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우드

미제 (7)

더스크우드 / 제이크 * MC(f)

에서 계속됩니다.

 

  • 에피10 이후 시점

  • 후속 게임(MOONVALE)의 설정과 충돌이 있습니다.

  • 모바일 뷰어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 천천히...연재합니다.


7화 - 잘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 2

 

 

제시는 리치의 아버지와 충돌하게 될 것을 각오하고 문을 열어젖히며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하지만 제시가 마주한 것은 리치의 아버지가 아닌 한나였다. 그가 찾으려던 한나가 집이 아닌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한……한나?"

"헉!"

한나는 제시가 사무실로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물건 사이를 뒤지고 있었다. 그는 제시의 부름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았다. 격하게 움직인 한나의 팔꿈치에 화병이 부딪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제시는 산산조각 난 잔해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리치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제시는 한나를 향할 것 같은 손을 부들부들 참으며 물었다. 힘이 들어간 턱에 입꼬리가 떨렸다.

"너…… 자동차 무덤 관두지 않았어?"

한나는 자신이 들킨 상황을 매우 난처하게 여기는 것 같아 보였다. 제시가 그에게 다가갈 동안 한나는 들고 있는 서류를 허벅지 뒤로 슬쩍 가리며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왜 여기 왔냐고 물었어."

한나는 자신만 노려보던 친구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고개를 다시 떨구었다. 그의 입에선 변명도, 반성도 나오지 않았다.

한나는 지금 곤란함을 느낄 뿐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제시는 한나가 들고 있던 것을 빼앗아 버릴 만큼 분노했다.

 

"말 안 해? 왜 남의 가게를 뒤지고 있냐고!"

 

제시는 자신의 손에 잡힌 것을 확인했다.

한나가 찾은 것은 리치의 일기장이었다. 제시는 팔팔 끓어올랐던 피가 한순간에 식어내리는 것을 느꼈다. 노트를 뺏긴 한나가 다시 제시에게 팔을 뻗었고, 제시는 그것을 피하며 일기장을 한나로부터 멀찍이 들었다.

"이리 내."

"네가 이걸 왜 찾아?"

"빨리 줘!"

"싫어!"

 

한나의 반응을 보고 제시는 그가 아직 이것을 읽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일기장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는 그도 모르지만 한나가 이것을 읽게 해선 안됐다. 한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는지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네 게 아니잖아! 무슨 자격으로 그걸 뺏겠다는 거야?"

"이 시간에 여기 침입해서 뒤진 네 것도 아니지! 내일 리치 부모님께 가져다드릴 거야. 그러면서 네가 침입한 사실도 말씀드려야지!"

제시의 말을 들은 한나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도 여기서 쉽게 물러날 수는 없었다.

 

"알았어. 그럼, 네가 대신 얘기하면 되겠네. 네가 범인의 모습을 봤다고 했지?"

한나는 제시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제시는 한나가 자신에게 걸어올 때마다 발을 끌며 뒷걸음질 쳤다.

"마이클이 정말 죽은 딸의 또래라는 이유로 에이미를 죽이고 나를 납치한 거래? 너도 그렇게 생각해? 다른 애들도?"

"……."

"제이크……. 제이크도 나를 찾는 수사에 참여했다고 했지. 그럼 내 휴대폰을 열어볼 수도 있었던 거 아니야? 정말 아무런 짓도 안했어?"

"……."

 

계속 뒤로 물러나던 제시는 무언가를 밟고 미끄러져 휘청였다. 그것을 한나가 양손으로 붙잡고는 바짝 붙어 제시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았다.

"마이클이 정말 범인인 것은 맞아?"

 

계속 말하지 못하던 제시는 한나의 마지막 질문에는 발작하듯 대답했다.

"맞아."

하지만 제시의 대답을 들어도 한나는 만족하지 못하고 물었다.

"못 믿겠어.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너 거짓말 잘하잖아. 잘못 기억한 척. 착각한 척. 모르는 척 굴면서 미움받지 않으려고……."

 

한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제시가 한나의 뺨을 내려쳤기 때문이다. 제시의 손바닥이 날카롭게 따끔거렸다. 분명 한나는 더 아플 것이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제시가 한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던 듯, 제시는 한나를 두고 먼저 떠나버렸다.

 

* * *

 

나는 퇴원한 다음 날 바로 꽃집으로 출근했다. 전날 무단결근을 하게 되어 사장님께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드려야 했다. 다행히 나 대신 가게를 지키신 사장님은 괜찮다며 내 몸을 걱정해 주셨다. 어차피 자기가 가게를 지키면서 찾아온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이는 말은 조금은 서글프게 들리기도 했다.

"그럼 가게 잘 부탁할게, 최 양."

"네, 사장님."

 

나는 내게 앞치마를 맡기고 떠나려는 사장님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나는 꽃집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나보다 먼저 그 사람을 발견한 사장님이 질색하듯 말했다.

