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우드

Debug (4-완)

더스크우드/제이크*MC(f)

에서 이어집니다.

  • 에피9 이후 시점

  • 에피10의 설정과 충돌이 있습니다 : 마이클 핸슨이 범인인 설정입니다.

  • 죽음을 맞이한 MC가 회귀했다는 설정

  • 모바일 뷰어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4화 - Remove

 

 

태양이 완전 고개를 숨긴 저녁. 하늘만이 선명한 파란색을 띠고, 어두운 땅엔 늑대와 개를 구분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MC는 회색 지붕의 집 앞에 섰다. 사신인지 친구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습으로.

 

숲속의 별장.

그래, 모두의 생을 앗아갔던 그곳.

MC는 다시 이 시간으로 돌아왔다. 축제가 열리기 전날 밤으로. 정전이 일어났었던 그날 밤으로.

 

하지만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첫째: 그때 전화로만 모든 것을 지켜봐야 했던 MC는 지금 이 별장에 와있었다.

그리고 둘째 : 몇 시간 뒤에나 이 별장에 찾아와야 할 범인도 지금 이곳에 있었다. 바로 MC의 눈앞에.

 

“거기 멈춰.”

MC는 범인을 향해 총을 겨누며 말했다. 멀리서 크루를 지켜보고 있던 범인은 시선을 돌려 자신을 부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둑한 곳에서도 MC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범인은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너였구나. 내 계획을 또 망친 새끼가.”

“그럼.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 말했잖아. 널 잡겠다고. 네 뜻대로 되도록 놔두지 않을 거라고.”

 

범인에게 말을 건네다 어지러움이 올라온 MC는 숨을 힘겹게 몰아쉬며 말을 멈추었다. 잠시 찾아온 정적 사이로 토마스의 기타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범인은 혐오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MC의 모습을 조소했다. 지금 MC는 마치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억지로 집어넣은 합성 사진처럼 보였다. 형체가 일그러졌다 돌아오는 것이 반복되고, 끝이 불분명했다.

 

“그런 상태로 나를 위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서 있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범인이 MC에게 말을 건네던 찰나, 그의 시선에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였다.

 

MC가 오로라에서 나간 것을 확인한 뒤로 거리를 두며 그를 따라온 제이크는 뒤늦게 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서 MC가 기이한 일그러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게 뭐지?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믿기 어려운 일들만 벌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어느 정도의 상식 아래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어떤 과학 이론을 가져다 붙여도 이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 틀림없었다. 차라리 자신이 결국 미쳐 환상까지 보고 있다고 하는 것이 그럴듯하지.

 

MC는 범인에게 겨눈 총을 내리지 않은 채로 그에게 다가갔다.

고통이 극심했다. 너무 아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몸은 기계적으로 전진하고, 생각은 박음질하듯 나아가다 되돌아가길 반복했다.

아직 무너질 수 없다. 그를 막아야 해, 친구들을 지켜야 해. 살아남아야 해, 그를 막고 친구들을 지켜야 해…아직은 무너질 수 없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MC의 모습에 범인은 그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이는 MC의 몰골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방아쇠를 당길 힘은 있나? 그래선 제대로 맞출 수도 없겠는데?”

 

범인의 말을 들은 MC는 입꼬리를 한껏 당겨 웃었다. 억지로 웃어 험악해진 표정을 보이며 그는 대답했다.

“보다시피 내가 이런 상태라, 제대로 조준을 할 수 없거든? 실수로 죽여버릴지도 모르겠네.”

 

MC는 범인에게 한 발 더 성큼 다가갔다. 이번엔 범인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 올렸다. 마치 자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는 듯.

그가 말했다.

“어차피 운명은 순리대로 흐르게 되어있어. 네 모습을 봐라. 너도 알지? 네가 왜 그 꼴이 됐는지 말이야.

시나리오를 거스른 대가지. 결국 네가 만든 오류들은 전부 수정될 거라고. 난 여기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이기는 싸움이야.”

 

범인의 말을 들은 제이크는 다시 MC의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제이크는 MC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MC의 모습은 마치 홀로그램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누가 화면을 바꾸기라도 하는 것처럼 불안정했다. 마치 픽셀 단위로 쪼개져 지워지는 듯한. 삭제되는 듯한.

컴퓨터의 디버깅을 현실에 반영한다면 이렇게 보일 것 같았다.

 

아. 저건 디버깅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제이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자기가 생각해 놓고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비현실적인 일은 이미 숱하게 벌어졌고, 지금 눈앞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상식은 아무것도 없었다.

혼란스러운 제이크의 생각을 뚫고 MC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난 금방 사라지고 말겠지. 내가 사라지고 나면 이곳이 어떻게 될지도 아는 게 없어. 또 다른 결말이 되든, 이 결말마저 사라져 버리든 하겠지.

근데 그거 알아?”

 

MC가 총을 고쳐잡았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의 주변으로 바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제이크는 크게 불어닥친 바람에 눈을 찌푸리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 순간, 그의 귀로 MC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난 이 일에 휘말릴 때부터 뵈는 게 없었어.”

