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戀不忘: 그리워서 잊지못하다.
아레스터, 미하스터
온갖 선동과 날조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흐름이 이상함.
!!!주의!!!
미하엘.
나는 아직도 그날이 선명해. 겨울이었고 눈이 내렸지.
너는 그날도 전쟁터 한가운데 있었고 나는 그날도 저격총을 들고 있었어.
너는 그날도 피를 흘렸고 나는 그날도 사람의 머리를 노려 방아쇠를 당기고만 있었어.
너는 그날에 돌아오지 못했고 나는 그날에 너를 잃었어.
미하엘.
나는 멍청이가 아니야. 나도 전쟁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지 알아.
죽음은 사람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 우리에게 내일이 없었다는 것도 알아.
더는 네가 나에게 없다는 것도 이젠 알아.
그런데 미하엘.
자꾸만 네가 보여.
날 보고 짓는 미소에서 네가 보이고 날 부르는 목소리에서 네가 들려.
날 이끄는 손길에서 네가 느껴지고 날 마주하는 눈에서 네가 비쳐.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너를 찾고는 예전처럼 웃고 있는 내가 보여.
미하엘.
널 묻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네가 보고 싶어. 네 손을 잡고 싶어.
네가 날 한 번 더 불러줬으면 해.
‘아스터‘
"아스터"
"아….“
"무슨 생각 해요, 아스터?
"아레우스…."
상념이 깊었다. 아레우스, 그가 옆에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다니.
"흐응…. 그래요, 아레우스에요. 그래서 무슨 생각 했냐고요. 앞에 사람이 있는데 잊을 만큼 무슨 생각이 그렇게 심각해요.“
아레우스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물었다.
"아닙니다. 그냥 눈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더군요."
거짓말. 지금까지 봐온 눈 내리는 날이 몇 번인데 그 생각이 지금에서야 날 리가 없지 않은가. 틀림없이 눈과 함께 옆에 있던 아레우스 때문이겠지. 그것도 미하엘을 닮은.
"예전 생각? 게임에 들어오기 전인가요? 안 좋은 일이었나 봐요. 표정이 안 좋던데.”
"별거 아닙니다.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아레우스와 나눌만한 이야기는 아닌지라 거절했더니 그게 또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는 불퉁한 표정에 눈썹을 삐쭉 올렸다가 이내 눈을 휘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싫습니다. 혹시 알아요, 나에게 말해서 해결될 문제일지?"
'혼자 썩히기만 해서는 될 일도 안 돼. 혹시 알아, 나한테 말해서 해결될 문제일지?'
아, 또다시 네가 보인다. 넌 언제나 그런 말을 뱉으면서 굳게 닫혀있던 나의 입을 열었고 나를 품에 안으면서 불안에 떠는 몸을 달랬었지.
이제 내가 입을 열고 나면 너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날 부드러운 손길로 이끌 거야. 그러고 품에 나를 안고서는 토닥이면서 내 불안을 없애줄 해결책을 하나둘 늘어놓기 시작하겠지. 설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좋아. 마지막에 우리는 서로를 안고서 웃음을 지을 거고 난 그 모습에서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거야.
자, 어서 입을 열고 그가 날 안아주기를 기다려. 어서.
“어서 말해요, 아스터.”
쿵-
날 독촉하는 그 한마디에, 무언가에 맞은 듯 정신을 차렸다.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그는 아레우스였다. 미하엘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생각이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튀기 시작하자 급히 말을 끊고는 자리를 피해버렸다. 젠장할 내가 드디어 미친 거지.
미하엘이 죽음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 델핀가의 귀하신 도련님 대신 입대가 결정된 그날부터 난 앓고 있던 불안증이 심해졌다.
씨만 뿌려둔 채 신경도 쓰지 않던, 나의 존재 또한 몰랐을 것이라 확신하는 빌어먹을 델핀가의 가주는 날 그제서야 겨우 쓸모가 생긴 물건 취급을 했다. 그 태도가 구역질 나게 싫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탓에 사랑해 마지않는 어머니를 홀로 두고 가야만 했다. 사람을 가축 취급하면서 오히려 본인은 더 금수같은 행동을 일삼던 가주의 불안한 약속을 애써 믿어보려 스스로를 다독였다. 뭐? 어머니는 부족하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지랄. 다 거짓말이었지만.
입대하고서도 어머니 걱정에 날이 지날수록 불안증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고 내가 관심병사가 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미쳐가는 날 진정시켜 준 사람이 미하엘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몇날 며칠, 나의 주변을 맴돌면서 힘들게 나의 사정을 듣고서는 그의 아버지께 부탁해 어머니에게 도움을 주었고 그로 인해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 정도는 편안할 수 있었다.비록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나는 그녀와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나의 옆에 있어준 미하엘 덕분에 나의 불안증은 서서히 호전되었다. 내가 평정을 되찾자, 나에게 있던 저격수로서의 재능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난 전장에서 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미하엘’이란 이름은 ‘누가 하나님과 같은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그는 나의 신이었다. 내가 사는 이유였고 내 삶의 유일한 축복이었다. 그가 나를 살게 했다.
