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기억을 지우는 키스

20240123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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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천천히 떨어진다. 점막에 찬 공기가 닿으며 정신을 현실로 되돌려 놓는다. 그러고 보면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뜬다.

그가, 어째선지, 굉장히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이걸로 됐어.”

나는 무심코 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분명 방금 내게 입을 맞췄다. 하지만 어째서?

모르는 사람이.

머릿속이 쿡쿡 찌르듯 아파져 온다. 나는 무심코 얼굴을 찡그린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조금 전 입술이 떨어지기 직전까지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마지막 기억은 어디지? 의외로 가깝게도 오늘 아침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물론 그 이전에도 군데군데 기억이 비어 있다. … 그렇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기억이 지워진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뇌가 손상되면 기억은 지워진다. 하지만 그렇다면 온전한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조금 전의 그 표정 그대로다. 다시 머리가 아파져 온다.

“있잖아, 조금 전의 키스로 나와 관련된 네 기억을 전부 지웠어.”

“...네?”

그는 산뜻하게 웃는다. 그러나 여전히 슬픔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 나의, 처음 보는 사람의 눈에도 보인다. … 아니, 그의 말대로라면 처음 보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분명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지웠다고, … … 머리가 아프다.

그는 조금 망설이더니 다시 입을 연다.

“오해하지 말아 줘. 너도 동의했던 일이야.”

“잠깐만요. … 어떻게?”

“그건.”

눈을 천천히 깜빡이는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낯설게 느껴졌다. 아니, 실은, 그 모습을 낯설어하는 것 자체가, 아주 이상한 일인 것만 같았다.

“그걸 말해 버리면, 기억을 지우겠다는 네 결심이 무의미해져. 그러니까… 미안해.”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나는 무엇도 이해할 수 없다. 그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언젠가 이해한 적이 있었을까? 그런 기억조차 지워져 버린 걸까? 언젠가 나도.

그는 여전히 슬퍼하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그건 매우 분명한 슬픔이어서, 어째선지 그게 선명하게 느껴져서, 모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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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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