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me home
명헌태섭 (~4/7)
Take me home
*주의 : 읽는 사람에 따라 사망소재라고 느낄 수 있음, 해피엔딩이 아니면 안되는 분들은 읽지 마세요!
공 고
저택 관리인 구함
학력무관 경력무관
숙식제공 급여협의
송태섭은 몇 달 전부터 전봇대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노려보았다.
미국에 가려면 돈이 필요했다. 통장에 천만원은 있어야 해. 그 말에 집에 있던 통장 들고 은행에 갔다. ATM기에 넣고 통장정리 버튼 눌러보니
잔액 473,222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금액이 남아 있었다. 며칠 전 빠져나간 후불 교통카드비가 야속했다. 출국까지 남은 기간은 약 5개월, 못해도 3개월 안에는 돈을 만들어야 했는데 어지간한 일로는 오백만원 모으는 것도 어려웠다. 쿠팡, 배달, 공장 안 찾아본 건 아니지만 몸이 무엇보다 재산인 농구선수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선택지였다. 그러다 크게 다치면 유학은 둘째 치고 국내 대학 진학도 어려웠다. 이 년 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아직까지도 겨울만 되면 허리와 무릎에 시큰거리는 통증이 있었다. 태섭을 담당하는 의사 선생님은 그걸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기라 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십 년간, 그 터널에서 사고가 난 사람 중 열의 여덟은 죽었고 나머지 둘도 전신마비나 하반신마비로 영구적인 장애를 얻었다고 했다. 멀쩡하게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농구선수라는 직업을 가지는 건 아마 평생의 운을 다 써도 모자랄 거라고.
그 행운은 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송태섭은 제게 주어진 두번째 삶에 감사하며 살았다.
아무 생각 없이 바이크를 타고 달리던 때도 있었는데 고작 아르바이트로 몸 다치는 걸 무서워하게 됐다니.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태섭이 피곤한 얼굴로 전단지를 뜯어냈다. 인형 눈알 붙이는 것도 못할 일이었다.
그마저도 사장님과는 하루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직 못 받은 돈이 십만원은 남아있는데. 한 푼이 아쉬워서 공장에도 찾아가보았다. 남아있던 직원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장님은요? 하고 물으면 이미 예상했다는 듯 답했다. 어제 아침에 나랑 커피 마시다 말고 사라지셨어. 그러면서 제 옆의 빈 의자를 가리킨다. 여기에 앉아 계셨는데….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최근 사람들은 둘만 모여도 그 얘기를 했다. 한 달 전부터 갑작스럽게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일을 하다가, 샤워를 하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사라지고는 하는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종교단체들은 드디어 메시아가 세상에 찾아온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사라진 사람들은 천국에 간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종교에서는 지옥에 간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종교에서는 외계인이 데리고 간 것이라 했다.
세상의 끝은 어떨까 상상해본적이 있다. 천천히 우리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 혹은 전쟁, 심각한 기후 변화, 물에 잠겨버리는 땅.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을 상상해본 적은 있다. 영화를 보면 보통 이런 이야기들의 끝에 하나의 인간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새로운 땅에 정착하고 새로운 시대를 기다린다.
그러나 현실의 종말은 생각보다 시시하게 찾아왔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아니니 이걸 슬퍼해야 하는지 찾기 위해 애써야 하는지도 모른채 오늘 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에 안도하면서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가?’ 에 대해 머리털 빠지게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송태섭도 마찬가지였다. 장학생에 선정되어 유학을 가기까지 앞으로 5개월, 147일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고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매일을 순조롭게 보내는 수밖에 없다.
송태섭은 전단지를 떼어냈다.
이 말도 안되게 조건이 좋은 일자리는 몇개월 내내 사람을 구하지 못해 그대로 공고가 붙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령이 나오는 저택이라서다. 가지마켓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유령저택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는데, 태섭이 장난삼아 유령이 어딨어요 21세기에… 하고 댓글 한번 달았다가 한 시간이 넘도록 아이디 buxxerbeater라는 사람과 언쟁을 벌였다.
Re: 내가 진짜 거기서 유령 봤다니까.
너 어디사냐? 그렇게 겁 없으면 나와보등가 ㅋ
꼭 되도 않는 놈들이 현피 뜨자고 한다. 송태섭은 고개를 저으며 가지마켓 어플을 지웠다.