그랬는데 미하엘이 죽었다.
종전은 불과 3달 앞두고서 그는 이름처럼 하늘의 천사가 되었다. 나의 천사가 아닌 저 하늘의 천사가.
세상의 신을 원망도 해봤고, 나라의 높은 분들 욕도 해봤고, 나를 탓해보기도, 그를 미워해 보려고도 해봤다. 결국에는 미칠 듯이 아파오는 상처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저 적절한 친구 사이 정도였고 그런 내가 받을 수 있는 그의 유품은 없었다.
이대로는 살 수 없었다. 미하엘과의 기억만이 나를 살게 했지만, 이제는 그가 없다는 현실이 너무 무서웠다. 죽을 듯이 아팠는데 그가 이어준 삶이 너무도 아까워서 죽을 수도 없었다. 나는 겁쟁이였다.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대로 미하엘을 묻는 것뿐이었다. 미하엘을 묻은 그날 처음으로 그의 유품이 없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렇게 내 시간은 멈췄다.
나는 아직도 그 전쟁터에 있다.
내가 지금 아레우스에게 못 할 짓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죽은 사람을 겹쳐본다니 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그럼에도 아레우스를 처음 본 그날, 그 속에 미하엘과 눈을 마주한 그 순간 내 안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그곳의 전쟁터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었다.
처음으로 숨이 트였다.
애써 막아놨던 댐이 사라지자, 미하엘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아픔이 물밀듯이 쏟아졌고,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수록 더욱 아레우스를 찾았다. 아레우스와 있는 순간만큼은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안에 미하엘이 나를 살게 했다. 미치도록 기뻤다. 내가 델핀가의 도련님으로부터 받은 의로조차 잊을 정도로. 의뢰에 대해 다시 떠올렸을 땐 너무 먼 길을 와버린 상황이었다. 나는 이제 아레우스가 없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가 미하엘과 같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난 그를 놓을 수 없다. 그는 이미 지금의 내가 숨을 쉬는 이유다.
있잖아 나 말이야, 그날 이후로 처음으로 숨을 쉬는 것 같아.
미하엘, 역시 난 널 잊을 수 없어. 난 모든 것에서 너를 찾고 결국엔 널 대신할 사람마저 찾아버렸는걸.
또다시 널 잃을 순 없어.
절대 다시 그때로 돌아가진 않아.
“아레우스, 시간 좀 내줄래요. 할 말이 있습니다.”
안읽어도 되는 추가정보
아스터의 마지막 말에 ‘할 말’은 루이스의 살인의뢰에 대한 고백이다.
그냥… 뽀나스 !!!미약함 주의!!!
아레우스 캐해 + 상황설명
아스터가 본인에게서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함.
본문 속에서 아스터를 불렀을때 자신 위에 다른 사람을 겹친걸 눈치챔. 본인을 대체품으로 보는 아스터를 알고 이용하려 했지만 자신은 살면서 훌륭한 화술과 외모, 타인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재능으로 항상 관계에서 우위에만 서있었지 막상 자신이 후순위로 빠진 상황을 눈앞에서 직관하니 기분이 안좋음. 그래서 아스터의 앞에있는 사람이 아레우스인걸 인식시키려 “그래요, 아레우스에요.” 라는 말을 함.
선천적으로 사람을 다루는데 재능이 있고 그것을 좋아하지만 아직은 어린나이. 사람을 구슬리기만 해봤지 아직은 단단한 사람이나 자신이 파고들 틈마저 다른사람으로 채워진 사람을 상대해본 경험이 부족함. 따라서 사람을 대하는 과정 속에 빈틈을 파고드는데는 특출나지만 빈틈을 만드는 것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 사람을 다루는 과정에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음. 그래서 ”어서 말해요, 아스터.“라며 아스터를 독촉함.
미하엘의 설정상 조금은 여유있는 집안의 차남으로 장남이 그닥 시원찮은 사람인지라 어머니의 한탄과 아버지의 걱정을 들으면서도 그걸 포용할 성정이 충분했음. 그래서 아스터가 심각한 불안증일때도 아스터의 입에서 직접 그 사정을 들을만큼 충분한 인내심으로 아스터를 기다려 왔음. 그와 대조되는 아레우스의 독촉으로 끝을 모르고 빠져들고 있던 아스터가 순간 깨어난 것
알아봐줬으면 했던것!!
본문에서 아스터는 단 한번도 사랑했다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안한다!
몰랐으면 뭐… 내 필력부족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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