 

MC가 검지에 힘을 줘 방아쇠를 당겼다. 큰 총성 음과 함께 총알이 총구를 떠났다.

동시에 정전이 일어나며 별장의 불이 꺼지고, 놀란 제시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MC에게서 벗어난 총알은 얼굴 없는 남자의 가면 정중앙을 뚫었다. 동시에 MC와 범인의 중앙에서 형체가 보이지 않는 큰 폭발이 일어났다.

.

.

.

제이크는 자신을 덮치는 바람에 잠시 몸을 움츠렸다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여자에게로 달렸다.

 

여자의 앞에 주저앉은 제이크는 여자의 목덜미를 팔로 받치고 품에 안았다. 흙투성이의 그는 정신을 잃어 그의 품에 늘어져 있었다.

제이크는 여자의 상태를 살폈다. 좀 전의 폭발 이후로 그의 몸에 일어났던 이상 현상은 없어졌다. 희미함이 사라진 얼굴을 내려다보며 제이크는 자신의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당신을 부를 수도 없었다. 이름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통제에서 벗어난 상황에 던져지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당신이 이렇게 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던 자신에게 화가 끓어올랐다. 전부 늦어버렸다.

 

‘내가 조금만 덜 겁쟁이였다면, 널 지킬 수 있었을까.’

너에게 먼저 다가갔다면. 네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알고 있었을까?

무엇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제이크의 심장을 무너뜨렸다. 제이크가 떨리는 팔로 여자를 꽉 안고 있을 때, 곧 그가 정신이 깨어난 듯 천천히 눈을 떴다.

 

“…누구?”

“…….”

“제이크야?”

 

이 사람은 내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건가.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기분에 제이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제이크의 반응을 눈치챈 여자는 꺄르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더스크우드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어쩜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킬까. 너도, 나도.”

“네가 약속을 안 지킨 적이 있었나?”

“그럼. 그래서 이렇게 벌을 받는 거인 걸.”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더 이어졌다.

두 사람이 바랐던, 평범한 것이었다.

제이크를 만난 여자는 안심이 된다는 듯 긴장했던 몸에 힘을 빼고 그의 품에 기댔다. 제이크는 그를 토닥였다.

 

“네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너무 궁금했거든. 일단은…조금만 자고…….”

 

여자는 곧 고른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느린 호흡을 촉감으로 느끼고 있을 때, 별장의 전력이 돌아온 듯 창문으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이크는 미약한 빛을 통해 품 안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곧 그를 안아 들고 자리를 옮겼다.

 

* * *

 

총성음.

그리고 파도처럼 덮쳐오는 바람과, 깜빡이는 화약 냄새.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의 그리움.

그리고……죽음.

 

“헉!”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MC는 막힌 숨을 터뜨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푹신한 등의 감촉을 통해 자신이 침대 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숲과 다르게 공기가 뽀송한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MC는 잠시 집중하며 자신의 주변을 탐색했다. 며칠간 들었던 익숙한 소리가 들리고, 냄새도 익숙했다.

 

‘여기 호텔인가?’

왜 여기서 일어났지? 설마 다 꿈이었다 그런 거야?

 

MC는 더스크우드에서 자신이 처음 기절했던 날을 생각했다. 그때도 지금과 같았다. 도서관 골목에서 기절하고, 다시 깨어났을 땐 자신의 호텔 방 침대 위였다. 그때 자신의 모습이 흙투성이가 아니었다면, 꿈이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그런 건가? 별장의 일은 성공했을까?

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정신을 잃을 때까지의 기억을 되돌아본 MC는 다른 의문도 함께 떠올렸다.

제이크는 어디로 갔지?

 

‘이렇게 헤어지게 될 줄 알았다면 좀 더 깨어있을걸.’

MC는 눈매와 코끝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끼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어쩐지 친구들을 못 봤다는 사실보다 이것이 더 크게 서럽게 느껴졌다.

이전 삶과 지금까지 통틀어 가장 원했던 순간을 만났는데,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것이 억울했다.

 

“제이크.”

“날 불렀나?”

“악!”

 

무심코 부른 그의 이름에 제이크가 MC를 부르며 대답했다. MC는 갑자기 들리는 제이크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MC의 젖은 얼굴을 확인한 제이크는 황급히 다가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울었나? 무슨 일이지? 아픈가?”

“아니, 괜찮아. 괜찮아져 버렸어.”

“괜찮다고? 정말로?”

“응. 널 만났으니까. 그런데…….”

 

MC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며 머뭇거렸다. 그는 자신에게 다른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앞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제이크는 어떻게 내가 우는 걸 알고 나에게 다가왔을까?

 

“너 내가 보여?”

“? 보인다.”

“어둡지 않아?”

“무슨 일이지?”

 

MC는 그제야 자신의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이 어두운 밤인 것이 아니라 눈이 멀어버린 것이었다.

