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chrome Blue

intoyoureyes by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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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되게 해.

임서연 여성 26 얼음 해방전력 32%

구원은 셀프 이타심 회복탄력성 노력파

가능과 불가능 이젠 다 쉿* (르세라핌 crazy)

서연은 습관적으로 입술을 물어뜯으며 합격자 발표 창을 노려봤다. 이윽고 빛의 속도로 방위사령단 수험번호를 입력한 뒤 엔터. 축하합니다, 로 시작하는 합격창에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수영 선수가 아닌 부대원이라는 군인 신분의 제2의 인생을 여는 날이었다.

2019년 여름. 중학교 때부터 수영을 시작해서 무난하게 대학까지도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임서연은 얼마 전 보기 좋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낙방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유망주로 불렸던 걸 생각하면 치욕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원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얼마 전 당했던 경미한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이었다. 가벼운 찰과상이라고 생각해 훈련에 무리 없을 줄 알았는데 이따금씩 뻐근했던 걸 파스로 꾹꾹 눌러뒀더니 정작 중요한 선발전에서 곪았던 통증이 터진 것이었다. 평소보다 느린 스타트에서부터 서연은 탈락이겠구나 직감했고 그래서인지 집으로 돌아오면서 울지는 않았다. 대신 지하철에 공익광고 포스터처럼 붙어있는 '방위사령단 선발 공고' 포스터에 시선을 줬다. 평소였다면 자신과 상관 없을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을 테지만 그날따라 군복을 입은 단체 사진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국대 선발전에 떨어지고, 부상 회복을 하며 입대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돌연 선언했을 때 서연의 부친은 여자애가 무슨 군대냐며 시대착오적인 발언으로 서연의 기를 꺾으려들며 반대했다. 어쩌라고 엄마도 여잔데 군대에 있었어. (야 임마 너네 엄마는 군인이 아니고 군의관이잖냐.) 다른 사람 살리겠다고 목숨 내거는 가족은 한 명뿐이면 족하다는 이유로 거센 반대가 며칠이고 이어졌지만 서연은 한 번 마음 먹으면 기어코 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수영을 그만두게 된 건 어쩌면 이걸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욕심나는 일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공고를 봤던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해외 파견에 지원했다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테러에 목숨을 잃었던 엄마였다. 남들은 그 사연을 들을 때마다 안쓰럽다는 듯 혀를 찼지만 서연은 엄마가 자랑스러웠으므로. 이참에 엄마의 뜻대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으니까.

체대를 준비할 땐 이보다 빡세게 훈련했던 전적도 있었으므로 시험을 통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2차 체력 측정은 수월하게 해냈지만 실기 시험이 딱 무난했다, 정도의 느낌을 받은 걸 보면 합격 요인은 서류에서 운동을 전공했다는 점과 엄마의 가치관을 이어받고 싶다는 사연을 어필한 게 먹힌 것 같았다. 물론 점수를 공개하진 않으니 추측만 할 뿐이었지만. 입대하고 보니 자신보다 체력이며 힘에서 우월한 사람들이 널렸던 걸 보면 해방전력이 기수 중 월등한 편이 아닌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입대 후 선택한 속성은 얼음. 어쨌든 얼음도 원형은 물이었을테니까, 라는 이유와 평생의 반을 물속에서 헤엄쳤다는 자신감에 선택했는데 막상 쓰는 무기는 물이랑은 큰 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빙결탄이나 단검을 사용할 땐 물리적인 힘이나 단거리 공격력을 키우는 게 더 나았겠는데 생각했다. 그럼에도 다른 속성들을 다루는 법을 배워본 결과, 그 중에서도 얼음에 적응하기 수월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가진 능력치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부대 내에서도 꾸준히 훈련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향인 중에서는 내향적이지만 그래도 mbti 소문자 e정도 되는 서연은 몇 년만에 아무 일 없을 듯한 연휴에 기대를 잔뜩 걸고 있었다. 명절 휴가의 차선책으로 나온 바베큐 파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흉흉한 소문이 들려서 본가에 있는 아빠가 괜찮을까,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얼마 전 전화했을 땐 아주 멀쩡해보였으므로 뭐 별일 있겠거니 싶었다. (딸~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여수 게장 너무 맛있다~^^) (사진) 참나 혼자 되게 잘 사네. 어 나도 바베큐 푸파해줄게. 요즘 엠지나 쓸 말들을 읊으며 서연은 부친이 보내온 사진창을 끄곤 픽 웃었다.

임서연

- 회발 청안, 7월 1일 출생, 170cm

- 틈날 때마다 멈추지 않는 타속성 훈련

- 취미 px몰 쇼핑 잔소리는 사양합니다 (너 진짜 엠제트처럼 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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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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