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엉망진창에, 무질서하고 산만하지만 본인에게만 들리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명탐정은 누구보다도 즐거워보였으니까.

당신이 즐겁다면 그걸로 되었을까. 미코토바는 홈즈의 제멋대로인 춤에 함께 합세해 신발 굽을 두드린다. 홈즈는 미코토바가 합세한 것이 즐거웠는지 아까와는 다르게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몸을 흔든다.

두 사람은 그렇게 엉망진창인 춤을 이어간다. 홈즈의 막춤이 이끄는 듯 했다가, 미코토바의 정갈한 발소리가 홈즈를 이끌기도 하고, 두사람의 귀에만 들리는 진실이라는 리듬에 맞춰, 들리지 않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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