송태섭은 공고문 아래에 그려진 삐뚤빼뚤한 지도를 따라 걸었다. 길 가다가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막상 저택을 목적지로 하고 찾아가려니 이상하게 자꾸 길을 잃게 됐다. 걸어서 십 분도 안 걸릴 거리를 삼십 분을 넘게 걸은 끝에 도착했다.
분명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1주일 뒤면 벚꽃이 개화한다고 했었다. 세상은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택 근처의 골목만 아직도 한겨울같은 풍경을 하고 있었다.
태섭이 입고 있던 검은 무스탕 안쪽으로 한기가 느껴졌다. 꼭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에 으슬으슬한 한기가 들었다. 구불구불한 골목 끝에서 모퉁이를 돌면 카페가 하나 있다. 그 카페와 마주보는 긴 돌계단을 오르면 얕은 언덕에 ‘유령저택’이 있다. 똑같은 사람 사는 곳인데도 계단 하나만 올라가면 꼭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것 같다.
40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작은 안내판이 있다. ‘사유지, 사진촬영금지’ 곧 이끼라도 자랄 것 같은 비주얼의 안내판을 보다가 태섭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았는지 풀이 종아리까지 자라 있었고 계단에서부터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까지 이어지는 길목도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멀찍이 떨어진 곳의 건물을 향해 무작정 걷던 태섭은 만약 면접에 합격하게 된다면 이 잡초뽑기도 내 몫이 되는 걸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멀리서 볼 때보다 규모가 상당히 큰 저택이었다. 창문으로 건물 높이를 대충 계산할 수 있었다. 높이는 3층, 넓이는 보통 초등학교 건물 하나만 한 크기였다. 태섭은 무스탕 주머니를 뒤적여 마스크를 꺼냈다. 유령 저택이 괜히 유령 저택이겠나. 환기가 제대로 되었을리가 없었다. 인터폰이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웠는데, 다행히 구식이기는 해도 현관문에 인터폰이 달려 있기는 했다.
누르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즐거운 나의 집’ 노래가 두 번 반복될 때쯤 연결이 됐다. 달칵. 하는소리에 태섭이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누구세요.”
와, 사람이잖아. 태섭이 소리를 지를 뻔한 걸 참고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기. 그. 일하러 왔는데요.
“일?”
“저택 관리를 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서요.”
“아…”
내가 그랬나.
잠시 고민하는 듯 싶더니 되물어온다. 탁하게 갈라진 목소리였다.
지금 장난하는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태섭은 한번 참을 인을 마음에 새겼다. 이건 북산고등학교 주장이라면 가질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전단지도 가져왔는데요. 안 구하시면 그냥 돌아가고요.”
“기다려요.”
기다리라고? 얼마나… 송태섭은 점점 더 추워지는 온도에 다리를 모았다. 팔을 쓸어내리며 역시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이었나 생각했다. 그냥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반, 비밀스러운 유령 저택의 주인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이 절반이었다.
송태섭은 멍하니 정원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큰 나무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던 마른 이파리 하나가 떨어지는 순간 등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인상 더럽다는 소리 한 번만 더 들으면 천 번 정도 채우는 송태섭이라, 최대한 서글서글하게 웃는 낯을 하고 밝게 인사를 하려는데 다 끝마치기도 전에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열린 문 안쪽에 사람 하나가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소문들은 말 그대로 소문이었다. 한이 많아 죽은 처녀 귀신이 산다더라. 일가족이 함께 죽었는데 그 중 가장 어리고 작은 아이가 한이 많아 유령이 되었다더라. 어둠이 걷히고 나타난 건 못해도 백팔십은 넘어보이는 커다란 키와 체구였다. 저택에 사람이 오간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으니 히키코모리일텐데, 요새 히키코모리들 중 집에서 운동을 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옷을 껴입고 있어도 그 실루엣만 해도 현역 스포츠 선수라고 해도 훌륭하다고 해줄 몸이었다. 그러나 제일 놀라운 건 몸도 키도 아니고 그의 얼굴에 씌워진 가면이었다.