 

“나 앞이 안 보여.”

“뭐?”

 

내 행동을 막으려는 걸까?

그런 것이라면 희소식이었다. 아직도 자신이 이곳에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였으니. 또한 이것은 다른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 망할 ‘오류’는 여전히 자신뿐이라는 것.

이곳이 완전히 초기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세상을 마음대로 뒤집어 놓았다가 이 세상마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는 무사히 친구들과 제이크를 지켜냈다.

MC는 기뻤다. 진심으로, 벅차오를 정도로.

MC의 얼굴에 떠오른 평화로운 미소를 본 제이크는 한시름 덜었으나 여전히 걱정을 담은 투로 물었다.

 

“저기, 그러니까……괜찮아? 일시적인 증상인가?”

“목소리 참 좋다. 그렇게 긴 시간을 달렸는데, 이제서야 들을 수 있다니.”

 

MC는 제이크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도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MC는 까마득한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느끼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겼다.

 

“결국 네 얼굴은 못 보게 되었네. 아쉽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만져봐도 될까?”

“저기…. 당신은…….”

 

MC는 자신의 얼굴에 닿은 제이크의 손을 만지고 그의 손목과 팔을 손끝으로 훑으며 어깨를, 목을, 그리고 귀와 얼굴을 찾았다.

자신의 손길이 스치는 곳이 움찔 떨리는 것을 느끼며 MC는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다.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많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제이크는 MC의 손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며 살살 비볐다.

MC는 제이크의 다정함에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조심스레 선을 그리며 제이크의 얼굴을 쓰다듬었음.

 

“당신은…….”

“쉿. 움직이지 마, 헷갈리잖아.”

 

-합.

MC의 타박에 제이크의 입이 빠르게 다물렸다.

‘귀여워.’

제이크의 모습에 MC는 쿡쿡 웃으며 말을 마저 이었다.

 

“다 무사한 거지? 한나도, 한나 친구들도, 너도. 이번엔 모두 괜찮은 거지?”

“아니.”

“뭐?”

 

제이크의 대답에 MC의 손짓이 멈추었다.

이번에도 실패한 거야?

MC가 떨리는 목소리로 제이크에게 물었다.

 

“누가 다쳤어? 누가? 많이? 언제? 어떻게?”

“…네가. 네가 아프잖아.”

 

제이크는 자신의 얼굴에 닿아있는 MC의 손등을 덮으며 잡았다.

 

“당신이 다치는 것이 싫었다. 누구보다도 당신만은 괜찮길 바랐다.”

제이크의 말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MC는 자신의 손끝을 적시는 물기에 숨을 멈추었다.

 

“제이크. 난 이곳에 남아있을 수 없어. 난 곧 수정될 오류야. 너도 알잖아.”

“아니야.”

“난 그냥 내가 이뤄낸 것에 만족해. 사실 무작정 밀어붙인 건데, 원했던 것을 전부 지키고 사라질 수 있어서 행복해.”

“난…. 잠시만…….”

 

제이크는 MC의 팔을 급히 잡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MC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처럼 구는 것은 제이크였다.

제이크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난 널 좋아한다. 짧은 만남이었고, 네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넌 매혹적이고, 난 너에게 이끌렸다. 난…….”

 

제이크의 말을 들은 MC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기억 속 어떤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에.

서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 놓이든, 우리는 사랑에 빠질 운명이구나.

MC는 자신의 깨달음에 기꺼워하며 제이크에게 대답했다.

 

“난 아닐 거라고 생각해? 난 너보다도 훨씬 오랫동안 사랑했어. 하지만……. 이건 안돼.”

 

MC는 느꼈다. 자신의 발끝의 감각이 사라져가는 것을.

자신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몰라? 내가 떠나고 나면 정상적인 내가 다시 나타날지. 나는 나고, 어쩌면 나도 너와 사랑에 빠질지도 몰라. 분명히 그럴 거야. 우린 서로 영혼으로 엮여있으니까.”

 

점점 무뎌져 가는 청각으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우는 얼굴을 못 보다니, 얼마나 아쉬운지.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제이크가 MC에게 말했다.

 

“네 이름 알려줘.”

“…미아.”

 

MC가 밝게 웃었다. 제이크에게 내 이름을 소개하는 것은 또 색다른 경험이었다.

 

“안녕 미아.”

“안녕 제이크.”

 

MC와 제이크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인사가 서로에게 건네졌다.

 

* * *

 

열흘도 채 되지 않은 만남이었다.

그럼에도 미아가 사라진 자리는 인생의 절반을 앗아간 것 같은 공허함을 남겼다.

제이크는 눌린 자국조차 남기지 않은 이불 시트를 매만져보았다. 지금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 온기마저 지워졌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만약 삭제(delete)된 것이 아니라 지워(remove)진 것이라면, 이 세상 어딘가 희망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는 것은 그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감정을 헤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 평생 혼자일 줄 단념했던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다.

나는 너를 찾아낼 것이다.

 

 

Debug 완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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