"앤더슨?! 네가 여길 왜 찾아와?"

"……쳇. 사장 없을 줄 알았더니."

 

나는 사장님과 댄이 오래 대화를 할 것 같아 자리를 피해주었다. 댄은 사장님과 함께 꽃집에서 나가 한참을 싸웠다. 다만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사장님이 댄에게 일방적으로 잔소리하는 모양새였다.

 

댄과 대화를 마치고 어지러움을 달래듯이 이마를 짚은 사장님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와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위압감에 내가 어깨를 살짝 움츠리고 있을 때, 사장님은 내 양손을 끌어와 꽉 잡고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최 양, 절대로 앤더슨에게 어떤 일도 맡기면 안 돼. 알겠지? 자잘한 심부름도 시키지 마. 도와주겠다고 하면 무조건 말려."

"네?……네! 그럴게요."

 

사장님은 내게 신신당부하면서도 걱정스럽다는 듯이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사장님을 지나쳐 들어오는 댄을 노려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가게를 떠났다. 나는 사장님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 댄에게 물었다.

"여기서 2주 정도 했다더니, 단기 알바였던 게 아니라 2주 만에 잘렸던 거 아냐?"

"뭐? 너 내가 여기서 일한 거 어떻게 알았어?!"

"……."

 

아차, 이거 댄에겐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나는 시선을 위로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누가 그 사실을 전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댄이 중얼거렸다. 이 비밀 없는 촌구석 같으니라고.

"그래서, 말해봐. 무슨 사고를 쳐서 잘린 거야?"

"잘린 거 아니야! 진짜 단기 아르바이트였어!"

"아, 그러셔."

 

나는 댄이 절대로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을 것을 알아 금방 관심을 끊었다. 게다가 꼭 댄에게 들을 필요도 없었다. 사장님께 여쭤보는 것이 더 확실하고 쉬운 방법일 것이다.

댄은 더 이상 이야기를 보채지 않는 나를 보고는 사장님에게도 묻지 말라며 몇 마디 덧붙이고 나서 물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너 어제 퇴원해서 아직 힘들 거 아냐."

"됐어. 뭐 큰일로 입원했던 것도 아니고, 넌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쯧."

댄은 작업대 뒤편의 빈 의자를 끌고 와 불량스러운 모습으로 앉았다. 그리고는 내가 가게 청소를 하는 것을 지켜보다 툭 물었다.

 

"어제 쓴 소원 말이야. 무슨 일인지 정말 말 안 해줄 거냐?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 할게. 소원을 들은 사람한텐 말해줄 수도 있잖아."

"안돼. 사정을 설명할 수 있었으면 소원이 아니지."

 

퇴원 수속을 마치고 콜빌을 떠나기 전, 나는 댄에게 소원을 말했다. 댄은 영화를 다 보지도 못했으니 무효가 아니냐며 우겼지만,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놀란 얼굴 다 봤어. 그리고 먼저 놀란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로 했지, 꼭 영화를 보고 놀라야 된다는 법은 없었잖아?'

댄은 얼굴을 구겼고, 나는 뿌듯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그 내기를 끄집어낼 줄은 몰랐겠지. 하지만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시간을 끌 수록 가능성이 낮아졌다. 그래서 당일에 바로 소원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댄은 체념한 듯 내게 소원을 물었다.

 

'알겠어. 원하는 게 뭔데?'

나는 댄의 귀에 가까이 대고 그에게 부탁할 것을 속삭였다. 주변에서 우리를 보고 있던 친구들이 내용을 궁금해했지만, 나는 댄에게 이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나머지 친구들에게도 그에게 이 일을 묻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나는 그때의 일을 다시 떠올리고는 댄에게 물었다.

"너 그거 물어보려고 여기 온 거야?"

"아니야! 내가 뭐 목적이 있어야만 보러 오냐? 진짜 도와주러 온 거라고."

"아, 그러셔."

 

나는 댄의 반응을 넘기고는 가게 업무에 집중했다. 마침,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 댄을 상대할 시간이 정말 없었다.

그리고 그 손님은 하필 또 그 앞머리가 덥수룩한 진상이었다.

 

"……."

"왜 그렇게 쳐다봅니까? 이젠 인사도 안 하시네. 아, 나 원래 여기 단골이거든요?"

"아, 그러세요."

손님은 지인의 결혼기념일을 위한 꽃다발을 주문했다. 지불할 금액을 미리 정하고 그에 맞춰서 꽃을 고르고 있을 때, 손님이 댄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제는 왜 안 왔어요?"

"아팠어요."

내가 어제 근무를 안 한 건 또 왜 알고 있담. 혹시 그가 스토커는 아닐지 따지려던 때, 손님이 한 다음 질문에 나는 다른 생각으로 넘어갔다.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니죠? 이상한 사람한테 공격받았다던가."