가면을 쓴 남자는 한참 동안 송태섭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숨을 쉬기는 하는 건가 걱정될 만큼 미동이 없었다. 시선을 견디다 못해 태섭이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남자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들어와요.”
“네…”
농담이라도 건넸다가는 곧바로 죽을 거 같은 싸늘한 분위기였다. 송태섭이 천천히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그는 어떻게든 완벽하게 컨셉을 고수하려는 사람처럼 촛불을 들고 걷고 있었다. 아니, 이거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여기 전기 안 들어오나요?”
말 없이 천장을 가리킨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함께 보이는 건 익숙한 LED 전구였다. 왜 촛불을 들고 있는거지… 하지만 태섭은 주변 인물들 (대만, 백호, 태웅, 준호 등) 을 통해 생각보다 세상엔 독특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보통 이런 복도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던데 문양이 독특한 벽지 말고는 아무것도 볼 게 없었다. 시선을 돌리다 보니 오랫동안 액자가 걸려 있었을 자리 한 켠에 색이 바래 있는 게 보였다.
“그럼 … 촛불은 그냥 좋아서 쓰시는 거죠?”
송태섭은 어떻게든 말을 포장하려 애썼다. 아무리 미쳤어도 고용주가 될 사람이었다. 앞서 걷던 그가 응접실 소파로 태섭을 앉히고서는 들고 있던 촛불을 걸어놓았다. 그나마 응접실에는 이미 초가 세 개 정도 켜져 있어서 복도보다는 훨씬 밝았다.
“공과금을 깜박하고 안 내서 끊겼어요.”
아, 그런 납득되는 이유가! 태섭은 타임머신을 타고 우주를 헤매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갑자기 이 가면 쓴 이상한 남자에게 친근감이 생겼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관리인이 필요하고…”
“...”
“이력서.”
그러면서 손을 내민다. 송태섭이 잘 세팅한 머리를 긁었다. 아, 그게요. 제가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일만 좀 했어요. 근로계약서 써본 적도 없고….
다 들리게 한숨을 내쉰 가면 쓴 남자가 손가락을 들어 문을 가리켰다. 나가. 태섭은 가면 쓴 남자에게 조금 더 가까이 붙어 앉아 양 손을 모았다. 저기, 사장님. 제가 이래봬도 어딜 가나 에이스 소리를 듣는 사람인데요. 누가 그쪽 사장님이야.
“그럼. 주인님….”
그가 가면 아래로도 끔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느껴져 태섭이 고개를 숙였다. 집주인님이라는 뜻이었어요. 제발 부탁할게요.
“이름.”
“송태섭입니다.”
“나이.”
“스물이요.”
“이 일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돈이 많이 필요해서요.”
돈? 그 말을 들은 가면 쓴 남자의 얼굴은 묘하게 허탈해 보였다. 태섭은 대답을 잘못했나 싶어서 슬쩍 떠보았다. 그렇게 많이 주실 필요는 없고요. 가면 쓴 남자는 더 들을 필요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텄다. 그렇게 생각하고 엉거주춤 일어서는데 남자가 현관문 대신 서랍을 가리켰다.
“저기 들어있는 통장에서 한 달에 한번 삼 백 만원씩 네 통장으로 이체해.”
“…헉.”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나왔다. 아무리 낡고 더러운 저택이라도 엄청난 부자인 게 분명했다. 그러고 가면 쓴 남자는 여러 주의사항과 해야할 일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있는 방은 절대 열어보지 말 것. 가면에 손대지 말 것.”
“….”
“태섭.”
아, 네. 갑작스럽게 이름으로 불릴 줄은 몰랐던 송태섭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대지 말라고 하니 이상하게 가면이 더 반짝거리는 이유는 뭘까. 그 안쪽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와 눈을 마주친 송태섭은 꼭 농구 경기에서 상대편을 바라보듯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입술이 엄청 도톰하고, 눈이 검고 깊다. 젖은 겨울 바다처럼.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의 바다는 평소보다 색이 검고 짙었다.
“저기, 저도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되나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당분간 같이 지낼 사이인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건방진 것 같기도 하고, 예의바른 것 같기도 한 이상한 말투였다.
가면 쓴 남자는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명헌. 이라고 대답했다. 이명헌. 그와 어울리는 거 같기도, 안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한 이름이었다.
