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하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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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따위의 고물상에나 있을 물건 주제에—” “…나름 최신형 소리를 듣던 몸이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기는 했나보네.” “할 텐가?” “아니, 마음에 안 들어.” 새로 찾아온 고용주 ‘후보’. 어디까지나 그녀에겐 후보에 불과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력에 근거한 뛰어난 사냥개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자신을 전장에 내려보낼 주인을 고를 권리가 있었다. 그것을
뭉개진 포드,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 그 사이로 가까스로 흔들리는 새빨갛게 물든 손. 그녀는 가장 위험한 전장에 나서는 이였고, 난전 속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이였으며, 언제나 지옥에서부터 살아돌아왔다. 그리고 그러한 ‘요행’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헬리콥터의 소음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강화 인간 수술을—” “—른 방법은…” “…외엔
“블랙 북, 너의 협력을 요청한다.” 소의 두개골로 추정되는 엠블럼과 ‘샤르트뢰즈’라는 콜 사인, 회선의 암호화를 뚫고 강제로 연결된 통화 사이로 반갑지 않은 의뢰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브랜치? 너희는 이미 오퍼레이터가 있는 걸로 아는데.” 콜사인 ‘블랙 북’. 그녀는 어디까지나 ‘프리랜서’ 오퍼레이터인 몸. 이미 오퍼레이터가 있는 용병과 엮여 남의
해킹 능력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시대에 걸맞은 자유로운 성정. 그것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두 가지 기둥이었다. 구세대형 강화인간의 가장 큰 단점인 동시에 도저들을 코랄에 대한 신봉으로 빠져들게 만든 주범, 간헐적으로 들리는 속삭임. 그녀는 그것을 쉽사리 이해하진 못했다. 그녀의 코랄은 조용한 편이었으므로. 기술에 능했고,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레드 건의 영역, 그 막사 내부. 보급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땔감만큼은 충분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막사 안은 그럭저럭 살만하기에, 이구아수는 으슬거리는 공기 속에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찬 바람이 막사 입구로 들이닥쳤다.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들릴 듯 말 듯한 이명이 귓가에 울린다. 루비콘
“마티스… 아니, 이젠 아무르라고 불린다고 했던가. 그동안의 산책은 즐거웠나?” 불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재교육 센터에 끌려온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손발목에 이어 목까지 채워진 구속구도, 인공 척추에 찔러넣어진 커넥터도 이미 이전에 겪은 것들이다. 다만 이번이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레드 건에서 겪은 일상들이 베스퍼에선 겪
아무르는 레이븐을 마주쳤다. 붕대로 뒤덮인 살아 움직이는 미라, 걸어다니는 재앙, 그리고 이구아수가 늘 말하는 그 들개 새끼.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그 거구는 눈에 거슬렸다. 괜히 돌아다니다가 마주치기나 하고.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 자식은 기운이 안 좋았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나중엔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뻔했다. 주먹이 떨린다. 지금,
그녀는 분명 그를 애정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또한 그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국에 다다른 이유는, 서로에 대한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서였겠지. 이구아수는 레드 건과 그녀보다 까마귀를 좇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무르는 그의 앞을 막아서는 것보다 레드 건과 막내, 그리고 자신의 안위가 중요했다. 아무르가 이구아수를 완전히 막지 못한 것은, 그를
중앙 벨리우스의 도심지. 외행성으로부터의 밀항자와 밀수품은 물론 도저와 독립 용병까지 모여드는, 이른바 ‘사람 사는 곳’다운 암시장. 너 나 할 것 없이 행성 봉쇄 기구의 감시를 피해 살지만, 결국 사람은 거래를 원한다. 그 결과가 이 암시장이었다. “하, 술 다운 술은 이런 곳에서밖에 못 마신다니까.” “이구아수, 자기야. 그 술은 메탄올 많이 들었다?”
콕핏 내부는 춥지 않다. 생명 유지 장치가 파일럿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내부 온도를 유지하며, 또한 ACS 과부하가 올 때 마다 충격과 함께 기체 전신으로 퍼지는 열기와 제너레이터, 부스터의 열기까지 한꺼번에 받는다. 그래, 생명 유지 장치는 히터가 아닌 에어컨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구아수는 오늘도 헤드 브링어를 엉망진창으로 몰고 오는
“…사실, 처음엔 네가 싫었어.” “계속 말해봐.” 의자에 앉아 마주 본 두 사람. 루비콘 특유의 코랄풍으로 인해 여름의 열대야같이 덥혀진 공기는 인간의 기분을 뒤흔들어놓았고, 그 탓에 평소라면 내보일 일 없던 감정이 선뜻 내비쳐졌다.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은 레드 건으로서는 드문 일이었기에, 이구아수가 운을 띄우자 아무르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괴고
저는 워치포인트-알파 ~레드 건 시점~ 소재가 너무 좋은 나머지 사골을 끓입니다. thankyou. “야… 진짜 미쳤냐? 그 새끼가 막내랑, 부대보다 더 중요해?!” “레드가 어리다고 종종 까먹나본데 막내는 너야, G9. 그리고 누가 보면 네 출신도 잊은 줄 알겠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미시간 총대장님께선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철수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