 

이상한 사람.

그날 충격적인 사건을 겪어 그전에 있었던 일을 까먹고 말았다. 나로부터 도망쳤던 그 후드 차림의 사람. 달리기가 빠르고 움직임이 날렵했던 그 사람.

 

왜 도망쳤던 걸까. 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그는 내가 기다리는 걸 알까?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 하나를 믿고. 나를 외로운 고난 속에 두고 간 사람, 그러면서 나를 지금까지 버티게 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

 

사실 나도 내가 왜 제이크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열흘밖에 되지 않았던 그 짧은 기간의 마음이 두 달이 넘어도 흐려지지 않을 수 있나. 마음은 모르겠으나, 미래는 흐려지는 것이 보였다.

그와 만나서 뭘 하고 싶은 건지도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계획이 있으면 기대하게 되고, 기대를 하면 상처가 남을 테니까. 나는 그저 머물러 있었다. 내가 이렇게나 오래 머무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누군가의 퉁명스러운 말이 나를 상념에서 끄집어냈다. 나는 가위를 든 채로 내게 말을 건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댄이 좀 전보다 더 삐딱한 표정으로 훈수를 두고 있었다.

"씁…. 사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나?"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정성스럽게 고른 꽃들의 잔가지를 잘라냈다. 그럴 때마다 댄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어~. 그러면 안 되지."

마치 내가 심각한 길을 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소리에 잠깐 짜증이 올라왔지만, 나는 꿋꿋하게 안 들리는 척 포장지를 골라 뜯었다. 하지만 댄도 끈질기게 끼어들었다.

"나라면 그거 안 고를 걸."

 

파드득. 내 손에서 빳빳한 포장지가 무참히 구겨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손님도 흠칫 놀라더니 나와 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댄. 방해할 거면 나가."

"방해라니, 난 좀 도와주려고 그러지. 내가 네 선배잖아?"

 

뭐. 선배?

나는 댄에게 내가 잘못 들은 거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포장지만큼 구겨진 내 얼굴을 읽은 댄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너보다 먼저 일했잖아."

"넌 고작 2주 일하고 잘리고, 난 여기서 2개월 넘게 일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

"몰라. 그래도 내가 선배 아니야?"

"하!"

 

나는 댄이 되도 않는 훈수를 두는 것보다 자신이 선배라고 주름잡는 것이 더 황당했다. 그때, 나와 댄의 대화를 듣던 손님이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아. 2주라는 얘기를 들으니, 그쪽이 누군지 알아보겠네. 분명 결혼식과 장례식 꽃 배달을 뒤집어서 보냈던 직원이죠?"

"헉,"

 

정신없게 떠들던 댄의 입이 갑자기 다물렸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다. 그의 흑역사를 기껍게 헤집어보기로 했다.

 

"무슨 얘기인지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손님이 전해준 이야기는 웃기고 또 아찔했다. 결혼식과 장례식 두 군데에서 동시에 급한 주문이 들어와 즉시 두 개의 꽃꽂이를 만들어 보내야 했는데, 마지막에 댄이 실수로 배달 기사에게 잘못된 꽃을 전달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하필 함께 포장된 편지는 '제2의 삶을 축하드립니다.', '조의를 표합니다.'여서 고객의 분노를 샀다고 했다.

 

"충분히 있을법한 실수긴 한데……꽤 대형 사고를 쳤구나."

나는 감탄하며 댄을 바라봤다. 댄은 들키고 싶지 않은 일이 까발려져 손님을 뚱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는 정말 이곳의 단골이었는지, 알고 있는 사건이 많았다.

 

"그래도 그건 사장님이 사과드리는 것으로 끝났어요. 진짜 큰 사고는 이 직원이 식물 영양제와 살충제를 착각해서……."

"맙소사. 잘릴 만했네."

"거, 안 살 겁니까? 일 안 해?"

 

나와 손님의 잡담은 댄이 버럭 잔소리질하는 것으로 횡포를 놓으며 끝났다. 손님은 댄의 성화에 못 이겨 서둘러 꽃다발을 구매해 쫓겨났고, 댄은 손님이 떠나고 나서도 뭐라 중얼거리며 투덜대다 내게 그 일들을 절대로 누구에게 말하지 말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나는 이미 더스크우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젠장, 저놈은 어떻게 저런 걸 다 알고……."

"단골이라잖아. 확실히 자주 오긴 했거든."

"뭐? 단골? 말도 안 돼. 쟤가 뭐 하러 여길 단골로 오냐고. 그리고 내가 일할 땐 한 번도 본 적 없어."

나는 댄의 말에서 한가지 정보를 발견하고 자세히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나는 알지. 저 사람 툴타스틱 뺀질이거든."

"툴타스틱?"

나는 댄의 앞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으며 말했다.

"자세히 말해봐."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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