저택 관리인의 일은 간단명료했다. 이 집을 유지하기 위한 일을 한다. 공과금을 내고, 잔디를 깎고, 청소를 한다. 이거밖에 안 하는데 삼백만원이라는 큰 돈을 받아도 되나 고민했지만 통장에 찍혀 있는 금액을 보고는 생각을 접었다. 이정도 부자면 자선사업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받는 만큼은 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처음 며칠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정원에 달려가 잡초를 베어냈다. 쪼그려 앉아 손으로 쥐어 뽑고 있으면 이명헌이 나타나 낫을 가져왔다. 한번도 정장을 벗어본 적 없을 거 같은 클래식한 차림새의 남자가 낫을 들고 있으니 호러가 따로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니 그래도 원래 정원의 형태가 어느 정도 눈에 보였다.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예쁠 정원인데 왜 이렇게까지 방치해뒀을까.
그보다 이 집에 봄이 오기는 하나.
송태섭은 여기에 들어온 뒤로 한번도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건 달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분명 벚꽃이 피는 시기가 이쯤이라고 했지. 그러나 저택에는 생명력을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잡초조차도 누렇게 말라 붙어 있었다.
“돈은 벌어서 어디에 써 뿅”
“알면 더 주시게요?”
처음의 으스스한 첫인상은 어디로 가고, 뿅쟁이가 왔다. 이명헌은 생각보다 괜찮은 동거인(집주인)이었다. 보통 하루 중 송태섭과 마주하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다. 두 시간 동안은 쇼파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창 밖을 보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거기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게 태섭의 역할이었다. 그 외의 나머지 시간은 제 방에서 보냈다. 독특한 점이라면 식사 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헌의 방과 부엌이 이어져있는 비밀통로라도 있나. 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재미있으면.”
재미. 이명헌의 말버릇 중 하나였다. 재미있는 얘기 좀 해봐. 동전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주크박스라도 된 기분이었다. 처음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연예인 이야기도 하고, 요새 인기있다는 영화, 드라마, 예능 이야기도 했다. 가만 보면 무표정해보이는 명헌에게도 표정이 있었다.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게 된 건 저택에 오고 한 달쯤이 지나서였다. 달력도 없는 저택에서 날짜를 알려주는 건 매일 신문을 읽는 명헌의 몫이었다. 재미있는 얘기에서 그가 관심없어하는 이런 저런 주제를 다 빼고 나니 송태섭 주변 얘기밖엔 할 게 없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물이 할 수 있는 이야기란 좁고 얕아서 결국은 농구 이야기가 제일 많았다. 가끔은 여동생과 싸운 이야기, 고향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여름에 미국으로 간다고?”
“예. 뭐 일단은요…. 금방 돌아올 수도 있고.”
잘 다듬어진 손톱을 매만지던 태섭에게 명헌이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게 중요하다니 별나다 뿅”
이런 상황? 태섭이 표정으로 되묻자 명헌이 접어 놓았던 신문을 펼친다. 매일 신문 1면에는 같은 기사가 올라온다.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다.
당장 내일 사라질 수도 있고, 미국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다. 내일 아침 계단 청소를 하다 사라질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 이명헌과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 어느 한 쪽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이 상황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또 불규칙한지에 대해 생각하자면 끝이 없다.
그렇다고 사는 걸 멈출 수는 없잖아요.
이명헌은 그 말이 꼭 누군가 멈춰 준다면 죽고 싶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명헌의 표정이 평소보다 더 딱딱해졌지만 태섭은 옛날 일을 생각하느라 그의 얼굴을 살필 틈이 없었다. 송태섭은 오래 전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 옛날에, 제가 초등학교 3학년쯤의 이야기인데요.
송태섭은 아주 오래 전 똑같은 이상현상으로 사라진 사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친형이었다. 뭐가 그렇게 미웠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3초 정도의 짧은 영상만 계속해서 리플레이 될 뿐이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마.
그렇게 말하자마자 사라져버린 형은 정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라지던 때 형은 웃고 있었나, 아니면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나. 수백, 수천번을 떠올린 기억인데도 선명하지 않다.
