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커미션 신청하는 사람을 위한 안내

글 커미션을 신청하는 사람을 위한 허술한 안내 2

나는 왜 오마카세 커미션을 후회하는가

다음으로 오마카세 신청할 때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마카세도 여러 타입이 있겠습니다만(완전오마카세부터 각종 고정틀까지) 완전 오마카세나 캐릭터 설명만 있는 정도의 큰 범위를 가정하겠습니다.

※ 이 글은 어디까지나 글 커미션주가 양심적인 사람임을 가정한 것입니다. 실력과 성품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므로 만일 성품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일 경우 답이 없습니다. 환불받고 도망칩시다. 저는 신청자보다 커미션주쪽의 인품이 결여된 사건이 훨씬 많음을 인지하고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1. 오마카세를 맡기면 안 되는 경우 - 문제편

원하는 게 확고하게 있는 경우는 당연히 오마카세를 신청하지 않겠지요. 어라 난 그냥 글이 읽고 싶은데 커미션주 샘플 읽어보니 괜찮을 것 같아서 신청한건데 왜 이런 결과물이 나온걸까? 싶었던 경험을 가지셨던 분에게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샘플 두어개 읽어보니 괜찮았다
     죄송합니다만 두어개는 많이 부족합니다 선생님....... 두어개 읽어보는 건 문체를 확인하는 정도로 충분한 것이지 글러가 다루는 범위를 가늠하기엔 굉장히 부족합니다. 특히나 유명하거나 빼어난 존잘님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림은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하게 다지는 게 중요하다면, 글은 얼마나 다양한 변주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물론 호러만 쓰는 사람도 있고 로맨스만 쓰는 사람도 있죠. 그러나 그런 장르작가라도 한 요소를 같은 방식으로만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정된 소재에서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요.
     게다가 커미션 받은 샘플을 보셨다면 더더욱이 두어개로는 부족합니다. 저의 경우이긴 합니다만, 저는 오마카세와 맞춤 가격이 동일하며 크게 구분하지 않고 샘플로 올려두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읽고 괜찮다고 생각한 글은 사실 신청자분과의 자세하고 오랜 설명과 컨펌을 거친 결과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써달라고 의뢰받아서 그렇게 쓴'것의 결과물이지 '그냥 써봤다'의 결과물이 아니라서 오마카세로 나올 확률은 드물 수 있습니다.

  • 미묘하게 내 캐가(그 캐가) 아닌 것 같다 1
     완전 무컨펌일 때에 이런 경우가 꽤 나옵니다. 저는 무컨펌이라도 캐붕이나 설정오류에 한해서는 컨펌을 받는 편이지만 안 받는 타입이면 뭔가 이거 애매하다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아예 다른 캐릭터라면 신청서 읽긴 했냐고 항의라도 하겠지만 이렇게 미묘하면 클레임 걸기도 애매하고 곤란하죠.
     이 경우는 많은 부분의 원인은 정보부족입니다. 1번 포스트에서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그렇게 긴 문서를 만들어드렸는데요! 에서 문서는 길고 분량이 많아도 정보값은 없는 신청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성격란에 무뚝뚝하다. 말수가없다. 만 적어두고 행동설명을 해두지 않은 경우라던가요. 정말로, 그림러에게 이 캐릭터 머리카락 색은 보석색이에요 로 설명을 끝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럼 이게 맞나 싶을 때마다 신청자님께 여쭤보면 되지 않느냐? 되죠. 되는데, 오마카세 맡기는 분은 상당수가 이런저런 설정 지정하거나 신청서를 쓰기는 귀찮지만 글은 보고 싶은 분들이십니다. 한 줄 쓸 때마다 이게 캐릭터에 맞는지 묻는다면 당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죠. 커미션주 입장에서도 이럴거면 왜 오마카세 받느냐는 등의 컴플레인이 들어올까 무서워서 질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묘한 캐붕은 캐릭터의 말투, 행동, 심리(생각)표현 등이 어긋나서 생기는 일일텐데요. 말투나 행동 심리를 캐해로 정확하게 유추하기 어려운 경우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이 캐릭터는 츤데레 성격이고 항상 화난 표정이다, 라고 신청서에 썼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커미션주는 아하, '딱히 너 주려고 가져온 건 아니니까!' 류의 캐릭터구나! 라고 생각하고 작업합니다. 그런데 신청서에는 없었지만 '따, 딱히 너 주려고 가져온 게 맞으니까!' 류였다면 미묘하게 엇나가기 시작하겠지요.
     그래서 설정에 한 마디 더 덧붙이는게 중요합니다. 츤데레입니다. 와 츤데레이고 바보입니다. 는 딱 다섯글자 더 들어갔지만 캐릭터성 좁히는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냥 장난으로라도 이 캐 7살때까지 한글못뗌ㅋ 이라고 적어두시면 저는 거기에서 굉장히 많은 정보값을 가져갈겁니다. 왜? 라고 스스로 질문하고 이유를 찾아서 맞춰볼테니까요.

