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온음

스페이스 by j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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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작은 카페의 주인이다. 카페는 작은 테이블이 4개 들어갈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지녔지만 가의 손님들은 항상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자고로 카페는 찾아주는 사람들이 그 이름의 크기를 정해주는 법이었고 그리하여 가는 작은 카페의 주인이 되었다. sns로 사진 몇 개는 올렸지만 아직 구독자는 없다.

 

안 그래도 구비 도는 골목길 사이로 카페를 찾을 수 있게 표지판을 꽂았다. 표지판에 적힌 이름은 온음. 경쟁사회에서 카페 이름이 영어가 아닌 한글이어도 괜찮나 싶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트랜드가 아닌 자신을 믿기로 했다. 경쟁 사회에서 안일한 마음가짐이겠지만 그의 인생이 그랬다. 출근길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들과 가벼운 몇 마디의 대화가 모래시계의 모래알처럼 여유를 고즈넉하게 쌓고 창가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빛이 취기처럼 따스하게 번졌다. 어제 전화 드린 어머니께 들은 잔소리는 이미 갓 만든 쿠키 냄새에 녹아버려 햇빛 아래 먼지처럼 둥둥 떠다녔다.

 

지금이 행복하니 나중도 행복하지 않을까? 가는 늘어지는 몸을 붙잡고 일어났다. 저가 좋아하는 청명한 종소리 뒤로 손님 하나가 서있었다. 작은 체구, 하나로 묶은 곱슬머리, 크로스백과 가방 줄을 꼭 쥔 두 손. 어린 나이의 단골이다. 눈은 길게 늘어진 앞머리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괜찮다. 손님은 계산대에 놓인 작은 메뉴판을 보고 가는 손님 대신 유리 쇼케이스를 내려다 봤다. 오늘은 쿠키가 잘 됐다.

 

“딸기 라씨요...!”

“네. 딸기 라씨요.”

“그리고. 쿠키요.”

 

현명한 선택이다. 가는 초코쿠키를 먼저 주고 라씨를 갈았다. 온 몸에 진동을 주는 쉐이크는 언제나 귀찮은 음료지만 깜장씨를 위해서라면 괜찮았다. 깜장씨는 어린 단골을 위한 별명이었다. 속삭이는 말투로 서투르게 주문하는 모습이 귀엽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주어 말했는데 딸기 라씨 한 번 먹고는 매번 와서 조금씩 힘이 빠져갔다. 가는 전보다 편안해 보이는 깜장씨에게 완성된 딸기 라씨를 건냈다. 감사하다는 말을 놓고 깜장씨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 갔다.

 

가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기분을 모른다. 그러나 라씨를 한입 먹고는 슬쩍 올라가는 깜장씨의 입꼬리를 보면 간택 받은 집사가 느낄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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