형이 사라진 날, 송태섭은 마을 파출소에 가서 제가 형을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자백했다. 자주 형제를 불러 세우곤 했던 순경은 딱하다는 얼굴로 태섭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형은 곧 돌아올 수 있을거야. 네 탓이 아니야 태섭아.
이건 백퍼센트 송태섭의 잘못이었는데도 믿어주지 않았다.
송준섭은 어디로 간 걸까. 송태섭은 제 마음에 물었다. 형이 어디로 가면 좋겠어?
형은 바다를 좋아하니까, 바다에 갔으면 좋겠다.
그 뒤로는 형이 보고 싶을 때, 자백하고 싶을 때마다 바다에 갔다.
이번 이상현상은 송태섭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어리석게도 그 균열을 열어버렸다면 닫힐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혹은 거기에 떠밀린다면 자신의 운도 다한 셈이다.
송태섭은 잘 정리된 정원을 보다 스포츠백에서 농구공을 꺼냈다. 일을 하더라도 공을 쥐는 감각을 잊어서는 안되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농구공은 늘 가지고 다녔다.
볼 핸들링과 돌파력만큼은 자신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더 위로 갈 수는 없었다. 스포츠란 아주 냉정해서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계속할 수 없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이기고 싶고, 이겨야 즐겁고,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송태섭도 흔한 스포츠 선수 중 하나였다.
경기에서 이기는 게 농구를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누구보다 코트에 오래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농구 할 줄 알아요?”
“….”
“농구는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재밌는데.”
심심해서 물어보긴 했어도 정말 이명헌이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명헌이 거절할 걸 예상하고 미리 다음 말까지 생각해두었는데, 그는 읽던 신문을 내려두고 커튼을 열었다. 나름 아침마다 환기를 한다고 하는 데도, 햇볕에 묵은 먼지가 반짝거렸다.
어라. 이상하네. 송태섭이 잠시 제 손등으로 눈을 부볐다. 잠깐이지만 커튼을 쥐고 있는 명헌의 손이 투명한 젤리처럼 보였다.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명헌이 비웃었다. 태섭. 졸린데 농구는 어떻게 하려고.
“요리는 못해도 농구는 좀 하는 거 같으니 실력 좀 볼까 뿅”
“…엥. 진짜요?”
명헌은 위에 입고 있던 자켓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었다. 농담이 아닌지 그 모습 그대로 정원으로 나간다.
송태섭은 뒤따라가기 전 쇼파에 놓여진 신문을 보았다.
[1보] 전 국가대표 농구 선수, 이상현상으로 인해 실종돼…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 약 12,290건
가면을 쓴 남자와 마주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가까이 붙어 선 적은 처음인데 그냥 볼 때보다 훨씬 위압감이 있어 태섭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더 낮추었다. 이런 상대와 붙을 때는 차라리 작은 키를 활용하는 게 더 나았다. 명헌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태섭을 가늠해보다 손을 들었다. 왜요. 태섭이 왼쪽 눈썹을 꿈틀거리자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까 전보다 훨씬 낮아진 자세를 보니 거의 허공에 앉아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니, 햇빛도 잘 안 드는 저택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한량 주제에 왜 이렇게 폼이 제대로지.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그 방이 사실은 홈 트레이닝을 위한 헬스장은 아니겠지.
“농구 배운 적 있어요?”
“말했잖아. 못하는 거 없다고.”
“그런 사람이 어딨어. 반칙이지.”
“남는 게 시간이면 가능해 뿅”
이명헌은 정말 못하는 게 없긴 했다. 맨날 똑같은 볶음밥 먹기도 질려서 부엌에 널브러져 있었더니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요리를 해준 적이 있다. 자기 밥도 해먹는 걸 본적이 없는데 맛이 있겠나. 하고 속는 셈 치고 숟가락 들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빈 그릇만 남아 있었다. 왜 맛있는건데. 심지어 그는 십자수도 잘했다. 아마 태섭보다 인형 눈알 붙이기도 잘할 것 같았다.
안 올거야? 이명헌이 오른쪽 어깨를 과시하듯 돌렸다.
“기다리다 허벅지 터지겠는데.”
갑니다 가요. 송태섭이 부드럽게 손목을 돌렸다.