  • 미묘하게 내 캐가(그 캐가) 아닌 것 같다 2
     조금 드문 경우입니다만, 2차나 드림에서 내 캐는 이런 캐가 아냐!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건 그냥 해당 작품에서 그 캐릭터를 해석할 때 신청자님과 커미션주의(혹은 꺼라위키 등의 인터넷 서치로 나오는 주요 설명의) 캐해석이 다른 겁니다. 같컾을 파도 캐해가 달라서 혼자 판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실까요? 딱 그겁니다. 이미 어떤 작품에서 나온 캐릭터는 너도 알고 나도 아니까 오케이! 하면서 설명을 아예 생략하는데, 그래도 상대 캐릭터가 해당 캐릭터를 어떻게 대하는지 혹은 이전에 맡긴 커미션 샘플이 있다던지 하면 아 이사람이 어떻게 캐해석을 했구나 가늠할 수 있지만 그런 게 없으면 커미션주는 주류해석으로 씁니다. 확률상으로 이 사람의 캐해석이 소수일 가능성이 적으니까요.

  • 신청해서 받았고 즐겁게 읽었지만 마음에 차지는 않는다
     말로 설명하기 미묘한 이 기분. 분명 퀄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읽기도 재미있게 읽었고 캐붕을 딱히 짚을 데도 없는데 뭔가 어긋난 듯한 이 기분. 이번에도 실패인가? 신청할 때마다 알잘딱깔센 해주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커미션주 찾기 여정을 또 시작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드신 분도 계실 겁니다.
     사실 오마카세로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신 분들의 상당수가 이런 분들일거라 생각합니다만, 단호하게 말씀드리자면 궁합이 딱 맞는 커미션주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거 허상입니다. 일도 잘 하고 집안일도 잘 하고 애도 잘 보고 남편 케어도 잘 해주는 언제나 활기차고 행복한 아내 찾는거랑 비슷합니다. 그냥, 없어요.
     분명 후기글에는 설명도 얼마 안 했는데 정말 딱 맞게 캐해주셨다고 적혀있었단 말이에요! 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 경우는 다음 네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사실은 아닌데 신청자님이 고운 마음씨로 과장해서 후기를 적어주셨음.
      2. 우연히  존잘님의 심상과 신청자분의 심상과 취향과 이런 걸 써야겠다는 결심과 지구와 우주의 에너지 등등이 완벽히 맞아떨어짐.
      3. 존잘님이 너무 존잘님인데다 작업할 때 컨디션도 최상이었고 운도 좋아서 읽는 사람의 취향도 개조시키고 캐해도 납득시키는 대작이 나옴.
      4. 얼마 없는 설명인데 그 안에 정보량이 글러 맞춤 100%로 꽉꽉 차있었음.
     네, 너와 나는 영혼의 쌍둥이같은 괴랄한 경우는 없습니다. 있는 건 운빨이거나 좋은 신청서인 거죠...
     나는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그건 사실은 오마카세로 가면 안 되는 주문을 오마카세로 하셨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신청자님의 상태는 '배고파 죽겠으니 독버섯이라도 먹고싶어' 가 아니라 '뭔가 먹고싶은데 뭘 먹고 싶은지 이 느낌을 설명할 수가 없어' 입니다. 이미 마음 속으로는 무엇을 먹고 싶은데, 그걸 스스로도 모르거나 구체화 시키지를 못하겠어서 표현을 못하는 것인 상태죠. 보통 이럴 때 정말 아무 음식이나 시키면 욕구가 해소된 느낌이 안 들지 않나요? 똑같습니다. 뭘 먹고 싶은지, 적어도 먹고는 싶은데 이건 싫다던지 하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커미션주는 아 독버섯도 괜찮으신갑다 하고 그냥 작업할 뿐입니다.

  • 진짜 특별한 거 지금까지 못 봤던 새로운 걸 보고싶다
     이 경우는 단언하겠습니다. 그냥 포기하십시오. 그런게 있으면 왜 커미션에 씁니까? 작가로 데뷔하죠. 혁신적인 것, 정말 놀라운 것 같은 건 정말 가격이 비쌉니다. 정말로 비쌉니다. 혁신적인 발명품 하나 내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고 그건 글도 마찬가집니다. 사실 글러는 남 주기 아까운 아이디어같은걸 마음에 하나씩 품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는 커미션 단가로는 댈 수도 없는 비싼 거고요. 10억짜리 발명품을 10만원에 팔아달라고 하는 말은 당연히 어처구니 없는 요구가 아닐까요?

