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시화 001.

薪盡火滅 by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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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다. 딱히 부정의 대답은 않았다...

그런데도. 이창현에게는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어서. 다른 쪽 힐끔 눈짓하고서는 답했다.

후회 없어. 돌아가면 똑같이 할 거야.

네 앞이니까 말하는 거지만. ... 나 혼자였으면 진작 그 새끼들이랑은 끝을 봤을 거야. 난 위험 분자 남겨두는 게 불안해. 어떤 일을 하고 꿈에 나올까 봐 안절부절해하는 것보다 더, 많이.

눈 감은 채로 관자놀이 문질렀다, 문득. 신체의 피로함에서 비롯된 잔병이라기엔 차라리 관념적인 통증에 가깝게 느껴졌다. 며칠 새 사람 죽는 걸 얼마나 봤지. 이제 별로 신선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눈 천천히 뜨고 오만상 인상을 쓴 채로. 굳이 시선 맞추지 않다가.

걱정 마라, 내가 당장 생사 기로에 선 상태가 아니라면 다수의 결정에 불복할 생각은 딱히 없어. 그랬으면 진작 떴을 거야. 너도 알잖냐. 내가 어디 먼저 시비 걸고 다니는 인간이야? 싸우기 싫어. 피 튀기는 것도 짜증나고... 거짓말 아니거든. 룰도 없이 생사람 때려잡는 거 나한테도 끔찍해.

전처럼 안정되길 바란다고. 그러니까 머리로는, 격렬히 그걸 바라고 있었다. 진짜로. 말한 것처럼 PC방에 앉아 흥미도 없는 OTT 시리즈나 보면서, 뜨끈한 라면을 먹는 게 지금 가장 큰 소원이었으니까. 거짓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그런데, 그렇지만… … 이곳의 상황이 진정되고, 우리가 바깥으로 나가 다시금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이창현이 집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면…

… 그의 쓸모는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갈 텐데.

이런 생각을 모르지 않아서, 내재하는 스스로의 다른 자아를 죽어라 쥐어패는 것이다.

여기서 그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긴 하겠냐. 나도 마찬가지지. 근데… 뭐. 모르겠다. 사회 복구가 되긴 할 텐지, 이대로 아무 개입도 없으면 약탈이나 범죄 행위도 빈번해질 텐데 정부에선 그걸 막을 생각은 있는 건지.

선을 지키다가 너희고 나고 얼마 안 남은 애들이 전부 의미 없이 죽어나갈까 봐, 그게 내 가장 큰 괘념이자 난제인데. 네 얼굴 빤히 쳐다보다가, 그냥 길게 이어지던 생각의 끈 놓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 콱!!! 밟히는 발에, 음소거 비명 질렀다. 얌마! 네가 밟으면 진짜 아파…….

야이씨…. 아오, 진짜. 아니, 왜 밟고 난리야? 어? 뭐가 문제야! 사람이 말로 해결을 해야지!!!! ……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다 하고 살아! 그렇대도 미련 남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1학년 때 국대 선발전 떨어지면 그만두기로 가족이랑 약속했어. 약속은 지켜야지. 가족 말고. 그 인간들은 지금 나보다 더 안전한 데 있을 걸.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야.

내가 다 찌그러져가는 빠따 하나 들고 전전할 동안 그들은 철조망에 둘러싸여선 각종 화기를 안고 있을 텐데 누가 누굴 염려해. 네가 대충 흐리는 말에 눈 가늘게 뜨며 말했다.

진짜? 포기해도 되는 일이라고? … 만약에, 내가 장우시 시내로 내려가게 되면. 혹은 장우시 밖으로 나가게 되면… 해줘야 할 만한 일이 있냐? 다른 사람들이야, 뭐. 다쳤겠지. 다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고. 길거리엔 인간보다 시체가 더 많을 텐데. 움직이는 거, 안 움직이는 거 합치면.

건조한 말투다. 남 일이라 그런가. 우린 학교 위치가 이 모양 이 꼴이라 악운이 행운으로 변한 케이스고. 바깥 상황 똑같다면 차라리 접근 어려운 편이 나으니까. 중얼거리듯 덧붙인다. 하나, 둘… 손끝으로 날짜 계산하는 모습.

오늘로 6일 정도 된 거지, 사태 터진 게? 우리가 인지한 시점부터 계산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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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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