*
이명헌은 배우는 게 빨랐다. 어느 날은 정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 태섭이 드리블 연습을 하는 걸 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다가와 공을 빼앗기도 했고, 체격을 이용해 태섭을 막고 선 뒤 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슈팅 감각이 좋았다. 보통 초보자들이 흔히 가지는 문제점 중 하나가 망설임이다. 슛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그게 정론이었다. 오백번을 던진 사람과 오천번을 던진 사람 중 누가 더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는가.
그러나 이명헌의 슛은 처음부터 흔들림이 없었다.
“2점 뿅”
“약간 빗나갔어요.”
“뿅”
“오케이. 2점.”
삼십분 가까이 원온원을 하고 그대로 뻗었다. 까슬한 잔디의 감촉에 태섭이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니 누워 있던 이명헌과 눈이 마주쳤다. 가면 안쪽의 눈은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까맣다. 어쩐지 얼굴에 열이 올랐다.
“…농구 재밌어요?”
“안 하던 짓 할만큼은.”
“슛 할 때 무슨 생각해요?”
“들어가라.”
“…허어.”
“지금은 무슨 생각하냐면.”
네. 송태섭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이명헌이 본인에 대해서 말하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사람은 변한다.”
“…예?”
“근데, 변하지 않는 것도 있고.”
그게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린데요. 명헌은 그 농담을 이해하지 못했다.
“따뜻한 얼음?”
“꼭 그쪽 같네요.”
따뜻한 얼음… 송태섭은 이제 앞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마다 이 이상한 저택의 주인을 떠올릴 것 같았다.
*
그날은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잠을 잤다. 몸이 무거웠다. 송태섭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복도를 닦았다. 기름을 먹인 나무 복도가 번쩍 빛이 났다. 뿌듯하게 웃은 태섭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열었다.
2층까지 솟아있는 커다란 벚나무에 새로운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드디어 이 저택에도 봄이 올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손을 내밀어 나무를 만지려고 하는데 손이 반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라. 눈을 비벼보아도 똑같았다. 소매를 걷어보면 팔도 똑같았다. 입 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때마침 계단을 타고 이명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발소리에 열린 창 앞에 서 있던 송태섭은 뒤를 돌며 아침 인사를 했다.
내가 사라지는 쪽이 될 수도 있다고 늘 생각했지만, 실제로 현실이 되니 머릿속이 시끄러워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느껴본 적 없는 공포감이었다. 그나마 생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걸 건져보면 거기에는 형이 있다.
이명헌 몰래 감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사라지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저기, 이것 좀 봐요. 여기 새 잎이 나는데요. 그쪽이 죽은 나무라고 했었잖아요.
“그래.”
무덤덤한 얼굴로 나무를 바라본 명헌이 덥석 태섭의 손을 쥐었다. 감각에 놀란 나머지 태섭이 으악, 소리를 질렀다. 이건 사람의 온도나 감촉이 아니었다. 차갑고 축축하고 끈적했다. 덜 굳은 젤리가 제 손에 감기는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미국에 갈래?”
송태섭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짧았다. 이명헌은 송태섭이 깊게 생각하거나 되묻지 못하도록 그 끔찍하게 이상한 감촉의 손으로 송태섭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가고 싶어요. 갈 수 있다면.”
그거 말고는 당장 해야 할 일이 없기도 하고.
그래.
나무에 새 잎이 돋는 걸 봤을 때와 똑같은 무심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제 손에 남겨진 감각만이 이 일들이 꿈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
이명헌이 사라지고 난 뒤 송태섭은 마지막으로 이명헌의 방을 열어보았다. 절대 들어오지 말 것.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대는 이제 없었으니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 침대도 없이 책상 하나, 책장 두 개가 전부인 휑한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고풍스러운 느낌의 오래된 책장 하나와, 최근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이케아 책장 하나가 미묘하게 맞물려 있었다.
책장에는 책은 없고 오로지 노트가 빼곡했다. 일기장인가. 유령이 나보다 성실하네. 중얼거리면서 가장 최근의 것으로 보이는 노트를 펼쳤다. 거기에는 송태섭이 모르는 이야기가 빼곡했다.