2.  오마카세를 맡기면 안 되는 경우 - 해결편

 그럼 오마카세를 맡겨도 좋은 경우는 언제란 말인가? 답은 간단합니다. 본인이 들어가는 곳이 김치찌개 전문 음식점이고 본인은 김치찌개라면 말 그대로 뭐든지, 그러니까 탕후루마라오뎅동파육해삼김치찌개도 좋아하면 됩니다. 나 진짜 탕후루마라오뎅동파육해삼김치찌개 좋아하는데? 하시는 분은 호불호 빙고를 구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순히 괜찮다 아니다 가 아니라, 극호 호 중간 불호 극불호 정도로 나눠서 하면 좋습니다. 체크할 요소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요. 나 진짜 뭐든 잘먹나봐... 혹은 나 진짜 배고파 죽으려나봐 이 캐로는 뭐든 먹을 수 있네 하시는 분, 김치찌개 존잘님 중에 아무나 골라서 신청서 넣으시면 되겠습니다.

  맡기면 안 되는 경우에도 맡기고 싶다! 나는 귀찮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돈은 그럴 때 쓰는 거 아니겠어요. 이 경우 상술한 문제가 있는 경우의 해답을 아래에 적어둡니다.  

  • 샘플 두어개 읽어보니 괜찮았다
      물론 그 많은 샘플을 읽어봐야 하느냐 아닙니다. 귀찮아서 오마카세 시키는건데 뭘 샘플을 통으로 읽어요... 귀찮잖아요. 그냥 문의를 넣읍시다. 커미션 작업하신 것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샘플 두 개만 추천해달라고요. 진짜 행복하기만 한 글 샘플 하나와 극단적인 글 샘플 하나를 지정하셔도 되고, 전연령과 19금고어 혹은 달달로맨스와 피폐혐관 같은 극단 두 개도 괜찮습니다. 애매하게라도 뭐랑 뭐랑 비교하면 감 잡겠다 싶으면 그 기준으로 요청하시면 대부분 주실거에요.

  • 미묘하게 내 캐가(그 캐가) 아닌 것 같다 1
     이전의 1번 글을 참조하시면 간단하게 후루룩 쓰면서도 알차게 쓰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중요한 것은 대사, 행동(행적), 심리가 아닐까 합니다. 이 세 개가 꼭 들어가면 좋다는 걸 염두에 두시고 신청서 쓰시면 되겠습니다.

  • 미묘하게 내 캐가(그 캐가) 아닌 것 같다 2
     본인의 캐해까지 적어주세요! 특히나 주류해석과 엇나가는 경우라면 더욱더요. 그게 귀찮다면 그 캐에 대해서 주접 떨어둔 sns 긁어서 보여주셔도 됩니다.

  • 신청해서 받았고 즐겁게 읽었지만 마음에 차지는 않는다
     심각한 경우라면, 스스로와 마주해서 자신의 욕망을 알아채봅시다. 돈이 아주 많다면 여러군데 오마카세 넣어보고 뭐가 가장 끌리는지 보면 되겠습니다만(..) 실제로는 힘들죠.
     상술했듯이, 뭘 먹고 싶지 않은지를 나열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일단 이건 그다지... 싶은 것들을 죽죽 빼기만 해도 다뤄야 할 범위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커미션 결과물을 처박아두고 보지도 않는 최악의 결과는 생기지 않습니다.
     근데 난 다 잘 먹는 것 같은데 그치만 뭔가가 먹고 싶은데 그게뭘까... 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그동안 잘 먹었던 걸 나열해주세요. 본인은 본인 취향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의외로 형태가 빨리 잡힐 수 있어요. 지금까지 거쳐온 장르, 거쳐온 최애, 본인이 감명깊게 읽은 책, 영화, 드라마, 만들고 마음에 들었던 자캐목록, 뭐든 좋습니다. 돈을 쓴 장르라면 더욱 확실합니다. 한 번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걸 꼭 적어주세요.

  • 진짜 특별한 거 지금까지 못 봤던 새로운 걸 보고싶다
    가보자고, 재벌2세
    실제로 이 방법으로 현차회장은 양궁덕질에 성공하였으며
    c.f) 객관적으로 말고 저만 특별하고 새롭다고 느끼면 되는데요! - 자, 정화수 준비합시다. 기도해야죠.

제가 생각하지 못한 원인이나 해결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출처표기하여 추가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커미션주가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가정하에 쓴 것입니다. '남들은 다 좋다는데 왜 나만' 일때의 이야기입니다. 글러인 주제에 공미포로 공백사기를 치지 않으면 분량을 채울 수 없는 존못이라거나 신청서 읽지도 않고 제멋대로 갈기는 멍청이는 꼭 환불받은 다음 차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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