이명헌의 가장 오래된 기억, 일기를 쓰기 시작한 첫 순간이 문득 궁금해져서 오래된 책장의 맨 윗칸, 가장 오른쪽에 꽂힌 공책을 꺼냈다. 잘 관리되었는지 먼지는 쌓여있지 않았지만 너무 오래되어 종이가 딱딱하게 굳은 채 펼쳐지지 않았다. 잘못하면 바스라질 것 같은 감촉이었다. 살살, 손가락을 이용해 틈을 벌리자 그 틈 사이로 이명헌이 들어온다.
그의 방처럼 텅 비어 있는 노트 안쪽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오래되고 낡은 사진에는 송태섭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저택의 정원 가운데 서 있었다.
생각해보니 매일 두 시간씩 말상대를 해주었던 건 이명헌 쪽이었던 거 같다. 그는 외로움 같은 건 모른다. 유령저택의 유령이니까. 죽은 뒤로 오랫동안 혼자였다. 그는 외로움을 버리고 영원을 얻었다. 그런 그가 송태섭의 외로움을 헤아려 하루 두 시간, 방 밖으로 외출을 감행했다. 보이는 것만큼이나 젤리같던 촉감의 손을 떠올린다. 차갑고, 축축하고, 조금만 꽉 눌러도 그 젤리 안으로 손이 파고들 것 같아서 두려웠다.
이명헌은 한번도 제게 나쁘게 군 적이 없는데도.
유령이 떠난 저택에는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오래 전 고장났다던 벽시계도 초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봄이 찾아오면 더는 이 정원에서 농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쁜 꽃들로 가득해질테니까.
이명헌이 돌려준 세상은 아름답고 외로웠다. 사람들은 더는 사라지지 않았다. 실종자가 추가 보고되지 않은 날로부터 100일. 세계는 공식적으로 재난 종료를 알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제야 공포에서 벗어나 사라진 사람들을 애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 이명헌도 그곳에 있을지 모른다. 그는 특별한 유령이니까. 그 후로 오랫동안 송태섭은 이명헌의 방문을 두드리는 꿈을 꿨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서 꿈이라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마다 그쪽 생각이 나요. 그러면 꿈 속의 이명헌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웃었다. 바라던 모습이었다.
두 번의 죽음을 피한 송태섭은 제 손에 쥐어진 게 행운이 아니라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일기
2월 14일
누군가 저택에 찾아왔다. 유튜브 방송을 한다거나, 체험기를 쓰겠다며 찾아오는 머리 나쁜 놈들은 종종 있었지만, 벨을 누르고 나를 찾는 건 또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저택 관리인을 찾는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어쩐지 당돌하기까지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들어오라고 했다. 가면 쓴 얼굴을 보면 놀라서 도망가지 않을까 했는데, 얼굴을 마주한 순간 도망가고 싶은 건 송태섭이 아니라 나였다.
140년을 넘게 기다려왔다. 사실 기다린 건 한 20년 정도였고, 그 이후로부터는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지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갔다.
송태섭이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유언은 딱 하나였다.
이명헌씨가 어떻게 살면서 나를 기다렸는지 알고 싶어요.
애증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일기는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다시 만난 송태섭은 기억도 나지 않는 사랑으로 붙잡기엔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가라고 했더니
농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농구….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아닌데….
결국 내가 졌다. 태섭을 다시 이 저택에 들어오게 했다.
3월 5일
그동안 예전의 송태섭과 지금의 송태섭이 얼마나 다른지, 어떻게 다른지 찾는 일을 했다.
예전의 송태섭은 좀 더 딱딱했고, 나를 좀 더 싫어했고,
운 적도 많았다.
지금의 송태섭은 자주 웃는다. 있으나 마나 한 집주인이니 편하게 쉬어도 될텐데 새벽같이 일어나 잡초를 뽑고, 남는 시간엔 공을 가지고 연습을 한다.
밥 같지도 않은 걸 자꾸 먹길래 요리를 해줬더니 눈이 반짝거린다.
송태섭은 여름이 지나면 미국에 간다고 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100일 정도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내 손을 타지 않은 송태섭은 분명 예전과는 다른 녀석일텐데….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 거기에 집착하게 된다. 다시 또 송태섭이 나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왜 변하지 않는지, 왜 변하는지.
무심코 그 말을 했더니 송태섭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며 얼굴을 찌푸리며 웃었다.
눈가에 잡히는 선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저택에 곧 봄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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